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은 ‘에어비앤비가 여행에서 악몽을 선사한다’는 내용을 광고에 넣었습니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된, 에어비앤비의 숨겨진 청소비 책정 & 집주인의 선넘는 객실 사용 요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힐튼, 에어비앤비를 ‘악몽의 휴가’로 저격하다
전 세계 여행산업이 본격적인 엔데믹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2022년 7월, 힐튼은 TV 광고 시리즈 ‘For the stay’의 한 에피소드에서 매우 직설적인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매력적인 휴가용 숙소’로 소개된 주택에 도착한 가족은, 사진 속 숙소와 실제 숙소가 다르다는 걸 한 눈에 알게 됩니다. 문을 열자마자 으스스하고 먼지 쌓인 분위기에 경악한 가족들은, ‘처키’를 연상케 하는 인형들의 공격(?)으로 비명을 지르며 탈출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공포영화의 압축판이네요.
그렇게 형편없는 주택을 탈출한 가족은, 서비스와 청결함으로 완비된 힐튼 ‘엠버시 스위트’에 도착해 쾌적하게 여행을 이어가게 됩니다.ㅎㅎ 광고 한번 보시죠.
위 힐튼 광고의 댓글을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광고가 과장이 아님을 토로합니다. 왜냐면, 에어비앤비에서 한 두 번씩은 경험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성에서 귀신을 보지는 않았겠지만, 플랫폼 상의 사진과 실제 숙소 상태가 달랐던 경험은 사실 저도 많이 겪었던 일이고요. 호스트와 게스트의 분쟁, 추가 요금 요구, 부실한 보안 등 주택 임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잠재적 문제는 이제 모든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통의 경험으로 자리잡은 겁니다.
힐튼이 보유한 18개 브랜드 중에 왜 하필 ‘엠버시 스위트’가 광고에 등장할까요? 에어비앤비와 같은 임대 숙소에 정확히 대응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하와이에서 직접 취재했던 엠버시 스위트 호텔 리뷰가 있으니, 객실 구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힐튼이 2022년 하반기에 이 영리한 광고를 선보인 데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청소비 받으면서 추가 청소/세탁 요구 논란
2022년 9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에어비앤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청소비는 143$이며, 사용한 침대보 세탁도 하고 가세요(Welcome to Your Airbnb, the Cleaning Fees Are $143 and You’ll Still Have to Wash the Linens)’라는 충격적인 기사를 보도합니다. (기사 헤드에 세탁기 돌아가는 영상도 임팩트 있죠?)
한 여행자가 팬데믹 2년만에 모처럼 기대하며 도착한 에어비앤비 숙소는, 셀 수 없이 많은 투숙객 지침사항을 요구했습니다. 이미 객실가에 청소비까지 추가로 결제했는데도, 집주인이 마땅이 해야 할 세탁이나 청소를 게스트가 해놓고 퇴실하라는 겁니다. 여행자는 이 요구사항을 모두 틱톡에 올렸고, 순식간에 바이럴됩니다. 댓글만 5천 개가 넘게 달렸다고 하네요.(요새 미국의 틱톡 여행 콘텐츠 중에는 이러한 고발 영상이 많은 수를 차지합니다)
이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들이 에어비앤비 가격 표시 정책의 허점을 이용해 오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객실가가 주변 숙소보다 경쟁력 있으면서 좋은 리뷰를 받을 수록, 해당 주택은 좋은 위치에 노출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호스트들은 검색되는 객실가 기준에 ‘청소비’는 포함되지 않는 점을 감안해 가격을 책정합니다. 즉, 객실가는 낮게 올리고 결제 단계에서 추가 청소비가 더해지는 겁니다.
마치며 – 에어비앤비의 한 발 후퇴
결국, 이 논란은 에어비앤비가 가격 표시 및 체크아웃 정책을 변경하면서 일단락됩니다. 에어비앤비는 공식 입장을 통해 다음 두 가지를 명시합니다.
- 이제부터 검색 순위 알고리즘에서 1박 가격이 아닌, 총 가격을 우선시합니다.
- 게스트는 에어비앤비를 떠날 때 침대 정리, 빨래, 청소기 청소와 같은 불합리한 체크아웃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지금까지는 이런걸 요구해 왔다는 거네요)
그러나 공지사항 하단에는 이런 문구가 있네요. “하지만 저희(에어비앤비)는 게스트가 자신의 집을 떠날 때처럼 불을 끄고,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문을 잠그도록 요청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에어비앤비는 서비스가 아니라 ‘커뮤니티’이므로 타인의 집을 잠시 사용한다는 점을 인지하라는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여행자의 선택입니다. 로컬 체험을 위해 현지인의 집을 ‘빌려서’ 사용할지, 아니면 다소 지루하더라도 위험과 실패를 줄이는 ‘호텔’ 서비스를 받을지 말입니다. 히치하이커들은 어느 쪽이 더 좋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