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침투한 이후, 글로벌 여행 및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업계는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초기의 생성형 AI 도입이 단순한 고객 응대용 챗봇을 도입하거나 마케팅 문구를 자동화하는 초보적 수준에 머물렀다면, 현재는 기업의 고유 자산과 데이터를 완벽히 통합하여 스스로 작동하는 ‘에이전틱 워크플로우(Agentic Workflow)’의 시대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급격한 기술 혁신의 이면에는 심각한 구조적 양극화가 숨어 있다. 최근 스키프트(Skift)의 심층 칼럼 “The Great AI Upskilling of the Travel Workforce”에 따르면, AI 기술을 활용해 임직원의 역량을 선제적으로 재교육(Upskilling)하고 준비시키는 상위 그룹과, 이를 단순히 인건비 절감과 인력 감축의 핑계로 삼아 단기적 비용 깎기에만 급급한 하위 그룹 간의 격차가 무서운 속도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히치하이커는 글로벌 여행산업의 구체적인 사례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 두 진영의 전략적 차이와 그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비즈니스적 명암을 심층적으로 알아본다.
‘비용 절감(Cost Cutting)’에 갇힌 기업들의 부메랑
AI를 도구로만 바라보는 하위 그룹 기업들의 주된 목적은 ‘단기적인 비용 효율화’다. 이들은 생성형 AI가 인간의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만 주목하여, 조직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 대규모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리서치 및 예약 플랫폼 기업들의 행보다. 스웨덴의 핀테크 및 여행 결제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AI 기반의 고객 서비스 에이전트를 도입한 후, 상담원의 업무 효율이 70% 가까이 향상되었다고 발표하며 수백 명의 외주 상담 인력을 감축했다. 온라인 여행사(OTA)들 역시 고객센터(Call Center)의 프런트 라인 인력을 AI 에이전트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고정비 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 컷팅(Cutting)’ 전략은 즉각적인 재무제표 개선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장기적으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 환각(Hallucination) 리스크와 브랜드 신뢰도 추락: 최근 에어캐나다(Air Canada)는 챗봇이 고객에게 잘못된 환불 규정을 안내해 소송에서 패소하고 배상금을 지급하는 수모를 겪었다. AI 시스템에 대한 인간 직원의 면밀한 감독(Human-in-the-loop)과 도메인 지식의 검증 능력이 결여된 채 현장에 무리하게 도입된 AI는 브랜드 신뢰도를 치명적으로 훼손한다.
- 내부 지식의 휘발과 하향 평준화: 기업 고유의 문체, 고객 환대의 노하우, 복잡한 보상 처리의 맥락을 이해하던 숙련된 직원들을 내쫓고 AI 화면 하나만 방치하는 기업들은 결국 뻔하고 유치한 범용적 답변만을 출력하는 ‘개성 없는 서비스’로 전락하게 된다. 고객이 조금만 복잡한 예외 상황이나 맞춤형 조율을 요구해도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다.
전통적 호텔의 반격, ‘인력 업스킬링(Upskilling)’과 기술 주도권의 재편
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상위 그룹은 AI를 인간의 대체재가 아닌 ‘임직원의 능력을 무한히 확장하는 지표’로 삼고, 전사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과거 빅테크 기업이나 대형 OTA(익스피디아, 부킹홀딩스 등)에 밀려 기술 추격자(Follower)에 불과하다고 평가받았던 전통적인 대형 호텔 체인들이 이 ‘위대한 업스킬링’의 선두 주자로 치고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키프트(Skift)가 최근 분석한 글로벌 기업들의 AI 관련 채용 공고(Job Listings) 데이터는 이러한 판도의 변화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세계 최대의 호텔 그룹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Marriott International)의 최근 채용 파이프라인을 분석해 보면, 웬만한 테크 기반 OTA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고도화된 기술 역량을 요구하는 ‘AI 인력 및 내부 프로세스 설계자’ 포지션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더욱 상징적인 움직임은 16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글로벌 럭셔리 호텔 체인 랭햄 호스피탈리티 그룹(Langham Hospitality Group, LHG)의 행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랭햄 그룹은 최근 전 세계 30여 개 호텔에 걸쳐 총 3가지 목적 기반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AI 툴킷(AI Toolkit)’을 전사적으로 배포하며, 인력의 디지털 업스킬링을 시스템화했다.
| 기업명 / 그룹 | 주요 AI 에이전트 및 업스킬링 전략 | 핵심 비즈니스 효과 |
| 메리어트 (Marriott) | 전통적 호텔리어 대상 AI 프롬프트 및 시스템 흐름 설계 교육, 전사적 AI 직무 내재화 | OTA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적인 초개인화 마케팅 및 CRM 자산 구축 |
| 랭햄 그룹 (LHG) | 직원 교육용 ‘Knowledge Agent’ 및 상업 분석용 ‘Insight Agent’ 등 목적별 에이전트 구축 및 전사 교육 | 브랜드 표준 및 운영 절차의 실시간 숙지, 데이터 기반 마케팅/가격 전략 내재화 |
| 글로벌 OTA 진영 | 범용 LLM 모델 기반의 소비자향 여행 플래너 챗봇 개발, AI 스택의 제품 레이어 선점 | 소비자 인프라 확장 및 단기적 예약 전환율 최적화 |
랭햄 그룹의 밥 반 덴 오어드(Bob van den Oord) CEO는 “진정성 있고 직관적인 고객 케어, 그리고 강력한 임직원 역량 개발(Strong Colleague Development)은 항상 우리 운영의 핵심이었다”고 밝히며, AI 기술의 초점을 ‘직원 역량 강화’에 맞췄음을 명확히 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랭햄이 현장 직원들을 위해 구축한 ‘날리지 에이전트(Knowledge Agent)’다. 하우스키핑부터 식음료(F&B) 부서까지, 현장 직원들은 이 에이전트를 통해 브랜드 가이드라인, 부서별 운영 절차, 실시간 문제 해결 자원을 즉각적으로 제공받는다. 직원이 문서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현장에서 스스로 스킬을 연마하고 표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24시간 AI 코치‘인 셈이다.
또한 커머셜 부서의 마케터와 분석가들은 ‘인사이트 에이전트(Insight Agent)’를 활용해 예약 패턴과 소비자 행동, 시장 수요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교육을 받는다. 이를 통해 인간 마케터는 기계적인 데이터 취합 업무에서 완전히 해방되며, 분석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어떤 초개인화 캠페인을 설계할 것인가”라는 고부가가치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최종 감독관’이자 ‘경험 기획자’로 진화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스키프트가 강조한 “AI 평평화 현상(AI-Flattened Landscape)”의 본질이다. AI가 코딩과 시스템 구축의 기술적 장벽을 평평하게 무너뜨리면서, 테크 기업이 아니더라도 내부 인력을 빠르게 재교육시킨 전통적 기업들이 거대한 데이터 주도권을 직접 손에 쥐게 되었다.
본론 3: 두 진영이 맞이할 미래의 격차(The Widening Gap)
그렇다면 선제적으로 인력을 준비시킨 기업과 비용 절감에만 눈이 먼 기업 간의 격차는 앞으로 어떻게 벌어질까? 향후 10년(Decade) 내에 현실화될 비즈니스적 차별점은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① ‘진짜 데이터’와 ‘범용 데이터’의 품질 격차
인력을 업스킬링하여 자사 데이터와 AI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기업의 에이전트는 고객이 질문했을 때 해당 호텔 고유의 역사, 주변의 숨은 로컬 맛집 인사이트, 브랜드 특유의 정중한 톤앤매너를 완벽하게 반영한 초개인화 결과물을 낸다. 반면, 인력을 자르고 범용 AI 엔진에 의존한 기업들은 인터넷상의 허황된 정보와 뜬구름 잡는 이야기(환각)를 배출하며 고객 경험을 하락시킬 것이다.
② 업무 속도와 확장성의 비대칭
내부 업무를 세부 분업화(Task Decomposition)하고 이를 에이전틱 워크플로우로 자동화해 둔 기업의 마케터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블로그, 인스타그램, 뉴스레터, 보도자료를 동시에 생성·발행하는 데 단 몇 분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시장의 트렌드까지 수집해 반영하는 자동화 라인을 갖추게 된다. 인력 재교육이 없어 매번 프롬프트 창에 똑같은 명령어를 치며 시간을 보내는 기업들과는 생산성 측면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③ 휴먼 터치(Human Touch)의 가치 극대화
여행업과 호스피탈리티 산업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환대와 감동’에 있다. 랭햄 호텔의 사례처럼 AI를 통해 기계적인 문서 작업과 데이터 취합을 완벽히 위임한 직원들은 현장에서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한층 더 밀도 높은 물리적·정서적 경험을 설계하는 데 자신의 리소스를 집중할 수 있다. 반면, 준비 없는 감원으로 인해 업무 과부하에 시달리는 하위 기업의 직원들은 AI의 오류를 수습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고객 케어에 소홀해지는 주객전도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마치며: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AI 리터러시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는 더 이상 자랑거리가 되지 못하는 시대다. 핵심은 그 기술을 다루는 조직원들의 ‘역량 재정의’에 있다. 모든 임직원이 복잡한 파이썬 코딩을 배우거나 기술적인 아키처를 직접 빌딩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 업무의 로직을 명확히 쪼갤 줄 알고, AI가 차려준 데이터 밥상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잡아내는 비즈니스 감각, 즉 ‘AI 리터러시와 감도’를 키우는 것이다.
글로벌 여행산업의 대분열 속에서 생존하고자 하는 기업의 리더들이라면 지금 당장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회사는 AI를 핑계로 직원을 잘라내는 중인가, 아니면 직원을 24시간 작동하는 AI 비서들의 당당한 ‘최종 감독관’으로 진화시키는 중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앞으로 다가올 10년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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