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여행 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럭셔리 여행 분야는 그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빠르다. 최근 프리퍼드 호텔 앤 리조트(Preferred Hotels & Resorts)가 발표한 2025년 연구 보고서, ‘더 럭셔리 트래블 리포트 (The Luxury Travel Report)’는 럭셔리 여행 시장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이끌 다섯 가지 주요 트렌드를 조명하고 있다.
히치하이커닷컴은 이 연구에서 도출된 주요 트렌드를 살펴보고, 특히 럭셔리 여행 산업의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된 ‘베이지화(Beige-ification)’ 현상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럭셔리 여행자, 획일화 벗어나는 데 돈을 쓴다고?
리포트에 따르면, 럭셔리 여행은 2025년에도 여전히 뜨거운 수요를 유지할 전망이다. 부유한 미국인 여행자들은 평균 8회의 여가 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25,000달러 이상의 예산을 할당하는 등 2024년 대비 여행 지출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일반적인 경고와는 상반되는 양상이며, 이들이 여행에 부여하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연구에서 제시된 럭셔리 여행의 미래를 형성하는 다섯 가지 핵심 트렌드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문제는 바로 ‘베이지피케이션 #Beigefication, 즉 베이지화 현상이다. 이 연구에 참여한 부유한 여행자의 80%는 인스타그램이 럭셔리 여행에 ‘복사-붙여넣기’ 효과를 만들었다고 응답했다. ‘동일한 뉴트럴 색상 팔레트’, ‘동일한 인피니티 풀 각도’, 그리고 ‘전략적으로 배치된 동일한 다육식물’ 등의 호텔 디자인이 알고리즘적으로는 아름답게 보일지 모르지만, 영혼 없는 획일성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럭셔리 여행자의 60%가 “최근 럭셔리 호텔이 베이지하게 느껴진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많은 럭셔리 시설과 경험들이 개성과 독창성을 잃고 서로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셜 미디어는 오히려 럭셔리 여행자들에게 혼란을 주며, 77%가 소셜 미디어가 자신의 여행 욕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부유층 여행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베이지화에 대한 반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들의 84%는 “최근 럭셔리 호텔이 베이지하게 느껴진다”고 말했으며, 92%는 호텔이 진정한 럭셔리보다는 대중적인 매력을 위해 디자인되었는지 즉시 구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79%는 현대 럭셔리 호텔이 “표준화를 위해 영혼을 희생했다”고 응답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럭셔리 여행자들이 단순히 베이지화를 인지하는 것을 넘어, 이를 ‘탈출하기 위해’ 여행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획일적인 경험에 대한 명확한 거부 의사이며, 독창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에 기꺼이 투자하겠다는 강력한 신호이다. 이러한 ‘럭셔리 여행자의 반란’은 다른 산업에도 중요한 경고 시스템으로 작용한다. 모든 것이 동일한 미학을 향해 최적화될 때, 애초에 그것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개성과 영혼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획일화된 럭셔리를 탈피하는 4가지 전략
연구는 이러한 ‘반알고리즘적 소비’를 포착하기 위해 브랜드가 수용해야 할 네 가지 전략을 제시하며, 이는 AI 최적화와 인간의 창의성이 어떻게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더 깊은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레거시 모먼트 – 희소성있는 순간
- 유산 순간의 중요성: 럭셔리 여행자들은 일생에 단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개인적이고 깊이 있는 경험을 추구하고 있다.
- 여행자 기대: 58%는 드문 순간과 개인적 연결을 중시하며, 64%는 진정한 몰입을 원한다.
- 여행의 재정의: 럭셔리의 상징은 전통적인 사치에서 독특한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여행의 가치: 개인적 연결과 비공식적인 네트워크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 순간을 열어준다고 85%가 동의하였다.
고급 맞춤형 큐레이션
- 큐레이션의 중요성: 럭셔리 여행자들은 대량 여행 경험을 피하고, 독특한 감각적 경험을 원한다.
- 여행 조언자의 역할: 여행 조언자는 검증된 경험을 제공하며, 84%는 “신뢰할 수 있는 여행 조언자가 무제한 인터넷 검색보다 더 가치 있다”고 응답하였다.
- 서비스와 큐레이션: 서비스 문화만큼이나 큐레이션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며, 여행자들은 독창적인 경험을 중시한다.
- 여행 경험의 요소: 음식 및 음료, 편의 시설, 디자인 및 예술이 여행 경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해리티지 럭셔리 – 역사적 스토리텔링
- 역사적 경험의 통합: 90% 이상의 럭셔리 여행자들은 역사적 경험이 여행에 통합되기를 원한다.
- 여행자의 기대: 여행자들은 역사에 참여하고, 전통과 문화적 순간을 경험하고자 한다.
- 가족 여행의 중요성: 다세대 여행을 계획하는 럭셔리 여행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가족과의 공유된 기억을 중시한다.
- 숙소 선택: 리조트는 다세대 여행을 위한 이상적인 숙소로 여겨진다.
자체 로열티 프로그램의 중요성
- 로열티 프로그램의 역할: 로열티 프로그램은 럭셔리 여행자들이 고급 숙소에서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생명선이다.
- 여행자들의 전략: 85%의 럭셔리 여행자들은 “럭셔리 해킹”을 통해 고급 여행 경험을 유지하고 있다.
- 경제적 압박 대응: 여행자들은 로열티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고급 서비스를 유지하고자 한다.
- 여행 지출의 변화: 75%의 럭셔리 여행자들은 비용 상승과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여행 습관을 조정하였다.
마치며
이 연구에서 제시된 다섯 가지 트렌드는 럭셔리 여행 시장이 양적인 성장을 넘어 질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베이지화 현상에 대한 럭셔리 여행자들의 강한 반감은, 산업 전반에 걸쳐 진정성과 독창성, 그리고 개인화된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특히 럭셔리 호텔의 시각적 아름다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최근 중국의 고소득층 여행 소비자를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지적하는 지점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시설은 첫인상을 강하게 남길 수 있지만, 감정적인 의미나 서사가 부재할 경우 결국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스토리와 감정이 연결된 경험을 더 잘 기억하며, 공간이 이러한 요소로 채워지지 않으면 단순한 ‘예쁜 방’ 중 하나로 남게 될 뿐이다. 따라서 럭셔리 환대는 눈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넘어, 머무는 동안 여행자의 마음에 깊이 각인될 수 있는 고유한 ‘이야기’와 ‘영혼’을 담아야 한다. 따라서 2025년 럭셔리 여행 시장은 단순히 ‘럭셔리’라는 이름표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으며, 여행자들에게 진정으로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 승리할 것이다.
- 연구 개요: 이 연구는 프리퍼드 호텔 앤 리조트가 2025년 2월 27일부터 3월 10일까지 진행했으며, 503명의 고소득층 미국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