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프트(Skift)의 창립자 라파엘 알리(Rafat Ali)는 2026년 1월 18일 칼럼으로 통해 인도, 파키스탄 등 거대한 인구와 높은 영어 구사력을 가진 국가들을 중심으로 서구 유튜버의 찬사를 통해 자국의 가치를 확인받으려는 ‘인정 경제(Validation Economy)’가 강력한 상업 모델로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히치하이커는 이러한 인정 경제가 한국의 유튜브 신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는지 다각도로 살펴보며, 뉴미디어가 재편하고 있는 여행 저널리즘의 권력 지형도를 비판적으로 고찰해 본다.

[뉴미디어] 타인의 눈으로 우리를 본다, 디지털 제국주의
라파엘 알리가 지적했듯, 최근 유튜브 여행 콘텐츠의 핵심 동력은 ‘정체성 기반의 관객’이다. 약 4억 7천만 명으로 추정되는 인도의 활성화된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영어권 시청자 시장이다. 이들이 열광하는 콘텐츠 중 하나는 “세계가 우리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서구권 여행 유튜버들의 인도 여행 콘텐츠다.
서구권 여행 크리에이터들은 이 시장을 캐치하고, 이들을 위한 ‘거울’을 제공하기 위해 해당 국가로 향해 긍정적인 리액션을 담은 여행 콘텐츠를 만든다. 이를 접한 해당 국가 시청자들은 이를 개인의 감상이 아닌 ‘글로벌한 승인’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댓글창은 “진짜 우리를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감사로 넘쳐나고, 알고리즘은 이 감정적 몰입을 수치화해 영상을 글로벌 피드로 밀어 올린다. 결국 여행지는 시청자의 자존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소품일 뿐이고, 크리에이터는 그 대가로 막대한 조회수 수익을 거둔다.
이 현상은 단순히 백인 유튜버에게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길거리 음식을 다루며 유명해진 한국계 유튜버 두비두밥(구독자 430만 명)의 ‘세부 먹거리 기행‘편을 보면, 댓글의 상당수가 ‘우리의 식문화를 이렇게 공부하고 소개해줘서 고맙다, 문화적 존중이 돋보인다’는 필리핀인의 찬사로 가득하다. 통상 이 채널의 시청자층이 글로벌한 마켓임을 감안하더라도 유난히 필리핀권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한 ‘인정’ 콘텐츠임을 알 수 있다. 최근 두비두밥은 인도로 가서 델리 먹거리 기행을 촬영했다.
이러한 ‘정체성 기반의 관객’ 모델은 한국에서는 이미 ‘영국 남자(Korean Englishman)’와 같은 채널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이 채널의 창립자들은 한국의 불닭볶음면을 먹으며 놀라거나 감탄하는 영국인들의 리액션 콘텐츠가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에서 거대한 성공의 힌트를 얻었다. 이후 이들은 출연자들의 성별과 세대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음식에서 여행으로 콘텐츠를 확장하면서 한국인의 인정욕구를 정확하게 건드리는 콘텐츠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 채널 이후 출현한 수많은 ‘국뽕’ 채널들은 모두 한국인들이 내면화한 ‘서구적 시선에 대한 인정 욕구’를 정확히 파고들고 있으며, 이는 곧 보장된 조회수와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한국의 여행 유튜브 저널리즘은 점차 타국을 향해 ‘심판자’의 위치를 점유하려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때 한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활기를 잃은 지역을 방문해 “한국인이 사라진 이유”, “요즘 한국인들 안 오는 이곳 근황”을 조명하는 내러티브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크리에이터가 해당 여행지를 문화적으로 조명하는 듯 하면서도, ‘역시 이 나라는 어떻다’는 평가를 내리는 방식의 리액션 브이로그 콘텐츠는 최근 ‘다큐’적인 형식으로 포장된 채 한국에서 하나의 유튜브 저널리즘 포맷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이러한 콘텐츠의 주 소비층인 2030 세대에게, 이러한 ‘심판자적 다큐’는 단순한 오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존감의 결핍을 겪는 이들에게, 타문화의 부족함이나 몰락을 조명하는 서사는 선진국 시민으로서의 우월감을 확인시켜 주는 디지털 위안제가 된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차용한 주관적인 시선은 해당 국가의 복잡한 정치문화적 맥락을 거세하고 한국인 시청자의 입맛에 맞는 편견을 조준하며, 세상을 평면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문화적 선민의식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올드미디어] 미디어의 권력 재편과 맞물린 인정 경제의 강화
이러한 권력 재편 속에서 정작 현지의 진실을 기록하는 올드 미디어들은 점차 소외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2023년 9월 1일 알자지라(Al Jazeera) 칼럼에서 아남 후세인(Anam Hussain)은 글로벌 사우스 출신 여행 저널리스트들이 겪는 현실을 토로했다.
그녀의 칼럼에 따르면, 인도나 스리랑카 등의 관광 당국은 자국 기자의 심도 있는 취재보다 선진국 출신의 미디어를 우선적으로 초청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현지 기자는 복잡한 사회적 맥락을 비판적으로 건드릴 위험이 있지만, 외국인 크리에이터는 자극적인 ‘놀라움’과 ‘예찬’만으로 즉각적인 홍보 효과를 보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제3세계 국가들이 자국의 가치를 ‘내부의 시선’으로 기록하기보다, 서구인의 눈을 통해 ‘홍보’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제3세계 저널리스트가 서구권 대형 매체에 기고하려 할 때 겪는 입증의 고충도 크다고 한다. 유명 여행 매거진 편집자들은 이탈리아 기사는 매달 실으면서도 아프리카나 남아시아 기사는 “이미 몇 달 전에 다른 나라 기사를 냈다”며 대륙 전체를 하나로 묶어 취급한다는 것이다. 현지 기자는 왜 이 지역이 보도될 가치가 있는지, 서구인의 시선이 아닌 관점이 왜 중요한지를 매번 처절하게 증명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소외가 단순히 출신 성분 때문만은 아니다. 여행 마케팅 지형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여행 저널리즘이 수행하던 ‘정보 전달’과 ‘신뢰 구축’의 역할은 이제 알고리즘의 파급력을 가진 유튜브에게 옮겨갔다. 여행 시장에서 올드미디어(매거진, 신문 등)가 가진 마케팅적 힘과 도달율은 뉴미디어에 비해 처참할 정도로 낮아졌다. 그 과정에서 제3세계 저널리스트들은 ‘서구 중심의 편집 편향’과 ‘뉴미디어 중심의 시장 재편’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치며
여행 미디어의 권력이 뉴미디어로 넘어온 지금, 유튜브 여행 콘텐츠는 이제 단순한 개인의 기록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 이면에는 타자의 삶과 문화를 평면화하고 상품화하는 ‘관찰의 폭력’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 우리 채널을 포함해 모든 뉴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자신들이 단순한 유튜버가 아니라, 한 지역의 경제와 평판을 비추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영향력을 가졌음을 자각해야 한다.
동시에 크리에이터들은 타자의 공간을 점유하고 관찰하는 권력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여행 저널리즘의 진정한 가치는 ‘누가 인정을 받느냐’ 혹은 ‘누가 외면받느냐’를 심판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서로 다른 문화가 동등한 눈높이에서 서로의 진실을 응시하고 기록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남이 대신하게 두지 말라”고 외치는 제3세계 저널리스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히치하이커TV] 체코 직항으로 동유럽 여행 저렴해진다고? 2025…](https://hitchhickr.com/wp-content/uploads/2025/03/hotel_trend_2025.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