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오비히로의 중심가에 자리한 호텔 눕카는 단순한 숙박시설을 넘어서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2014년 로컬 비즈니스 사업체인 도카치시티디자인주식회사를 창업한 카시오 테츠야 대표는 이러한 비전이 구현된 실체적 공간을 호텔로 구현했는데요, 이제 호텔 눕카는 도카치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호텔이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며 신규 소비문화를 창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참 멋진 일이지만 한국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기도 합니다. 히치하이커는 최근 한국(청주)에서도 직항이 생긴 오비히로의 로컬 라이프스타일 호텔, 호텔 눕카의 탄생 배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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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 배경과 창업 철학
오비히로가 위치한 홋카이도 도카치 지역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농업지대로, 농업과 낙농업, 어업 등 1차 산업이 발달한 곳입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인구 감소와 중심가 쇠퇴, 도쿄권과의 거리 문제, 담당자 부족과 후계자 문제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카시오 대표는 이러한 지역적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도카치가 가진 풍부한 자원과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홋카이도의 매력을 발굴하고 전국의 소비자들과 연결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구축을 시작했습니다.
카시오 대표의 창업 여정은 2013년 도카치의 매력을 홍보하는 단편영화 제작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그는 지역의 이야기와 사람을 연결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의 철학은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관계인구를 창출하는 것에 있었습니다. 관계인구란, 완전한 이주는 하지 않으면서도 지역과 지속적으로 관여하며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호텔 눕카의 탄생과 역할
이어서 오비히로에 2016년 개업한 호텔 눕카는 이러한 철학이 공간으로 구현된 커뮤니티형 호텔입니다.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고 지역 정보를 발신하는 장소로 기획되었습니다. 호텔 이름인 눕카는 아이누어로 꽃을 의미하며,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오비히로 호텔 눕카 예약 바로 가기!
카시오 대표는 현대 지방사회에서 자동차 이동이 주류가 되면서 기차역 주변 시가지의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자동차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도 교류가 생기기 어렵고 고립되기 쉽다는 것이 그의 분석입니다. 반면 호텔이 있는 도심은 대중교통과 음식점들이 모여 있어 여행자와 보행자에게 편리하며,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과거 철도가 마을의 중심이 되어 역 주변에 상점과 주민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했던 것처럼, 지금의 시대에는 호텔이 새로운 커뮤니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관점입니다. 호텔은 지역의 허브로서 사람들이 모이고 정보와 아이디어가 교환되는 장소가 되며, 새로운 프로젝트와 가치가 창출되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마이크로 투어리즘’을 주창한 호시노 리조트의 OMO 브랜드 탄생 배경과도 일치하네요.
도카치시티디자인의 로컬 비즈니스 모델
호텔 눕카를 중심으로 한 도카치시티디자인의 비즈니스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확장되어 왔습니다. 도카치산 보리맥아를 사용한 맥주 개발, 도카치의 말이 끄는 마차바 투어 사업 등은 모두 지역 자원을 활용한 독창적인 사업 모델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새로운 소비’라는 개념입니다. 기존의 소비가 돈을 지불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단순한 행위였다면, 새로운 소비는 그 배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생각, 그리고 과제를 소비자가 이해하고 이를 지원하는 형태의 소비입니다. 소비자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서 생산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폭넓은 소비 행동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도카치시티디자인은 관계인구형 지역상사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도시부 소비자가 지방 생산자를 지원하고, 그 활동의 성과를 보상으로 받는 구조입니다. 소비자가 관계인구로서 지방과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생산자의 마케팅 활동을 도와줌으로써 생산자는 도시부에 판로를 확대하고, 소비자도 그 지원의 성과로부터 보상을 얻는 상호 이익이 되는 지속가능한 모델입니다.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와도 맞닿는 개념이지만, 관 중심이 아니라 로컬 전문 기업이 주도하는 사업이라는 차이가 있죠.
미래 비전과 글로벌 확장
2021년 호텔 눕카 별관인 눕카 하나레가 보험회사 빌딩의 일부를 리노베이션하여 개업한 것은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오비히로시도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되면서 워케이션을 통한 관계인구 창출과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2024년에는 대형 주상복합 건물에 자리잡은 무료 복합공간 D-LIFEPLACE 삿포로의 조성 및 지하보행공간을 활용한 도카치 관계인구 확대 이벤트가 실시되면서, 새로운 소비와 관계인구형 지역상사 구상이 구체화되었습니다.
카시오 대표는 새로운 소비의 미래를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장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홋카이도를 찾는 여행자들이 관계인구가 되어 이 지역의 사업자와 생산자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그의 비전입니다. 생산자들의 열정적인 제조업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이를 널리 알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새로운 소비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역에 관여하고 생산자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고, 지역 자원이 더욱 고부가가치로 전환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유일무이하거나 최고 수준의 노력이 전국 각지에 확산되면, 일본 전체가 새로운 활력을 가진 국가로 재생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확신입니다.
마치며
호텔 눕카는 지역과 사람, 그리고 새로운 소비문화를 연결하는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카시오 대표의 비전은 100년 인생 시대에 맞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일하는 방식을 제시하며, 지역 자원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호텔 눕카와 도카치 시티디자인의 시도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관계인구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지역과 도시가 상호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는 지역 활성화를 넘어서 소비자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보람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홋카이도 오비히로에서 시작된 이 작은 혁신이 호텔 중심의 지역 재생이라는 새로운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