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7일자 USA 투데이의 ”너무 관광객이 많아지기 전에 그곳에 가고 싶다 : Z세대는 여행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있나‘(‘I want to get there before it gets too touristy’: How Gen Z is redefining travel)라는 기사는 엔데믹 이후 최근 2030 세대의 해외여행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기사에서 제시한 4가지 트렌드를 히치하이커의 시각으로 해석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그 전에 현재의 젠지(GenZ)가 처해있는 사회적 환경과 여행을 향한 인식이 변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 세대인 밀레니얼을 관통하던 시대적 키워드는 욜로(YOLO), 즉 한 번 사는 인생에서 즐거움을 유예해서는 안되며 현재를 즐겨야 한다는 관점이었습니다. 사실 한국인에게는 덜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 밀레니얼에게 여행은 곧 ‘파티(party)’, 술과 유흥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겁니다. 오죽하면 팬데믹 때도 에어비앤비가 객실에서 파티를 금지한다는 룰을 발표했을 정도에요.
반면에 Z세대가 메인 소비자로 떠오른 지금은 알코올 음료가 덜 팔리고 무알코올 음료가 부상한다는 얘기 들어보셨을 거에요. 이들은 파티광 여행에서 벗어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대신 발전한 기술과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좀더 문화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여행을 ‘가성비있게’ 하고 싶어 합니다.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 계층 중에서 가장 가처분 소득이 적은 세대가 Z세대니까요. 이들이 적은 예산으로 어떤 여행에 어떻게 돈을 쓰려고 하는지, 4가지 트렌드로 살펴봅니다.
1. #트래블틱톡, 내가 제일 먼저 발견할 거야
미국의 50대 이상이 가이드북을 펼쳐가며 여행을 했고, 3040이 트립 어드바이저를 통해 여행을 했다면, 20대들은 틱톡으로 여행을 합니다. 즉 미국의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고 싶은 전 세계 목적지라면, 틱톡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이제 안된다는 겁니다.
영미권 젊은 세대가 얼마나 틱톡에 의존하는 지는 사실 말할 필요가 없지만, 통계로도 나옵니다. 정규 교육을 받고 미국, 캐나다, 영국 및 호주에 거주하는 18~2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4,000명 중 89%가 틱톡으로 새로운 목적지를 찾았으며 70%는 틱톡을 여행 계획 도구로 사용한다는 겁니다. 영미권 청년 여행자에게 틱톡이 어떤 위상인지를 잘 알 수 있는 수치입니다. (한국에서는 틱톡 비중은 미미하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이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유튜브로 여행 영상을 보고, 성장해서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Z세대 여행자의 대다수는 대중 관광의 영향을 받지 않거나 쉽게 찾을 수 없는 목적지를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소셜 미디어가 제공하는 엄청난 접근성과 연결성은 이전 세대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장소를 빠르게 발견하도록 해 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또래 여행자들이 발견한 새로운 곳을, 더 많이 알려지기 전에 빨리 가보고 싶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가 됩니다.
이들은 틱톡을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로도 활발하게 진출합니다. 미국에서는 전업 틱톡 여행 인플루언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틱톡에서 화제가 될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투어리스티’한 곳을 피해서 새로운 장소를 발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나만의 ‘와우’ 장소를 발견하고 이걸 틱톡에서 최초로 알리는게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중요한 일이 됐다는 겁니다. 목적지 마케팅을 하고 있다면 관광 명소보다는 자신만의 목적지와 장소를 찾는 데 중점을 두는 틱톡 콘텐츠가 가진 고유의 특징에 반드시 주목해야 할 거에요. 저도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너무나 깊게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2. 술은 몰입형 문화 경험에 방해가 된다
과거의 젊은 세대와 달리 Z세대는 전형적인 파티 여행에서 벗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83%의 Z세대는 술과 파티에 쓸 예산이 있으면, 그 돈으로 오히려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관광명소를 방문하는데 쓰고 싶어합니다. 한 조사에서 미국 Z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이탈리아와 일본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두 곳은 이전 세대가 선호했던 암스테르담과 같은 시끌벅적한 나이트라이프가 있는 여행지와는 정반대의 이미지입니다. 문화 콘텐츠를 주력으로 한 여행지죠.
그런데 Z세대가 여행지 문화에 접근하는 방식은 부모 세대와는 전혀 다릅니다. 이들은 ‘이 나라에 가면 이것을 꼭 보고 싶다’라고 엄격하게 정해놓고 여행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보다는 물가가 적당히 저렴하고, 해당 지역에 존재하는 고유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숙소를 찾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 여행을 한다면, 가급적 한옥에 머물며 구도심을 탐험하는 여행을 하려는 경향성이 있다는 겁니다.
동시에 술은 여행에서 가장 낮은 우선 순위에 놓여 있습니다. 현지에서 자신과 비슷한 문화, 인종 출신들끼리 만나서 즐기기만 하는 여행은, 현지 문화를 이해하거나 몰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현지인과의 대화나 네트워킹에 도움이 되는 술과 음식이라면 물론 예외가 되겠죠.
제 개인적인 의견을 하나 보태자면, 파티 문화는 지금의 소셜미디어 세대에게는 매력적인 ‘그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틱톡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의 속성은 다른 이에게 정보가 되거나(유용성), 아니면 재미있거나 둘 중 하나인데요.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지금의 Z세대에게 ‘자신이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는 영향력을 확보하거나 유용성을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직전 세대인 밀레니얼이 이를 ‘관종끼 있다’, ‘쿨하다’고 인식했던 것과는 달리 말이죠.
3. 솔로 여행, 모험과 안전 모두가 중요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여성 여행자가 스스로 모험을 하는데 큰 두려움이 없습니다. 설문 조사에 참여한 여성 중 50% 이상이 혼자 떠나는 여행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중 83%는 혼자 여행하는 여성 콘텐츠 크리에이터로부터 영감을 받았습니다. 즉 이들 또래의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솔로 여행 콘텐츠를 많이 생산해내고 있고, 소비자들은 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솔로 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편안함에서 벗어나 자기 발견과 자유로움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여성 혼행이 그렇게 새로운 스타일의 여행은 아니죠. 하지만 미국의 부모 세대만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솔로 여행이 흔하게 용인되던 세대가 아니며, 지금도 부머(boomer) 세대에게는 부부 여행이 완벽한 주류입니다. 미국의 크루즈 산업에서 2인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크루즈 업계도 이제는 1인실 상품과 요금을 만드는 등 젊은 층의 변화된 여행 행태에 대응하려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대목은, 제가 관찰한 밀레니얼은 혼행을 하더라도 현지에서든 미리 준비하든 꼭 동행을 찾거나 새로운 만남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Z세대의 경우 호스텔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밤에 혼자 모험을 하는 등의 돌발적인 위험은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 위험은 줄이고 효용성은 높이려는 가성비 추구 성향이 이런 대목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4. 교통수단, 아주 재미있거나 vs. 최고의 가성비거나
Z세대 여행자는 대체 교통수단, 특히 기차에 관심이 있습니다. 물론 지속가능성에 가장 민감한 세대이기 때문에 어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주된 이유는 “비행기나 버스에서 놓칠 수 있는 지역과의 연결성”을 얻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과거 세대와 달리 첨단 기술 시대에 태어난 이 세대에게, 기차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인 것이죠. 물론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은 기차 여행이 그다지 대중적이지도, 편하지도 않긴 합니다. 암트랙이나 철도 시스템을 이용해 더 많은 곳을 현지로 여행하고 싶지만 가격과 일정, 오고 가는 시간 때문에 대개 자동차로 이동할 수 밖에 없는 인프라를 갖고 있거든요.
미국에서 가장 보편화된 국내여행 교통 수단은 당연히 항공 여행입니다. Z세대는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이 여행하기 위해 저가 항공인 프론티어 항공(Frontier Airlines)에서 나오는 무제한 비행패스 고와일드(GoWild)를 선호한다고 하네요. 사실 프론티어는 저도 예전에 이용해봤지만 환불도 안되고 너무 안좋은 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 모든 단점들을 가격이 커버할 수 있다면, Z세대는 기꺼이 선택한다는 겁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Z세대 여행자는 목적지에 도착하면 곧바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좋아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공항이나 역에 도착해서 다시 렌터카를 빌리려면 가격 비교부터 결제, 서류 작성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치잖아요. 그보다는 대중교통으로 곧바로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더 선호한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Z세대는 우버로 대표되는 호출형 교통수단이 보편화된 세대라, 렌트 시스템은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라스트 마일’의 미묘한 선호도 변화는, 향후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