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에밀리, 파리에 가다(Emily in Paris)’의 팬들이라면, 파리를 화려하게 탐험하는 에밀리처럼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텐데요. 이렇게 OTT가 이끄는 스크린 투어리즘은 2024년에도 강력한 여행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황금같은 기회를 제작사도 놓칠 수는 없겠죠? ‘에밀리 파리에 가다’ 제작사인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은 ‘에밀리의 파리(Paris by Emily)’라는 여행 브랜드를 론칭하고 패키지 여행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여행 브랜드를 만드는 회사에 좀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선 여행 내용부터 알아보죠.
에밀리 파리에 가다, 어떤 여행상품으로 탄생하나?
2024년 4월로 예정된 첫 번째 여행은 8~16명 사이의 소규모 그룹 여행으로 기획되는데요. 여행 일정의 테마는 에밀리가 드라마에 나오는 순간과 유사한 몰입형 패션, 로맨스, 라이프스타일 관련 경험을 중심으로 짜여집니다. 특히 디자이너 아틀리에 방문, 에밀리의 스타일리시한 상사인 실비(Sylvie) 로부터 영감을 받은 예술 강좌, 루프톱 바에서 열리는 칵테일 만들기 강습이 포함됩니다. 4박 5일 일정에 항공편과 보험을 제외하고 1인당 $2,700부터 시작합니다. 이미 2회차 여행이 모두 마감된 상태입니다.
이번 여행상품의 전체적인 여행 디렉팅은 인플루언서이자 넷플릭스 출연자로 널리 알려진 이네스 타지(Ines tazi)가 맡았습니다. 아마도 어떤 인플루언서가 맡느냐에 따라서, 같은 에밀리 파리 여행이라도 색깔이 많이 달라질 수 있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인플루언서 기반의 여행 판매로 확장하는 스타트업
그런데 파라마운트가 에밀리의 파리 여행을 브랜드화하기 위해 손잡은 여행 스타트업이 다르마(Dharma)라는 영국 회사입니다. 다르마는 히치하이커닷컴에 이미 소개한 적이 있죠. 아래 기사에서 저는 다르마를 ‘기업(브랜드)이 원하는 여행 경험을 디자인해주는 대행사’라고 소개했습니다. 레퍼런스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2023년 포커스와이어가 선정한 혁신 여행 스타트업 25선에도 뽑혔네요.
다르마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라는 IP를 이용해 정식으로 여행 브랜드를 만들고, 이 여행 브랜드를 상품화하는 첫번째 여행상품을 기획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제가 기존에 알고 있던 다르마의 업무 역할이었는데요. 놀라운 것은 다르마의 웹사이트 seekdharma.com을 통해 예약과 결제, 고객 경험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입니다.
즉, 다르마는 기존의 단순한 대행사로 그치지 않고 굉장히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서, 자사의 사이트를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여행상품을 만들고, 기업의 스폰서나 IP를 활용해 기획하고 판매할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으로 확대했습니다. 사이트의 구조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취미, 취향 기반’으로 여행상품을 분류해 놓았습니다. 러닝, 등산, 피트니스와 같은 아웃도어는 물론이고 와인, 미식 등 향후 엄청난 확장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마치며
지금 영미권에는 이렇게 인플루언서의 ‘셀프-호스팅’을 돕는 여행 판매 플랫폼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르마의 차별점은 단순한 인플루언서 수익 여행 플랫폼이 아니라 기업과의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다르마가 홍보 대행사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 고객을 보유하고 있거든요.
물론 인물 위주나 기업이 브랜드 홍보를 위해 모객하는 여행상품은 단발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고, 리스크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여행상품의 종류도 많지는 않네요. 따라서 양질의 기업과 인플루언서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고 여행과의 접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이를 통해 끊임없이 좋은 여행상품을 발굴해 내고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한 건 ‘에밀리 파리에 가다’와 같은 거대 IP를 활용한 여행상품을 소위 여행사가 아닌 인플루언서 홍보 대행사가 맡는다는 것, 그리고 영향력을 가진 개인이 팬들과 떠나는 여행을 도와주는 셀프-호스팅 플랫폼들이 점점 더 많이 탄생하면서 패키지 여행의 디지털 전환이 흥미로운 방향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