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행 업계에는 인공지능(AI) 기술로 탄생한 ‘AI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비행기 티켓도 필요 없으며, 연중무휴 24시간 전 세계의 명소를 누비며 완벽한 사진을 만들어냅니다.
오늘날 여행 콘텐츠 소비자들의 73%가 인플루언서의 영향을 받아 여행지를 결정하며, 특히 40세 미만에서는 그 수치가 84%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브랜드들은 더 저렴하고 통제하기 쉬운 AI 인플루언서에게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가장 먼저 대체하고 있는 여행 콘텐츠는 무엇인지, 인간만이 지킬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인지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가상 여행자의 역습, AI 여행 인플루언서의 등장
2025년 12월 21일 뉴서(Newser)의 보도에 따르면, 영미권 여행 인플루언서 사이에서는 AI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이른바 ‘대혼란(Uproar)’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에이전시 설립자 스티브 모리스의 분석에 따르면 유명 인간 인플루언서가 포스트 하나당 10만 달러(한화 1억 5천만 원) 이상의 고액을 요구하는 반면, AI 아바타는 항공권이나 호텔 숙박비, 일당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기성 제품화된 아바타를 500달러에서 2,000달러 사이면 고용할 수 있고, 고도로 정교화된 커스텀 캐릭터조차 15,000달러 수준으로 해결 가능합니다. 이는 실물 모델과 반복적인 촬영을 진행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실제로 500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미국의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 크리스티아나 발라얀은 지난 1년 동안 호텔들이 제공하던 혜택과 페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증언합니다. 호텔들이 이제 AI라는 강력하고 비용 효율적인 광고 옵션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업계의 대표 가상 인플루언서 4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구체적인 AI 여행 인플루언서 사례가 있습니다. 사실 이 중에 독일 관광청 ‘엠마’ 사례는 첫 등장 당시만 해도 엄청난 비난을 받았으나, 어느 정도 마케팅 툴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4가지 케이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라디카 수브라마니암 (Radhika Subramaniam, 인도): 2025년 6월 론칭된 인도 최초의 이중언어(타밀어·영어) AI 인플루언서입니다.
일반 기술기업에서 여행 협업을 목적으로 개발된 여행 인플루언서로 보입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인도를 탐험하는 Z세대 솔로 여행자라는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 전역의 여행 경험을 묘사하며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엠마 (Emma, 독일): 독일 관광청이 개발한 디지털 스토리텔러입니다. 20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며 독일 전역의 와인 산지와 도시를 홍보합니다.
30대 중반의 베를린 거주자라는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가지고 실시간으로 사용자와 소통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기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탈라시아 (Thalasya, 인도네시아): 2018년부터 활동한 선구적인 가상 인플루언서입니다. 역시 다양한 기업 협업을 목적으로 제작된 인플루언서입니다.
5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절경과 패션 콘텐츠를 결합해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세나 Z (Sena Z, 세니자로 호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글로벌 호텔 그룹 세니자로의 공식 AI 모델입니다. 즉 호텔 측에서 직접 기획한 인플루언서로 1인칭 시점의 서사를 통해 문화, 지속 가능성, 웰니스 등 브랜드 가치를 프리미엄 이미지와 함께 전달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위 3가지와 달리 이 세니자로 케이스는 향후 호텔업계 마케팅에서 매우 주목해야 할 사례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현재 인스타 기반의 인플루언서들이 수행하는 콘텐츠 퍼포먼스와 본질적으로는 거의 다르지 않은 수준의 콘텐츠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스타 여행 크리에이터 시장에는 상당히 긴장해야 하는 사례가 등장했다고 봅니다.
어떤 여행 콘텐츠가 가장 빠르게 대체되고 있을까?
위 4가지 AI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보면서 어떤 공통점을 느끼지 않으셨나요? 이들이 가장 쉽고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영역은 스토리나 깊은 캐릭터성이 결여된 ‘인스타그램’ 콘텐츠입니다. 실제로 위 사례들은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화려한 풍경 속에 완벽한 모델이 서 있는 소위 ‘인생샷’ 위주의 콘텐츠는 AI가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양산할 수 있습니다. 피드에서 우연히 발견한 여행 콘텐츠가 단순히 특정 여행지나 호텔의 매력도를 전달할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라면, 독자 입장에서는 그 사진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인간이든 가상이든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많은 팔로워가 AI 여행 인플루언서 계정에 호감을 표시하며 엔터테인먼트 요소로 소비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2026년을 전망하는 여러 여행 트렌드 리포트에 나타난 양상을 보면 여행 소비자들이 이러한 ‘인플루언서-스타일’ 콘텐츠에 왠만해서는 영감을 받기가 어렵다는 조짐(안티-인스타그래머블)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가상 캐릭터에 쉽게 대체될 정도로 흔해졌고, 인간다운 매력으로 교감하지 않는 콘텐츠이기 때문일 겁니다.
반면, 유튜브와 같이 긴 호흡의 롱폼 영상이나 실시간 라이브를 통해 팬들과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영상 콘텐츠는 AI 대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여행 중 겪는 예상치 못한 고난, 현지인과의 우연한 만남에서 오는 감동, 맛없는 음식을 먹었을 때의 솔직한 표정 같은 ‘불완전한 진실성’은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하이프오디터(HypeAuditor)의 조사에서도 인간 인플루언서의 인게이지먼트 수치가 AI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난 점은 ‘찐팬’과의 상호작용이 여전히 인간의 영역임을 증명합니다.
마치며: 한국 여행업계가 주목해야 할 ‘검색’과 ‘팬덤’의 기로
현재 한국 여행 시장에서는 아직 가상 모델이 인플루언서로서 압도적인 성공을 거둔 사례가 드뭅니다. 하지만 국내 여행 마케팅이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에 고도로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업계와 크리에이터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대목입니다.
한국의 여행 콘텐츠는 정보를 전달하는 ‘검색 기반’의 성격이 매우 강합니다. 블로그의 정형화된 리뷰나 인스타그램의 예쁜 풍경 사진들은 AI가 가장 먼저 완벽하게 학습하여 대체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따라서 만약 여행 크리에이터가 단순히 정보의 나열이나 시각적인 미학에만 치중한다면, 비용 효율성이 압도적인 AI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이제 한국의 크리에이터들과 여행 브랜드들은 ‘단순 정보’가 아닌 ‘고유한 관점’과 ‘팬덤’에 주목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단순히 여행지의 정보를 찾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그 크리에이터의 감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지지하고 상호작용하는 ‘찐팬’ 기반의 커뮤니티와 협업할 때 실질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현재 여행업계의 유튜브 마케팅 현황을 보면 단순히 채널 구독자 규모나 인게이지먼트가 높다는 이유로 셀럽화된 타 분야 유튜버와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요. 개인 캐릭터성이 강한 유튜브 채널은 팬덤도 많지만, 그만큼 ‘인게이지먼트의 허수’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팬덤들은 ‘어디를 여행하느냐’에 크게 주목하지 않고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성에만 정서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여행 소비 고관여층은 2030이 주로 보는 대형 채널에는 많지 않아서, 비용 대비 효율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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