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관광 명소들은 오랫동안 전 세계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오버투어리즘’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관광객 과잉으로 인한 문제는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저하부터 환경 파괴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죠.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 문제는 각 국가와 도시마다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닷컴은 최근 스페인과 그리스의 사례를 통해 유럽의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살펴보고, 이 두 나라가 직면한 상반된 상황을 알아봅니다.
스페인, 디지털 노마드와 현지인의 갈등 심화
스페인은 현재 디지털 노마드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목적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포르투갈, 태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찾는 나라죠. 스페인 정부가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도입한 후 첫 10개월 동안 무려 7,500건의 비자가 발급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EU 국가 출신의 원격 근무자들까지 포함하면 현재 스페인에는 75만 명 이상의 원격 근무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스페인 사회에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유로뉴스의 8월 3일 기사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의 지역 주민들은 대규모 관광과 디지털 노마드들이 도시 내에 두 개의 평행한 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하나는 외국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한 고임금 웹 근로자들의 사회, 다른 하나는 지역 주민들의 사회입니다.
이제 언어까지도 계급을 구분 짓는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많은 역사적 구도심과 힙스터 동네에서는 스페인어만큼이나 유창한 비원어민 영어를 들을 수 있게 되었죠.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디지털 노마드들은 공공장소에서 영어나 모국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는 바르셀로나가 외국인에게 안전한지 걱정하는 친구들의 질문을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반감은 대부분의 경우 관광객이나 디지털 노마드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통제 불능 상태가 된 바르셀로나의 대중 관광 모델에 대한 것입니다. 현지인들은 임대 시장 가격 상승, 구도심의 관광지화 등에 큰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시위도 점점 격화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의 증가로 이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리스 산토리니, 텅 비어버린 도심
반면 위 기사와 같은 시기인 8월 5일자 CNN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의 산토리니는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산토리니는 연간 34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입니다. 2만 명의 상주 인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이죠. 성수기에는 하루에 최대 17,000명의 크루즈선 승객들이 섬에 몰려듭니다.
이로 인해 산토리니는 심각한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좁은 골목길과 절벽 위의 발코니는 일몰 셀카를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가득 차고, 주민들의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줍니다. 이에 산토리니 시장은 크루즈선 승객 수를 하루 8,000명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제안했고, 그리스 총리도 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현지 관광업 종사자들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18년 동안 산토리니에 거주한 현지 투어 운영자는 CNN에 “오버투어리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광산업) 구조화의 부족이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에서는 성수기의 혼잡한 모습만을 보여주지만, 실제로는 저녁 9시 이후 도심이 텅 비고 레스토랑과 호텔의 수용률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산토리니 호텔의 수용률은 평년의 3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는 산토리니의 진짜 문제를 보여줍니다. 과도한 오버투어리즘 이미지로 인해 오히려 장기 체류를 하는 양질의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낮에 도달해 ‘오버 투어리즘’ 이미지를 일으키는 크루즈 승객들은, 정작 섬에 숙박을 하지 않고 당일에 떠나버리니까요. 즉, 산토리니는 특정 시간과 장소에 관광객이 집중되는 문제와 동시에 전반적인 관광 불황을 겪고 있습니다.
마치며
스페인과 그리스의 사례는 오버투어리즘이 단순히 관광객 수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스페인은 디지털 노마드의 유입으로 인한 사회 변화와 갈등을, 그리스 산토리니는 관광객 집중과 동시에 관광 불황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상황은 관광 정책에 있어 섬세한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단순히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의 체류 기간, 방문 패턴, 지역 사회와의 상호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실제 현실 간의 괴리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결국 지속 가능한 관광은 방문객, 지역 주민, 환경 간의 균형을 찾는 데서 시작됩니다. 유럽의 인기 관광지들이 이러한 균형을 어떻게 찾아갈지, 그 과정이 앞으로 주목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