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최신 여행 뉴스를 검색하다가, 아웃도어 브랜드 이보(Evo)가 스노보더 선수 제레미 존스와 콜라보한 호텔이 오픈했다는 짧은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보라는 브랜드는 처음 들어봤고 국내 웹에 검색해도 정보가 거의 없었지만, 미국에서는 업력이 꽤나 긴 아웃도어 브랜드더라고요. 그런데 아웃도어 기어 브랜드가 호텔을 운영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보의 호텔이 미국 뿐 아니라 가까운 일본(!)에도 지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히치하이커닷컴이 이 브랜드를 좀 파봤습니다. 알고보니 이보의 호텔 사업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기후 위기와 소비 패턴 변화로 인해 아웃도어 산업의 판도가 급변하는 가운데, 기존 리테일 사업을 넘어 호텔·여행사업으로의 대규모 확장을 추진하는 중이었던 것이죠. 이 전략적 변화의 배경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눈 스포츠 산업의 불확실성, 밀레니얼 세대의 체험 중심 소비 트렌드, 그리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라는 세 가지 축이 얽혀있습니다.
히치하이커닷컴은 이보의 비즈니스 전략을 통해, 기후 위기 시대를 맞은 겨울 아웃도어 산업의 신성장 전략을 살펴봤습니다.
기후 변화와 눈 스포츠 산업의 위기
시애틀 출신의 브랜드인 이보는 2001년 설립 이후 스노보드·스키 장비 전문 리테일러로 성장했으나, 최근 70년간 미국 북서부 산악지대의 적설량이 40% 감소하는 등 기후변화가 눈 스포츠 생태계를 위협하면서 사업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22-2023년 시즌에는 미국 서부 63%의 스키장이 평균 개장 일수보다 25일 이상 단축되는 기록적인 적설 부진을 겪으며 관련 장비 판매가 전년 대비 18% 급감했습니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CEO 브라이스 필립스는 단순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진화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2018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50개 객실 규모의 호텔 인수를 시작으로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2023년에는 덴버 시내에 2억 원(2000만 달러)을 투자해 120개의 스키 리조트와 제휴한 종합 여행 서비스 플랫폼 ‘이보 트래블’을 론칭하며 본격적인 확장을 선언했습니다.

매출 다각화를 위한 3각 전략
이보의 신사업 전략은 크게 공간 재창조, 경험 커머스, 생태계 파트너십으로 구성됩니다. 덴버 호텔은 기존 숙박 시설과 달리 체험 센터화에 공을 들였는데요. 1층에 1500㎡ 규모의 스노보드 대여샵과 수리센터를 병행하고, 옥상에는 인공 눈 경사로를 설치해 도시 한가운데서 스키 트레이닝이 가능한 혁신적인 콘셉트를 구현했습니다. 이 공간에서 2023년 한 해 동안 3200건의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호텔 매출의 45%를 차지했습니다.
여행사업부문에서는 전용 앱을 통해 120개 글로벌 스키 리조트와 실시간 예약 시스템을 연동하고, 현지 가이드와의 맞춤형 투어 패키지를 제공하며 기존 온라인 여행사(OTA)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장비 렌탈-교통-숙박-액티비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하는 올인원 솔루션으로, 2024년 1분기 기준 전체 매출 중 30%를 신사업에서 달성하며 전환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두 가지 사업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호텔이고요(하단에 추가로 소개), 하나는 ‘리듬 재팬’이라는 일본 최대 규모의 스노우 스포츠 서비스 기업을 인수한 것입니다. 2022년 1월 리듬 재팬의 인수는 이보의 첫 해외 진출이자 아웃도어 산업의 글로벌 통합 사례로 주목받았습니다. 이 인수로 이보는 일본 눈 스포츠 시장 23%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리듬 재팬은 2024년 기준 연간 방문객 45만 명·매출 1,2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5% 성장했습니다. 2025년까지 ▲후라노 지역에 3,000㎡ 규모의 종합 리조트 건설 ▲한국·중국 대상 프리미엄 투어 패키지 확대 ▲AI 기반 장비 추천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아시아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사업 확장 과정에서 이보는 환경 책임을 핵심 가치로 삼았습니다. 덴버 호텔에는 태양광 패널과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해 에너지 소비량의 60%를 자체 조달하고, 모든 객실에 재활용 소재로 제작된 가구를 배치했습니다. 여행 패키지에도 ‘탄소 상쇄 프로그램’을 기본 적용해 1회 예약당 10그루의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커뮤니티 측면에서도 호텔 내 F&B 공간의 70%를 현지 양조장·로스터리 카페에 임대하고, 투어 수익의 15%를 눈 스포츠 청소년 교육 재단에 기부하는 등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23년 미국 소비자조사기관 NPS(순추천지수)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부문 1위(78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보 호텔, 미국 뿐 아니라 일본까지 진출
이보는 현재 미국과 일본에 걸쳐 3개의 특화된 호텔을 운영하며, 아웃도어 리테일 기업에서 종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각 호텔은 지역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콘셉트로 아웃도어 애호가들에게 독특한 여행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오픈한 캘리포니아의 🔗이보 호텔 타호 시티는 북쪽 타호 호숫가에 최적의 접근성을 자랑합니다. 이 호텔은 프로 스노보더 제레미 존스와의 협업을 통해 현지 문화를 결합했으며, 24시간 운영되는 기어 워크숍과 야외 온수 풀을 갖추고 있어 프리라이드 스키어와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이보다 먼저 오픈한 유타주의 🔗이보 호텔 솔트레이크시티는 그레이니어리 디스트릭트 재생 프로젝트의 핵심 시설로 자리잡았습니다. 1층에는 150종 이상의 장비를 보유한 통합 렌탈샵이 있으며, 실내 크라이밍 월과 MTB 트레이닝 존을 갖추고 있어 도시형 어드벤처를 즐기는 세대에게 적합합니다.
일본 나가노현에 위치한 🔗이보 호텔 하쿠바는 일본 최대 스키 리조트인 ‘핫바레이 리조트’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일본 전통 목공예 기법을 적용한 인테리어가 특징이며, 현지 가이드와 연계한 백컨트리 투어 패키지를 제공해 아시아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글로벌 라이더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보 호텔은 기존의 일반 호텔과는 여러 면에서 차별화됩니다. 기어 수리존이 내장된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하며, 단순 숙박 서비스를 넘어 장비렌탈, 교육, 투어를 패키지로 제공합니다. 또한, 개별 고객 대응에 그치지 않고 매일 저녁 그룹 세션을 운영하여 커뮤니티 형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가격 정책에서도 정액 요금제 대신 스키패스와 렌탈을 연동한 종합 할인 시스템을 운영하며, 현지 전문가와 공동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접근 덕분에 이보 호텔은 2024년 현재 평균 객실 점유율 82%를 기록하고 있으며, 기존 리조트 호텔보다 35% 높은 재방문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하쿠바 호텔은 2024-2025 시즌 일본 내 아웃도어 테마 숙소 부문에서 고객 만족도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마치며 – 아웃도어 산업의 현재와 미래
이보의 사례는 전통적인 아웃도어 산업의 변혁을 예고합니다. 2025년까지 신사업 부문 매출 비중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향후 3년간 유럽과 아시아에 7개 신규 호텔을 오픈할 계획입니다. 특히 일본 삿포로와 한국 평창 지역 진출을 검토 중인데, 이는 글로벌 눈 스포츠 시장의 새로운 허브 구축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특히 이보의 확장 전략은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혁신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경쟁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주요 경쟁사인 REI는 2024년 2월 에보의 사업 모델을 참고해 캠핑장 운영사 인수를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며, 버튼 스노보드도 리조트 개발 부문에 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제품보다 경험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시대에 에보의 선제적 대응이 시장 재편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사례인데 한국에서는 너무 다뤄지지 않은 것 같아서 자세히 살펴 보았고요, 이보에 대한 후속 소식이 전해지는 대로 보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