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베이커리 투어리즘(Bakery Tourism)’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 명소 중심의 관광에서 이제는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난 ‘핫한 빵집’을 찾아 나서는 여행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패스트컴퍼니는 2025년 7월 2일자 기사에서 이 같은 흐름을 조명하며, 젠지(Gen Z) 세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빵 순례 열풍’의 근원을 심리적,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흐름은 한국의 ‘성심당 열풍’과도 맞닿아 있으며, 불경기 속 여행 소비의 방향 전환이라는 점에서 국내 관광 지자체에도 시사점을 줍니다. 히치하이커는 베이커리 투어리즘의 현황과 시사점을 분석했습니다.
‘립스틱 효과’가 만든 새로운 여행 욕구
미국 젠지 세대는 이제 바(bar) 투어 대신 ‘페이스트리 크롤(pastry crawl)’을 떠납니다. 패스트컴퍼니에 따르면, 이들은 주말마다 새로운 베이커리를 방문하거나, 해외여행 일정 자체를 SNS에서 본 인기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계획합니다. 유명 베이커리 앞의 긴 줄은 오히려 그 가치와 ‘성지’임을 증명하는 풍경이 되었고, 크루아상 하나에도 ‘경배’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한국에서도 ‘도너츠’나 ‘베이글’ 열풍이 불었던 것과 비슷합니다.
이러한 작은 미식 열풍의 심리적 배경은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로 설명됩니다. 경제가 침체될수록 사람들은 큰 소비 대신 작은 사치를 즐기려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이처럼 8달러짜리 아몬드 크루아상 하나에 돈을 쓰는 것이 저녁 한 끼 외식보다 더 ‘가성비 있는 위로’로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국 베이커 전문 사이트에 따르면, Z세대의 80%는 “하루 한 번의 달콤한 간식이 정신 건강을 향상시킨다”고 답했으며, 이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트릿 브레인(treat brain)’이라 불렸던 일시적 자가 보상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습니다.
작은 미식의 인기가 지역 관광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국내에서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전의 대표 베이커리 ‘성심당’은 이미 전국적인 ‘빵지순례’ 성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23년 성심당을 찾은 외지인 방문객은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으며, 방문객의 72%는 대전 내 다른 가맹점도 함께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튀김소보로를 중심으로 한 빵 콘텐츠가 대전을 하나의 ‘미식 여행지’로 탈바꿈시킨 것입니다.
얼마전 아고다의 발표에 따르면 대전은 2024년 아시아 최고의 가성비 여행지 9위에 올랐는데,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성심당을 중심으로 확장된 빵지순례 콘텐츠가 도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점이 핵심입니다. 일본 방송에서도 성심당을 ‘서울에서 열차 타고 올 정도로 유명한 빵집’으로 소개하면서, 대전은 이제 아시아 소비자에게도 ‘빵의 도시’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마치며: 지방 관광의 해답 찾기
베이커리 투어리즘은 단순히 디저트를 즐기려는 미식 트렌드가 아닙니다. 젊은 세대의 여행 소비가 ‘가성비 있는 감각적 경험’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불황기에도 꾸준히 작동하는 관광 수요의 코드입니다. 대전의 성심당 사례는 이를 가장 명확히 증명합니다. 하나의 베이커리가 도시 전체의 체류시간과 소비를 확장시킨 것입니다.
따라서 지방 자치단체들은 이 흐름을 단순 유행이 아닌 전략적 시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역 내 우수한 식음료 자원이나 숨은 식음료 브랜드를 콘텐츠화하고, 체험·여정으로 엮어내는 ‘작은 미식 콘텐츠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불황기일수록 젊은 세대는 그 사치를 찾아 기꺼이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의 종착지가 곧, 지역의 미래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