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유로뉴스 보도에 따르면 유럽 여행시장에서는 구독 요금제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제 여행은 단발성 소비가 아니라, 매달 일정 요금을 지불하고 꾸준히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재정의되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항공사, 크루즈, 호텔 업계에서는 ‘무제한’, ‘올 유 캔’, ‘프리패스’ 등의 키워드를 내세우며 장기 이용자를 겨냥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헝가리의 저가 항공사 위즈에어(Wizz Air)는 2가지 무제한 항공 패스를 출시했고, 그 중 완전 무제한 패스인 멀티패스는 출시 48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이 상품을 실제로 이용한 디지털 노마드의 최신 경험담은, 여행의 구독화가 단순히 가격 경쟁력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히치하이커닷컴은 위즈에어의 사례를 통해, 여행의 구독화가 던지는 의미를 입체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와 구독 여행: 실험과 현실의 경계
무제한 항공권의 잠재력을 실감한 이 중 한 명은 독일 출신의 유튜버 ‘더렌즈노마드(TheLensNomad)’였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위즈에어의 ‘All You Can Fly’ 패스를 구매한 뒤 두 달간 12회의 유럽 내 항공 여행을 다녀온 실제 사용 후기를 유튜브를 통해 공유했습니다. 그는 세비야, 로마, 파리, 런던, 프라하, 빈 등 유럽 주요 도시를 넘나들며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을 실현했고, 구독형 여행이 얼마나 큰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는지 직접 체험했습니다.
그가 꼽은 장점은 분명했습니다. 전용 사이트를 통한 예약은 비교적 간단했고, 계획만 잘 세우면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도시를 다녀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구독형 항공권의 가치는 뚜렷했습니다. 그러나 이면에는 여러 제약도 존재했습니다. 위즈에어의 시스템은 출발 72시간 전부터 3시간 전 사이에만 예약이 가능해, 숙소나 다음 여정에 대한 계획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었고, 체크인을 온라인으로 하지 않으면 약 50유로의 벌금이 부과됐습니다. 환율 차이에 따른 수수료, 환승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 등은 여행의 피로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참고로 위즈에어의 구독제는 2가지로, 멀티패스와 All You Can Fly 패스가 있습니다. 멀티패스는 799유로로 세금 포함 항공권을 무제한 제공하는 반면, All You Can Fly는 연회비 599유로뿐 아니라 항공편 예약 시마다 구간별 고정 요금 (€9.99) 추가 결제가 필요합니다. 현재 멀티패스는 매진이며, All You Can Fly만 구매 가능합니다. 위의 유튜버가 구매한 패스 역시 추가요금을 내야 하는 All You Can Fly입니다.
📊 위즈에어 ‘All You Can Fly’ 패스 실사용시 장단점 분석
(출처: TheLensNomad 유튜브, Euronews)
항목 | 장점 | 단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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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가격 | 연간 약 €599 | 추가 수수료, 벌금, 환율 차이 반영되지 않음 |
예약 시스템 | 웹사이트 통한 간편 예약 | 예약 가능 시간대 제한 (72~3시간 전), 인기 노선은 조기 마감 가능성 높음 |
여행 유연성 | 유럽 780개 노선 이용 가능, 노마드형 이동에 적합 | 비선호 시간대/장시간 대기 발생 가능 |
여행자별 적합도 | 패스 사용이 적합한 사람 자유로운 여행 일정이 가능한 사람 (예: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 등).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 월 2~3회 이상 비행 가능하다면 경제적 이점이 있음. 가벼운 짐으로 짧은 여행을 자주 떠나는 사람 | 패스 사용이 부적합한 사람 – 1년에 최소 20~25회 이상 비행해야 본전치기가 가능하므로, 그 이하로 여행하는 사람 – 잦은 여행에 따른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 – 복귀 항공편 확보가 어려운 경우도 있어, 일정 조정이 어려운 직장인. |
새로운 여행의 구조: 소비 방식인가, 삶의 방식인가
이렇듯 구독형 여행 서비스는 단순히 저렴한 여행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정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훨씬 실용적인 구조를 제공합니다. 그들은 주중 항공권, 비수기 여행, 유동적인 스케줄을 활용할 수 있는 특수한 소비자군입니다. 오히려 예약의 제약이나 일정의 유동성은 이들에게 ‘리스크’가 아닌 ‘자율성’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여행 구독제의 불편한 요소는 일반 여행객에게는 제약일 수 있으나 디지털 노마드에게는 이동의 자유를 위한 작은 댓가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구독형 항공 패스가 인기를 끄는 것은, 이동형 라이프스타일을 받아들인 소비자군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 많은 항공 이동은 필연적으로 환경에 부담을 줍니다. 유럽환경청(EEA)은 이러한 무제한 항공 상품이 탄소배출을 촉진하고, 지역 간 균형을 해치며, 지속가능한 관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개념은 동시에 ‘지속 가능한 여행은 점점 멀어질 수 있다’는 함정도 내포한 것이죠. 특히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반복적인 단기 체류가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기여 없이 자원만 소모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며
여행의 구독화는 단지 하나의 유행을 넘어, 이동의 일상화와 노동의 유연성이 만들어낸 새로운 여행 문화의 산물입니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새로운 인구 집단이 있으며, 항공사와 관광업계는 이들을 향해 점점 더 파격적인 조건의 상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위즈에어의 사례는 그런 흐름의 대표적인 실험이자,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여행의 구조적 전환’을 상징합니다.
이제 여행은 더 이상 ‘가끔 떠나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계속 이동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구독제 여행이 단지 저렴하거나 편리해서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삶의 방식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적·산업적 조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여행업계와 정책 당국은 단기적인 수요 대응을 넘어 보다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면서도, 그 자유가 다음 세대에도 남겨질 수 있도록 하는 균형점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가장 고민해야 할 여행의 과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