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설 연휴에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의 취재를 위해 미국에 다녀왔다. 대형 선박을 통한 해외여행은 첫 경험이었던데다 자유 여행이다보니 소위 ‘인솔자’나 한국인 가이드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개별 여정이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혼동이 되거나 궁금증이 생기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가장 먼저 찾게 된건 바로 AI 검색이었다. 그리고 AI의 정확한 가이딩 덕분에 10일간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시행착오를 막아내고 크루즈 여행을 마치면서,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최근 트립닷컴의 AI 챗봇 관련 3년치 데이터 발표를 보면, 이제 전세계 여행자들의 AI 활용은 여정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히치하이커는 향후 여행자의 행태 변화에 따라 여행업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분석하고 정책 반영이 시급한 지점을 짚어본다.
여행 중 커진 AI 의존도, 직접 써보니 실시간 전문 가이드 역할
처음 생성형 AI를 마주하던 2년 전에는, AI가 여행 전반에 도입된다 해도 소비자 측면에서는 주로 여행 전에 간단한 검색이나 일정 계획부터 쓰일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실제로도 챗GPT의 경우 이전 데이터를 활용하다보니 정확성이 떨어졌고, 동시성이 생명인 여행 정보에 실시간으로 활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검색 데이터를 가진 구글이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생성형 AI의 답변 수준은 실로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다. 실제로 이번 여행에서 주로 사용했던 엔진은 구글의 ‘제미나이’였는데, 그야말로 소름이 끼치는 수준이었다.
특히 크루즈의 경우 선박마다 기존에 쌓인 리뷰 데이터가 많다보니 선박별로 특화된 가이드까지도 해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번에 탑승한 선박 역시 이미 20여년 이상의 히스토리가 있다보니 웹상에 데이터가 많은 편에 속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미국 여행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크루즈 여행’이 매우 낯설었다는 점이다. 아주 사소하게는 인터넷 패키지 사용법부터 드레스 코드까지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작은 것 하나에도 ‘이렇게 해도 되나?’싶은 것들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제 AI는 어설픈 여행 일정 생성이나 할루시네이션이 낀 검색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정확하게 ‘여행 가이드’의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2기기 접속이 허용되는 크루즈 와이파이 패키지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총 4인이고 방이 2개로 갈라져있어서 어떻게 활용하는게 가장 효율적일지 처음에는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는 이 와이파이 패키지가 ‘무제한’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필요한 정보를 물었는데, 핵심 이용 가이드를 자세하게 도출해준 덕분에 이후 일정 내내 와이파이에 대한 의문점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 로얄 캐리비안은 스타링크를 쓰고 있어서 와이파이 속도도 매우 좋았다.

그뿐 아니라 저녁식사 예약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아리까리한 점이 많았다. ‘마이 타임’이 처음에는 무조건 매번 식사 때마다 예약을 꼭 해야 하는줄 알고 예약을 하러 앱에 들어갔는데 원하는 시간대가 없어서 난감했다.
하지만 그냥 워크인으로 가면 된다. 또한 복장도 처음엔 무조건 갖춰입고 가야만 하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신경쓸 필요도 없었다. 제미나이는 ‘원하는 시간에 가도 되는데, 다만 대기가 필요하다’는 식의 아주 구체적인 조언을 해주었고, 드레스코드 역시 정확하게 디렉션을 주었다.

앞의 두 가지 질문은 사실 크루즈 여행 초보자의 기초적인 질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점차 크루즈 일정이 지속되면서, 질문의 깊이는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특히 실제 상황에 기반한 조언이 필요했다. 이 경우 위의 질문처럼 안내문이나 앱 상의 설명을 캡쳐해서 업로드하면, 제미나이는 더 정확한 가이드를 해주었다.
예를 들어 텐더보트 스케줄과 기항지투어 정보를 주면, 그 나머지 시간 활용까지도 여행 계획을 짜주는 식이다. 이러한 사고 전개는 이전에는 인간 인솔자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고, 만약 인솔자가 이 정도의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해결해줄 수도 없는 일이다.
이 외에도 내 질문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특히 크루즈의 경우 언제 크루즈 터미널에 도착해야 하고, 터미널에서 배를 타는 입항 과정은 어떻게 되며, 하선은 어떻게 하며 그 이후에 터미널에서 택시를 탈지 렌트를 할지 등 수많은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그 때마다 제미나이는 너무나 정확하게 방향성을 알려주었고, 간혹 답변이 부정확한 경우에는 내가 가진 데이터를 주면 좀더 확실한 답을 주었다.
가이드가 해결 못하는 법적 조언 및 사건 대처까지
하지만 진짜 AI가 무서웠다고 느낀 건, 크루즈 이후 개별 여행 중 작은 사건사고가 났을 때 처리 방법을 알려줬고 실제로 해결을 해줬다는 것이다.
LA 일정에서 묵고 있던 힐튼 계열의 호텔이 체류하는 동안 이유 없는 신용카드 승인을 두 차례나 발생시켰다. 특히 체크아웃 후 170달러라는 어처구니없는 추가 금액을 청구한 사실이 귀국 직전에 발견되었고, 이미 호텔을 떠나 공항에 도착한 상태에서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때 AI는 단계별 처리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특히 힐튼의 서비스 관련 본사 메일 주소를 참고로 지정하고 법적 후속 처리까지 염두에 둔 메일을 작성해 주었다. 이 메일을 그대로 복사해 호텔 측에 보냈더니, 거의 바로 승인을 취소시켰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AI 활용이 단순히 인간 가이드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의 여행 경험과 소통 방식 전반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로서 여행 콘텐츠의 기획부터 자료 수집과 분석, 스크립트 구성 전반에 이르기까지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따라서 너무나 광범위한 분야에서 AI가 여행업에 미칠 영향은 이제 명약관화한 상황이다. 여행업 자체의 정의가 다시 필요한, 어찌보면 산업에서는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초개인화’ 대응하는 여행업 재정의 시급해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은 비단 운이 좋았던 사례가 아니다. 웹인트래블(WIT)이 보도한 트립닷컴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과거 여행 전 항공권이나 호텔 검색에 머물렀던 AI 챗봇의 활용도가 최근에는 여행 중 실시간 정보를 묻는 비중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여행자의 40% 이상이 여행지 현지에서 맛집 추천이나 교통 수단 안내를 받기 위해 실시간으로 AI를 호출하며, 질문의 형태 또한 “일정 짜줘” 같은 포괄적 요청에서 “지금 비가 오는데 근처 실내 활동 추천해줘” 같은 즉각적이고 상황 맥락적인(Context-aware) 질문으로 진화했다. 이는 AI가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를 넘어, 여행자의 주머니 속에서 24시간 대기하며 모든 변수에 대응하는 ‘디지털 인솔자’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결국 AI 시대에 살아남는 여행업의 본질은 초개인화된 전문 컨설팅에 있다. 최근 부산일보의 한 칼럼에서 기자가 경험한 ‘1인 큐레이터에게 일당을 주고 구매한 맞춤 일정’에 대한 높은 만족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1인 여행 컨설팅 활동이 여행업 미등록 시 여전히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 기자는 해당 여행 큐레이터가 ‘여행업’에 등록했는지 여부를 과연 확인해 봤을지 궁금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포라(Fora)’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개인 여행 컨설턴트가 전문직군으로 자리 잡으며 여행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소위 ‘대리점’으로 대표되는 여행사 창업이 대부분이고 세부적인 여행업의 제도적 분류나 인증 시스템, 전문 교육 과정조차 전무하다. 이에 따라 변화하는 소비자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존 여행사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SNS상의 ‘회색 시장’ 사이에서 괴리만 커지고 있다. 이들을 방치한다면 결국 불법 무면허 상담이나 사기성 여행 상품에 노출되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이제 정부와 업계는 ‘여행사’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행 설계(컨설팅)와 매표 대리 행위를 명확히 구분하고, 전문 지식을 갖춘 크리에이터나 작가들이 제도권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여행업의 범주를 다시 검토하고 수정해야 한다. AI가 가이드의 영역을 빠르게 대체하는 지금, 역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전문가의 안목’을 산업화하는 일이다. 이것이 2026년 이후 대한민국 아웃바운드 시장이 생존하기 위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