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스트리밍의 왕좌에 오른 넷플릭스가 새로운 영토 확장에 나섰다. 바로 ‘실제 경험’이라는 오프라인 시장이다. 최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호텔에 문을 열어 크게 화제가 된 ‘넷플릭스 바이츠(Netflix Bites)’ 레스토랑은 경험사업 진출의 첫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넷플릭스는 선발주자인 디즈니의 길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사만의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경험 비즈니스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히치하이커닷컴은 최근 넷플릭스의 경험 사업 진출의 배경, 그리고 경험 산업의 선두주자인 디즈니와의 차별점을 중점적으로 들여다 보았다.

넷플릭스의 경험 비즈니스 진출 전략
넷플릭스가 설계하는 경험 비즈니스의 중심에는 ‘넷플릭스 하우스(Netflix House)‘가 있다. 2025년 말 텍사스 댈러스와 펜실베이니아에 첫 선을 보일 예정인 이 시설은 쇼핑몰 내에 있는 10만 평방피트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인기 프로그램 관련 체험, 굿즈 스토어, ‘넷플릭스 바이츠’와 같은 자체 레스토랑을 포함한다.
넷플릭스 하우스는 테마파크처럼 거대한 자본 지출을 하지 않으며, 팬들이 몇 년에 한 번이 아니라 일 년에 여러 번 방문할 것을 염두에 둔 시설이다. 이는 브랜드 강화와 성장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옴니 미디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다양한 오프라인 경험 사업에 발을 들여놓는 추세다. 전 세계 25개 도시에서 50개 이상의 팝업 체험을 꾸준히 운영해 왔고 한국에서도 몇몇 팝업이 열린 바 있다. ‘브리저튼’, ‘오징어 게임’, 그리고 ‘셰프 테이블’과 같은 넷플릭스 프로그램 출연진이 등장하는 팝업 레스토랑도 운영했다. 극장 공연과의 협업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스트레인저 씽스’가 곧 뮤지컬화되어 브로드웨이에 올라갈 예정이다.
위치 기반 엔터테인먼트 라이선싱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미, 유럽, 아시아에 걸쳐 55개의 VR 엔터테인먼트 센터를 보유한 샌드박스 VR과 협력하여 ‘오징어 게임’ VR 체험을 제공하고, 2025년 초에는 잭 스나이더의 ‘레벨 문’ 프랜차이즈 전용 체험을 위해 협력했다.
넷플릭스 하우스가 쇼핑몰에 입점하는 이유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왜 야외 테마파크가 아닌, 실내 쇼핑몰 입점 전략을 선택한 것일까? 이것은 최근 상업용 부동산의 급속한 몰락과도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소비자들의 쇼핑 방식이 변화하면서 전자상거래는 2024년 미국 소매 지출의 16.1%를 차지했으며, 이는 2023년보다 8.1% 증가한 수치다. 이로 인해 다수의 소매 체인 파산과 광범위한 매장 폐쇄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들은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이 제공하는 매력적인 ‘소프트웨어’, 즉 물건이 아닌 경험을 판매하는 기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매장을 텅텅 비게 하느니, 차라리 오프라인 경험을 빠르게 채워넣는 것이 훨씬 영리한 전략이다.
또한 기술의 발전은 예전 테마파크처럼 거대한 어트랙션이 없더라도 훌륭한 경험을 좀더 손쉽게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샌드박스 VR은 첨단 VR 추적 장치가 설치된 빈 공간을 사용하여 ‘오징어 게임’과 ‘레벨 문’ VR 체험을 모두 제공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는 비용이 이전보다 현격하게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굳이 거대 자본이 들어가는 테마파크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디즈니의 경험 사업과의 비교분석
소비자들은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관련 경험에 엄청난 금액을 지출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디즈니로 흘러간다. 디즈니의 경험 부문(테마파크, 크루즈, 디즈니 스토어 등)은 2024 회계연도에 340억 달러 이상의 매출과 93억 달러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이는 넷플릭스의 작년 총 영업이익에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실제로 팬데믹 이전에는 디즈니의 경험 부문이 넷플릭스의 글로벌 매출을 수십억 달러 앞서고 있었다.
2023년에만 1억 4,200만 명이 디즈니 테마파크를 방문했으며, 세계 상위 20개 테마파크 중 12개가 디즈니 소유이다. 이러한 지배적 위치 때문인지,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2022년 한 기술 산업 행사에서 넷플릭스의 오프라인 경험 사업에 대해 “의견이 없다”며 “꽤 작은 규모로 보이지만… 실험해볼 가치는 있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소규모 장소 전략은 실제로 디즈니의 과거 전략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1990년대 디즈니는 ‘디즈니 퀘스트’라는 소규모 실내 장소를 통해 왕국의 마법을 팬들에게 더 가까이 가져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초기 기술의 한계와 높은 비용으로 인해 디즈니 퀘스트 시카고 지점은 2001년에 문을 닫았고, 올랜도 지점만이 2017년까지 생존했다. 하지만 지금은 90년대 당시보다 훨씬 더 쉽고 저렴하게 이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마치며
넷플릭스가 쇼핑몰 기반의 분산형 테마파크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잘 맞는 타이밍이라는 평가가 많다.
넷플릭스의 경험 비즈니스 진출은 거대 자본을 필요로 하는 디즈니식 테마파크와는 차별화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대규모 단일 시설 대신 쇼핑몰 입점, VR 아케이드 파트너십, 팝업 체험 등 다양한 형태로 전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이는 현재의 소비자 행동 변화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더 적합한 방식일 수 있다.
또한 디즈니가 1990년대에 실패했던 분산형 경험 사업 모델을 넷플릭스가 현대 기술과 변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 부활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현대 기술은 콘텐츠 회전과 경험 업데이트를 훨씬 용이하게 만들었으며, 변화한 소비자 행동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넷플릭스의 전략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소규모, 분산형, 그리고 빠른 회전이 가능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동시에 자사 콘텐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이 디즈니의 경험 사업 성공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디지털과 물리적 경험의 경계를 흐리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는 주목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