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호텔 산업에서 ‘아웃도어’라는 키워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의 해비타스(Habitas)와 아웃바운드(Outbound)처럼 자연 속에서의 감각적 체류를 강조하는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미국의 스키 브랜드 이보(evo)도 자체 호텔 사업을 통해 여행과 체험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대형 호텔도 이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인데요. 힐튼이 오토캠프와 제휴해 글램핑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체험형 호텔 그룹인 호시노리조트가 2025년 9월에 새로운 브랜드 ‘루시(LUCY)’를 선보입니다. 오랜 기간 일본 전역에서 지역성과 콘셉트를 살린 호텔을 운영해온 이들이, 왜 굳이 새로운 아웃도어 호텔 브랜드를 만들었을까요? 히치하이커는 호시노 리조트의 새로운 브랜드, 루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호시노리조트, 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을까?
호시노리조트는 이미 ‘리조나레’(자연 체험형 리조트), ‘호시노야’(온천 여행지의 전통미 재해석), ‘OMO’(도시 관광 특화형 호텔) 등 다양한 콘셉트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2025년, 여섯 번째 브랜드로 ‘루시(LUCY)’를 출범시키며 특별히 ‘산’을 선택한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호시노 대표는 일본 관광산업의 구조적 문제, 즉 관광객의 대도시 집중과 자연 관광 콘텐츠 부족을 지적하며 “이제는 산을 관광의 거점으로 재구성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루시’는 단순히 새로운 숙박 상품이 아니라, 일본 관광의 균형과 자연 체험의 재브랜딩을 목표로 한 전략적 시도입니다.
‘루시’는 어떤 브랜드인가?
‘루시’는 ‘산호텔’이라는 독특한 카테고리를 표방하며, 전통적인 ‘산장’이 아닌, 보다 폭넓은 여행자들이 산을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호텔입니다. 2025년 9월 1일, 군마현의 ‘尾瀬(오제) 국립공원’ 초입에 첫 번째 시설인 ‘루시 오제 하토마치(LUCY 尾瀬鳩待)’가 문을 엽니다.
이 호텔은 개인 프라이버시가 확보된 객실, 온수 세면시설, 샤워실과 파우더룸 등 기존 산악 숙소에서는 보기 힘든 쾌적한 시설을 제공합니다. 하이킹 전후의 거점 역할을 하는 카페 겸 숍 ‘하토마치 베이스’와 24시간 이용 가능한 라스트미닛 편의점까지 더해지며, ‘산에서의 여정이 시작되는 호텔’이라는 콘셉트를 완성합니다.
또한 브랜드명 ‘루시’는 19세기 일본의 산을 탐험한 영국의 여성 여행가 이사벨라 루시 버드(Isabella Lucy Bird)에서 영감을 받아, 누구나 산을 친숙하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호텔은 이제 자연을 매개로 경험을 판다
‘루시’는 현재 호텔업계에서 확대되는 ‘자연 기반 체험의 상업화’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기존의 럭셔리 호텔이 도심의 안락함을 기반으로 했다면, 아웃도어 호텔은 자연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그 자체를 여행의 목적으로 제시합니다. 단순히 경치를 즐기는 것을 넘어 일출·일몰 감상, 별 관측, 가벼운 하이킹이나 힐링 식사 등 산의 리듬에 맞춘 자연 체류 콘텐츠는 아웃도어 여행의 주요 가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호시노리조트가 ‘루시’를 통해 산을 재브랜딩하고자 한 시도는 글로벌 호텔 트렌드의 연장선에 있으며, 특히 일본의 국립공원과 같은 미개척 자원의 활용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마치며 – 산과 만나는 호텔, 그리고 여행의 진화
호시노리조트의 ‘루시’는 단순히 새로운 숙박 브랜드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산을 향유하는 방식을 재설계하고, 호텔을 통해 자연 속의 여유를 ‘일상적인 선택지’로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이제 호텔은 단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여행의 목적이자 여행을 디자인하는 주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루시가 제안하는 ‘심장이 뛰는 산 호텔’은 그 변화의 상징처럼 보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호텔이 자연과 여행자 사이의 경험을 정교하게 디자인해나갈지, 그 행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