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소상공인 시장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는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다. 브릿지경제(2026.01.13) 보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내 ‘두쫀쿠’ 검색량은 한 달 만에 226만 건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수요를 입증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열풍에 뛰어드는 주체가 카페와 디저트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곰탕집, 횟집, 아귀찜 전문점 등 본업의 정체성이 뚜렷한 외식업소들이 앞다투어 이 단일 아이템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이 현상을 단순한 유행 추종으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 공급자가 오직 ‘소비자의 결핍’에만 모든 자원을 집중하는 ‘초유연성(Hyper-flexibility)’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외식 트렌드가 온라인 배달 중심으로 재편되며 매출 감소를 겪던 전통적인 국밥집, 고기집 사장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주력 메뉴보다 고객의 실시간 욕망을 우선순위에 둔 결과라는 점에서 여행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강력한 디지털 전환을 겪은 여행업계지만, 소비자의 욕망을 반영한 구조적 변화는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역성장과 공급자 중심의 관성적 대응
여행업계는 외식업계와 유사한 환경 변화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여행 소비의 주도권이 개별 자유여행(FIT)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에도 불구하고, 패키지 시장의 대응은 이 속도에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여행신문(2026.01.09)의 통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 여행사들의 패키지 송출객 수는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나, 질적인 면에서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은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개별 자유여행 선택 비중이 70%를 상회하는 동안 패키지 재이용 의향은 매년 하락세를 보이는 추세다.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가 원하는 ‘개인화된 경험’과 ‘트렌디한 콘텐츠’가 빠진 채, 20년 전의 표준 규격을 고수하는 공급자 중심의 관성이다. 외식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곰탕 솥 대신 쿠키 팬을 잡는 과감한 업종 파괴를 선택할 때, 여행업계는 여전히 랜드사에게 단체 모객을 던지며 20년 전 명소 위주의 일정표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역성장하는 국면에서도 변화의 폭이 ‘부분적 수정’에 그치고 있는 핵심적인 원인이다.
구형 시스템의 고착화와 구조적 변화의 지체
여행업계가 매년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구형 시스템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유통 구조의 복잡성에 기인한다. 대형 여행사는 대량 모객을 위해 랜드사의 인프라를 활용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효율성을 위해 ‘규격화된 상품’을 양산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의 실시간 니즈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어렵게 만든다. 소비자원 통계에 따르면 여행 서비스 민원의 약 60%가 쇼핑 강요와 옵션 투어 등 랜드사 수익 보전용 구조에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이 ‘구형 하드웨어’는 여전히 교체되지 않고 있다.
두쫀쿠 열풍에서 소상공인들이 보여준 핵심 역량은 ‘실시간 반응성’이다. 그들은 배달 앱 검색어 데이터에 기반해 즉각적으로 생산 공정을 변경했다. 또한 두쫀쿠가 빠르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질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카페와 디저트 전문점들의 기민함이다.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있더라도 인기 아이템의 재고 수량 노출을 통해 멀리서도 고객을 찾아오게 만들고, 두쫀쿠로 유입된 고객에게 커피와 음료 등 연계 수익까지 올리고 있다. 현재 두쫀쿠로 일일 수백 만원 대의 매출을 올리는 일이 가능한 이유다.
반면, 패키지 여행사는 랜드사와의 계약 관계, 가이드 수급, 항공 좌석 확보라는 구형 시스템의 하드웨어에 갇혀 소비자가 원하는 ‘인플루언서 루트’나 ‘SNS 성지’를 일정에 담아내는 소프트웨어적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예를 들어 ‘태국 여행’ 같은 포괄적 단어보다 ‘방콕 미슐랭 예약’, ‘치앙마이 카페 투어’ 등 구체적인 행위 중심 키워드가 여행 관련 검색에서 크게 급증한 양상을 보인다. 소비자는 이미 여행을 ‘조각’으로 나누어 인지하고 예약하는데, 언제까지 목적지 중심의 상품을 덩어리로 판매할 것인가?
생산 주체의 회복과 ‘수제 기획’으로의 전환
두쫀쿠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품절 대란을 일으키는 이유는 기성 제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수작업(Handmade)’의 가치와 희소성 때문이다. 소비자는 공장제 초콜릿이 아닌, 가게 주인이 직접 구워낸 독창적인 식감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래서 두쫀쿠 마니아들은 한 가게만 찾지 않고, 여러 가게에서 만든 두쫀쿠를 구매해 맛과 특징을 비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집집마다 모두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패키지 여행이 다시 선택받기 위해서는 상품의 ‘유통업자’에서 ‘생산자’로 회귀해야 한다. 여행사 역시 기존의 고정 관념을 도려내고 ‘지금 당장 팔리는’ 콘텐츠를 일정의 메인으로 삼는 수익 모델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소비자가 검색하는 결핍을 상품의 핵심(Core)으로 이식하는 ‘수제 기획’의 영역이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 패키지(Micro-Package)’ 형태의 새로운 모델이 향후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인프라(항공, 숙박)는 효율적으로 활용하되, 일정의 20%는 여행사 기획자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접 소싱한 ‘트렌드 스팟’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이러한 ‘수제 기획’이 가미된 상품은 더 높은 상품가를 책정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예약하기 어렵거나 접근이 힘든 ‘핫플레이스’가 확실히 보장된다면, 소비자는 기존 패키지보다 10~15% 높은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또한, 여행사가 현지 스팟과 직접 손을 잡음으로써 B2B 제휴 마케팅을 통한 새로운 수익원 창출도 가능해질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을 빠르게 실행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글로벌 여행 플랫폼들은 마이크로 패키지 형태의 맞춤화된 여행을 실현할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트립닷컴의 맞춤 여행 패키지를 직접 체험한 바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여행의 일정 자체는 기존의 패키지와 유사한 지점도 있었으나 식사와 트렌디 스팟에서 큰 차별점을 두면서 상품가를 크게 높였다. 이러한 패키지를 플랫폼이 직접 공급자가 되어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건, 개별 여행사들이 상품 퀄리티를 높이지 않는다면 빠른 시간 내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며: 업종의 경계를 넘어 ‘욕망’에 반응하라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대는 단순히 유행을 따라서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팔기 위해 자신의 업역을 과감히 확장한 결과다. 여행업의 본질 또한 이동이나 숙박의 제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여행은 소비자의 내면적 욕망과 외부의 트렌드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서비스 산업이다.
소비자는 이제 여행사라는 브랜드가 주는 관성적 신뢰보다, 그 여행사가 지금 내 욕망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고 지갑을 연다. 따라서 패키지 시장의 미래는 더 이상 ‘규모의 경제’에 있지 않다. 업종의 경계가 무너지고 트렌드 주기가 극단적으로 짧아지는 2026년, 여행사의 경쟁 상대는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하고 욕망을 채워주는 모든 여행 공급자들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