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젊은 층의 여행 방식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여행이 유명 관광지를 ‘정복’하고 화려한 사진을 남기는 ‘다카(打卡)’ 문화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Z세대는 자신의 내면을 돌보고 일상 속에서 정서적 해방감을 찾는 실용적이고도 감성적인 방식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매주 주말 숲으로 향하는 ‘멤버십 하이킹’과 도시의 골목을 색채로 재해석하는 ‘컬러 워킹’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 Z세대의 최신 여행 트렌드 두 가지를 살펴보고, 이 트렌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도시형 야외 헬스장의 탄생: 상하이의 ‘멤버십 하이킹’
지난 2026년 2월 아세안 투어리즘 포럼 현장에서 만난 상하이 출신 여행 기자(30대 여성) 줄리에게 우연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나 요즘 주말마다 하이킹 가는데 너무 재밌어. 연간회원권까지 끊었다니까?(1,600 RMB, 한화 약 30만 원)”라고 말이죠.
중국 경제의 중심지인 상하이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여행 형태는 ‘투부(徒步, 하이킹)’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산악회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들은 소셜라이징(사교)보다는 하이킹이라는 행위 자체의 ‘기능성’과 ‘정기성’에 집중합니다.
현지 리서치와 ‘유우샤커(游侠客)’, ’32호(32号)’ 등 신흥 여행 플랫폼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상하이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하이킹 클럽의 연간 회원권을 구매하는 것이 일상적인 루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회원권의 핵심은 ‘편리함’과 ‘루틴’입니다.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상하이 시내 특정 장소에 모여 클럽에서 제공하는 전용 버스를 타고 2~3시간 거리의 저장성 안지(安吉)나 항주(杭州) 인근의 숲으로 떠납니다.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며 안전과 경로를 책임지기 때문에, 참여자는 복잡한 일정 계획 없이 몸만 가면 됩니다.
제가 기자에게 “산에 가는 거면 그냥 개별적으로 가도 되지 않아? 왜 멤버십까지 끊었어?”라고 묻자, “한번 돈을 내면 매 주말마다 참여하는 건 무제한이거든. 그래서 많이 참여할 수록 이득이라, 가기 싫을 때도 몸을 일으켜서 가게 되는 효과가 있어”라고 답하더라고요. 이들이 고가의 멤버십을 지불하는 이유는 평일 5일 동안 직장에서 쌓인 ‘반웨이(班味, 업무의 찌든 때)’를 자연 속에서 치유하기 위해서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태도입니다. 과거의 단체 여행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인맥을 쌓는 ‘소셜라이징’이 주목적이었다면, 상하이의 멤버십 하이킹은 철저히 개인적인 ‘체력 단련’과 ‘스트레스 해소’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하이킹 도중 불필요한 대화를 자제하고 숲의 소리와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는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도를 최소화하려는 Z세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행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2. 도시를 탐험하는 새로운 시선: ‘컬러 워킹(Color Walking)’
하이킹이 도시 밖으로 나가는 탈출이라면, ‘컬러 워킹’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재발견하는 탐험입니다. 최근 샤오홍슈를 중심으로 확산된 이 트렌드는 단순한 산책을 하나의 예술적 활동이자 명상으로 격상시켰습니다. 이른바 골목을 탐험하는 트렌드였던 시티 워크에 이어 컬러 워크의 시대가 오는 모양새입니다.
컬러 워킹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길을 나서기 전 특정 색깔을 정하거나, 길에서 처음 발견한 눈에 띄는 색깔을 따라 이동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노란색’을 정했다면, 노란색 간판, 노란색 꽃, 노란색 옷을 입은 사람을 따라 무작정 걷습니다.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그 색깔이 이끄는 대로 도심의 골목골목을 누비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활동은 기성세대가 구축해 놓은 효율적인 ‘최단 경로’의 법칙을 거부합니다. 목적지 지향적인 삶에서 벗어나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컬러 워킹을 즐기는 한 이용자는 “매일 걷던 출근길도 노란색에 집중하니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이는 도시라는 물리적 공간을 하나의 거대한 보물찾기 판으로 변모시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도심에서 수집한 색채들을 촬영해 샤오홍슈에 피드로 구성하게 됩니다.
기사(Radii China)에 따르면, 컬러 워킹은 Z세대의 정신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특정 색채에 몰입하는 행위는 뇌의 잡념을 없애주는 ‘시각적 명상’ 효과를 줍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숏폼 영상과 알림 메시지로부터 벗어나, 오직 눈앞에 보이는 실재하는 색깔에만 집중함으로써 디지털 디톡스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심리적 보상을 얻는 극도의 ‘가성비 힐링’으로 평가받습니다.
3. 두 트렌드를 관통하는 키워드: ‘정서적 효율성’과 ‘리추얼’
멤버십 하이킹과 컬러 워킹은 외형적으로는 매우 달라 보입니다. 하나는 유료 회원권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야외 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자유로운 도시 탐닉입니다. 하지만 이 둘을 관통하는 핵심은 명확합니다.
정서적 가치(情绪价值)의 추구
중국 Z세대는 이제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개선하는 데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불합니다. 하이킹 회원권의 1,600 RMB는 단순히 차비와 가이드 비용이 아니라, ‘주말마다 보장되는 내 마음의 평화’에 대한 구독료입니다. 컬러 워킹 역시 비용은 들지 않지만, 자신의 관찰력을 사용하여 도파민 과잉의 뇌를 정화하는 고도의 정서적 활동입니다.
리추얼 라이프(Ritual Life)의 일상화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중국 청년들은 거창한 성공보다 통제 가능한 ‘일상의 의식(Ritual)’에 매달립니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하이킹 버스에 오르는 것, 매일 퇴근 후 특정 색깔을 따라 걷는 것은 흔들리는 일상 속에서 자기 주도권을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여행이 특별한 이벤트에서 일상적인 루틴으로 편입되고 있는 것입니다.
가벼운 아웃도어(轻户外)로의 회귀
두 트렌드 모두 ‘가벼움’을 지향합니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겠다는 거창한 야망이 아니라, 가볍게 숲을 걷고(Light Hiking), 가볍게 도시를 관찰하는(Light Walking) ‘칭후와이(轻户外, 가벼운 아웃도어)’ 문화의 발현입니다. 이는 여행의 문턱을 낮추고 지속 가능한 치유를 가능하게 합니다.
마치며
현재 서울시는 북한산, 도봉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도심 속 하이킹 투어리즘을 관광 전략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홍보 전략이 주로 영미권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K-마운틴’ 홍보에 치우쳐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입니다.
중국 중화권 시장은 한국 관광 산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입니다. 특히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상하이 등 대도시 Z세대의 여행 패러다임이 ‘정서적 치유’와 ‘일상 속 하이킹 루틴’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서울은 단순히 쇼핑하러 오는 도시가 아니라, 지하철로 30분이면 전문적인 하이킹 경로에 닿을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하이킹 시티’로 어필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풍경 관람을 넘어, 그들이 열광하는 ‘멤버십 기반의 체계적인 하이킹 프로그램’이나 ‘도시 탐험형 워킹 투어’를 정교하게 설계한다면 중화권 MZ세대의 발길을 서울의 산과 골목으로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 Z세대가 보여주는 변화는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고도화된 도시 사회에서 개인이 어떻게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보여줍니다. 그들에게 여행은 더 이상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감각으로 세상을 대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스스로의 침묵을 선택하는 하이커들과, 무채색 아스팔트 위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내는 워커들의 변화를 읽는 안목이 우리 하이킹 투어리즘의 다음 스텝을 결정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