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히치하이커 대표, 김다영입니다.
지난 2025년 10월, 트립닷컴이 진행한 캠페인의 일환인 ‘혜리의 여정을 따라 떠나는 ‘Flip it! 차이나는 트립‘에서 협업 인플루언서로 선정되어 중국 칭다오 3박 4일 트립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이 너무 많은데요. 참여 미션이 모두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이 여행상품을 직접 경험하며 느낀 점과 중요한 인사이트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OTA에서 내놓은 ‘맞춤형 패키지 여행’?
트립닷컴은 지난 10월에 배우이자 가수인 ‘혜리’를 섭외해 여행 크리에이터 대상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알아보니 이 캠페인은 한국과 태국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이고요, 한국에서는 상하이와 칭다오 여행상품에 각각 10명 내외의 크리에이터를 선정했습니다. (태국은 쿤밍 등 중국의 다른 목적지)
또한 12월에는 베이징과 광저우를 대상으로 두 번째 한국 크리에이터 참여자를 선정했습니다. 즉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향후 추이를 보면서 ‘크리에이터 대상 무료 여행’을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캠페인의 목표가 무엇일까요? 신기능인 ‘맞춤형 여행’을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입소문을 내는 것에 가장 큰 방점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트립닷컴은 ‘맞춤형 여행’의 테스트베드 겸 바이럴 콘텐츠를 만들 크리에이터를 찾았던 것입니다. 이것은 OTA가 호텔 및 항공 중개에 머물지 않고 직접 ‘공급자’가 되겠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많은 패키지 상품들도 한국 출발 인솔자를 필수로 두지 않고, 항공권 발권만 해주면 현지 공항까지는 각자 와서 가이드와 미팅하는 상품이 많습니다. 따라서 중국 전역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가진 트립닷컴 입장에서는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인 수요가 많은 여행지의 자체 기획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여행사들은 강력한 온라인 플랫폼을 가진 OTA와 경쟁이 가능할까요?
저는 이 캠페인이 런칭했을 때부터 이 맞춤형 여행이 패키지 상품 공급의 시작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칭다오 3박 4일 상품에 참여 신청을 했고, 최종 선정되어 크리에이터 그룹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트립닷컴의 맞춤형 여행, 예약 과정은?
캠페인 참여가 확정되기는 했지만, 사실 수속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본사가 직접 진행하는 캠페인이라 외국인(중국인)과 직접 소통해서 여행 과정과 문의 사항을 조율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건 통상적인 글로벌 기업의 크리에이터 캠페인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사례입니다. 엄연히 한국 지사가 있는 회사인데, 이를 중간에서 대응하는 한국인 담당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게 지금도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우선 트립닷컴 앱에서 직접 여행상품을 결제(물론 협찬 여행이므로 결제액은 0원)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트립닷컴이 어떻게 패키지 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지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국내 여행사들이 그토록 해결하려 했지만 도달하지 못한, ‘맞춤형 여행’ 방식이었습니다.
이것은 트립닷컴의 배경을 보면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모기업인 씨트립에는 이미 예전부터 패키지 상품도 개인 맞춤형으로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씨트립은 기본형 상품에 맞춤형 견적을 추가해서 신청하면, 인간 상담사와 매칭되어 전화나 온라인 상에서 예약을 마무리하는 구조입니다. 현재 구현된 트립닷컴의 맞춤형 여행은 씨트립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트립닷컴은 그 모든 과정을 모바일 앱에 구현하고 있습니다.


먼저 맞춤형 여행에 진입하면 각 상품마다 전담 상담사가 자동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여행 인원과 일자, 몇 가지 여행 선호도를 입력하면 상담사가 상품을 구성해 앱 내 채팅으로 보내줍니다. 마음에 들면 해당 상품에 대한 결제 단계까지 안내해 주고요, 항공권 발권을 위한 여권 사본도 채팅창을 통해 보냅니다. 거의 모든 작업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놀랐던 것은, 채팅 창에서 외국인 상담사와 한국어로 소통하는 것에 큰 불편함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AI 기술을 이용한 실시간 번역으로 보였습니다. 간혹 에러가 나서 중국어나 영어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고 섬세한 문의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엄청난 기술의 진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종적인 여행 일정표를 받고 예약 과정은 마무리가 되는데요, 일정표는 트립닷컴이 기존에 보유한 장소 콘텐츠와 연계되어, 일정 별로 자세한 설명을 열람할 수 있었습니다. 항공권의 경우 동방항공과 산동항공을 이용했는데, 사전 체크인을 위해 예약 번호가 필요해서 요청했더니 역시 채팅창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상기 이미지에는 화면이 영어로 나와 있는데요, 한국어 앱에서도 일부 상품은 구현이 되어 있더라고요. 모든 예약 과정이 한국어로 완벽하게 구현이 되는 것도 기술적으로는 전혀 어려운 지점이 아니기 때문에, 곧 맞춤형 여행상품은 국내에 정식 론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맞춤형 여행의 실제 퀄리티는 어떨까? 장단점 정리
그렇다면 핵심은 이 맞춤형 여행상품의 퀄리티가 국내 패키지 대비 경쟁력이 있는가의 여부겠지요. 직접 경험해본 그대로를 말씀드리자면 국내 여행사들이 긴장해야 할 대목이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이 상품은 현재 1백 만원 대 중반이라는 고가에 판매되고 있으며, 통상적인 한국의 저가 상품과는 2~3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제공되는 포함 내역에서도 당연히 기존 상품과는 차별성을 띄는데요.
기존의 패키지와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식사였습니다. 수 십 년간 통일된 한국의 패키지 패턴인 “점심 : 현지식, 저녁 : 삼겹살 (샤브샤브)” 패턴은 이번 여행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3박 4일동안 한식당은 단 한 번도 배정되지 않았고, 대신 독일식과 벨기에식 등 서양식이 제공되어 다채로운 미식을 즐길 수 있었던 점은 매우 만족스러운 대목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시내에서 가까운 호텔을 배치하고 객실 등급을 높여서 세미 스위트 급의 객실을 배정해 주었다는 점(호텔 선정 자체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으나), 기존 한국 패키지에는 없는 프라이빗 요트 체험이나 전망이 아름다운 로컬 카페를 대거 포함한 점 역시 최신 여행 트렌드를 접목하려고 애쓴 부분이 보였습니다. 주로 하나투어 손님을 많이 담당하신다는 한국어 가이드 두 분 역시 경험이 많은 프로 분들이셨고 소통도 잘 되었습니다.
다만 중국 측에서 만든 일정이다 보니 한국인보다 중국인의 취향에 더 맞춰져 있는 일정이라는 점은 한계로 보입니다. 4일차 일정에 잔교 -> 골든 비치 -> 수변 공원 등 모두 바다 전경만 구경하는 단조로운 일정이 3연속으로 배치되어 갸우뚱했는데요. 알고보니 중국인들은 오션 뷰가 귀하다 보니 칭다오에 와서도 이 수변 전망을 보는 걸 최고의 값어치로 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3면이 바다인 한국인에게는 그다지 재밌지도 않고 포토 스팟도 현저히 부족한 코스였습니다. 이 부분은 크리에이터들의 피드백에 따라 차후 수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도 지금 한국에서 핫한 불야성과 같은 포토 스팟이 불포함된 점, 이 정도 상품 가격이라면 골든 비치 앞에 있는 힐튼 호텔 칭다오 정도는 포함되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점도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마치며
그럼에도 많은 구독자 분들이 히치하이커TV의 칭다오 롱폼 영상을 보시고 이 상품의 구매링크를 여러 경로로 문의해 오셨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국내 여행사들이 가장 크게 긴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분명히 영상 말미에 국내 칭다오 상품 대비 매우 높은 가격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이제 가격보다는 퀄리티가 높은 여행을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노옵션 노쇼핑’과 같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단어를 굳이 갖다 붙이지 않아도, 이 여행에는 옵션과 쇼핑이 없을 거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죠. 따라서 국내 여행업계의 낡은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 해외 OTA가 만든 프리미엄 여행상품을 앱 하나로 맞춤화하여 예약할 수 있다면, 금액이 높은 건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이 맞춤화를 국내 여행사들이 짧은 시간 내에 구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매우 회의적으로 봅니다.
여기에 지금 5060 중장년층은 과거의 시니어와 다릅니다. 모바일 앱 활용에 매우 능숙하며 해외여행 경험이 많죠. 따라서 항공권을 포함하지 않거나, 또는 항공 수속은 알아서 하고 현지 공항에 와서 출발하는 형태의 소위 ‘현지투어’ 상품은 앞으로 풀패키지보다 더 선호도가 높아질 겁니다. 저는 이번 상품에서 호텔을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면 훨씬 더 만족스러웠을 것 같아요. 칭다오에는 생각보다 멋진 호텔이 꽤 많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향후 국내 여행사들은 거대 OTA가 공급자로 뛰어들었다는 사실을 직면하고, 맞춤화와 기획 두 가지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만 경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