한국의 숙박 시장은 전례 없는 혼란과 확장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최근 에어비앤비를 필두로 한 공유 숙박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주거 비용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주범으로 몰려 규제의 철퇴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단기 임대’라는 이름의 우회로가 급부상하고 있다.
삼삼엠투와 같은 플랫폼이 누적 다운로드 200만을 돌파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상은 단순한 서비스의 성공을 넘어, 기존 숙박업계가 지키고 있는 법적 테두리와 여행 소비자의 실질적 욕구 사이의 거대한 괴리를 드러낸다.
히치하이커는 현재 국내 숙박 시장에서 단기 임대 시장이 어떤 포지션이며 누가 이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지 살펴보았다. 또한 숙박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이 시장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면서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본다.
한국의 단기 임대 논란, 해외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
미주와 유럽의 대도시에서 에어비앤비를 필두로 한 단기 임대를 규제하는 가장 큰 동력은 시민들의 ‘주거권 수호’에 있다. 뉴욕이나 바르셀로나 같은 관광 요지에서 집주인들이 수익성이 높은 단기 임대로 집을 돌리면서 정작 현지인들이 살 장기 렌트 매물이 사라지고 임대료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이는 도시의 실거주 기능을 마비시키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시민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규제라는 제도 개선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 단기 임대 금지를 외치며 정치권을 압박하는 주체는 시민들이 아니라 전통적인 숙박업자들이다. 이들에게 모든 형태의 단기 임대는 자신들이 지불하는 소방·위생·세무 등의 규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고객을 가로채는 ‘불공정 경쟁자’일 뿐이다. 이러한 공급자들의 입장에는 왜 소비자들이 자신들을 외면하고 단기 임대 또는 대체형 숙박 시설로 이동하는 지에 대한 원인 분석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한국의 특수한 부동산 환경 또한 단기 임대 시장을 촉발한 원인 중 하나다.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과 생활형 숙박 시설이 시장에 과잉 공급된 것이다. 분양은 받았으나 공실을 떠안은 소유주들은 공유 숙박업의 규제로 진입하기조차 쉽지 않아지자, 단기 임대라는 우회로를 발견해낸 것이다. 이렇게 남는 부동산 자산을 활용하려는 자산가들의 생존 전략과, 체류형 숙박을 희망하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단기 임대 플랫폼의 출현은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 결과다.(실제로 전 세계 각국에서 에어비앤비의 단기 임대를 막자, 각국의 법을 반영한 주택 단기임대 플랫폼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그러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고, 에어비앤비 막으려다 삼삼엠투까지 키워낸 원인은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니즈와는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진 이익 집단의 시대적 착오라고 본다.
호텔업은 역대급 호황인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단기 임대 시장의 팽창이 숙박업계 전체에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현재 숙박 시장은 ‘수익성 양극화’라는 뚜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호텔산업은 방한 관광산업의 성장 및 공급 부족과 맞물려 전례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야놀자리서치의 ‘2025년 3분기 국내 숙박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호텔 부문은 모든 성급에서 전년 대비 객실당 매출(RevPAR)이 상승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3성급 호텔은 7.9%라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시장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는 경쟁력 있는 호텔들이 단기 임대나 공유 숙박의 확산과 무관하게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표준화된 서비스로 자신들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을 살펴보면 숙소 유형별 희비는 극명하게 갈린다. 호텔 부문은 3성급 호텔이 전년 대비 7.9%의 RevPAR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고, 공유숙박 또한 젊은 여행객들의 선택에 힘입어 5.2% 성장하며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단기 임대와 같은 대체 숙박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가장 손해를 본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중소 숙박 시장의 몰락
리조트와 펜션, 그리고 중저가 모텔급 숙박업은 해가 갈수록 객실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리조트(-6.6%)와 펜션(-7.7%)의 RevPAR는 눈에 띄게 하락했으며, 특히 펜션은 투숙률이 6.4%나 급감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과거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지방의 중소 숙박시설의 수요가 이제는 도심 내의 세련된 단기 임대 주택이나 고도화된 공유 숙박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지점이다.
업계의 억울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단기 임대(삼삼엠투 등)나 공유 숙박으로 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통 숙박업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Value)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펜션에 돈 내고 놀러 가서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설거지, 이불 정리까지 다 하고 나와야 하느냐”는 소비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높은 숙박비에 청소비까지 요구하면서 정작 관리는 부실한 펜션의 서비스 모델은 여행 경험치가 매우 높은 젊은 세대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또한 여성 고객에게 보안(Security)과 프라이버시는 숙소 선택의 1순위인데, 이를 담보하지 못하는 다수의 모텔류 숙박업소는 개인적으로도 출장 숙소 선택 시 절대 고려하지 않는다. 반면 호텔 또는 레지던스형 숙소는 ‘표준화된 주거 공간’이 주는 쾌적함과 보안 시스템(카드키, CCTV 등)을 갖추고 있어 훨씬 높은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한다.
결국 단기 임대의 성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체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채 노후화된 시설과 정형화된 서비스에 머물러 있는 중소 숙박업자들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이 중소 숙박 시장이 급변하는 여행 트렌드에 대해 얼마나 안이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분석해볼 예정이다.
레지던스, 코리빙 사업에 거대 자본 속속 진입 중
체류형 숙박 시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분명한 틈새를, 단기 임대 플랫폼만 포착한 것이 아니다. 글로벌 거대 자본 역시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 ICG, KKR과 같은 외국계 투자자들은 한국의 고질적인 호텔 부족 현상과 ‘전세의 월세화’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고 있다.
이들은 현재 서울 도심의 오피스텔이나 저평가된 건물을 매입해 코리빙 하우스나 호텔형 레지던스로 탈바꿈시키며, 호텔보다 운영비는 낮추면서도 장기 체류 수요를 흡수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형 임대 및 숙박’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결국 체류형 숙박 시설의 추가적인 공급은 단기 임대 시장을 불법화 하더라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는 얘기다.

영국의 ICG가 홈즈컴퍼니와 손잡고 3,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도심 요지의 건물을 호텔형 레지던스로 전환하는 사례는, 숙박 산업이 이제 하드웨어의 소유가 아닌 전문적인 ‘콘텐츠 기획 및 운영 능력’의 싸움으로 변모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즉, 체류형 숙박 시장은 이미 자본과 운영 능력을 갖춘 ‘대형화된 전문 주체’와, 법의 테두리 안팎을 넘나드는 ‘단기 임대/공유 숙박’으로 재편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떨어지는 전통적 숙박 시설이 설 자리는 계속해서 좁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며
결론적으로 한국의 숙박 산업은 주거와 숙박이 결합된 ‘거주형 여행(Lived Experience)’이 대중화된 시대로 완전히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 임대 플랫폼의 탈법성을 지적하기에 앞서 운영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일반 주택이 줄 수 없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본질적인 경쟁력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 또한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단기 임대 등록제를 통해 조세 형평성을 맞추고 안전 기준을 강화하되, 변화하는 여행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행자들은 이제 단순한 며칠간의 방문객이 아닌 ‘특정 지역에 잠시 머물며 살아보는 주체’로서의 여행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 거대한 시대적 흐름을 눈가리며 아웅 식의 신고 단속이나 과거의 제도로 막아 두기에는 이미 소비자의 변화가 너무나 멀리 나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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