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WS(Global Wellness Summit)가 2023년에 발표한 연례 보고서 ‘웰니스의 미래 (Future of Wellness)’의 첫 번째 항목은 바로 모임(개더링, Gathering)입니다. 아무래도 팬데믹으로 전 세계 인류가 고립을 겪은 이후, 의도적이고 창의적으로 사람들을 실생활에서 하나로 모으는 새로운 공간과 경험이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그래서 최근의 웰니스 트렌드에서는 사회적 연결이 중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즉 이전의 웰니스는 주로 개인의 건강과 치유를 위한 것에 집중되었다면, 미래의 웰니스는 점차 외로움 해소에서 사회적 자기 관리로, 구매에서 소속감으로, 자아에서 공감으로, 개인에서 그룹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소셜 웰니스라는 새로운 개념으로도 칭합니다.
이와 함께 최근 영미권에서 떠오르는 소셜 웰니스 서비스에는 사우나와 같이 공동의 공간에서 휴식을 도모하는 개념이 급부상하고 있는데요. 사실 우리나라처럼 이미 찜질방과 공용 사우나가 크게 대중화된 나라에서는 전혀 새롭지 않은 개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읽은 일본에서는 ‘사우나 투어리즘’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웰니스 관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분주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셜 웰니스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어더쉽 Othership
캐나다 토론토의 스타트업으로, 목욕탕에 소셜 웰니스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표방합니다. 오프라인 공간은 런던의 빅토리아 시대의 목욕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인데요. 사우나, 스팀룸, 콜드 플런지, 풀, 바, 카페, 스튜디오 등을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워크샵과 이벤트도 열립니다. 현재 토론토에 2개 지점이 있으며 곧 1개 지점이 추가로 오픈 예정입니다. 캐나다 판 찜질방의 확장판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핵심 비즈니스는 전용 앱을 통한 수백 개의 세션 운영입니다.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면 명상과 호흡 세션 등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찜질방이나 사우나와 같은 공간 기반 비즈니스와는 완전히 다른 지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항공(JAL)의 사우나 투어리즘 캠페인
일본의 온천과 사우나 문화는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전 세계에 홍보하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온천 자원의 관리 주체가 관광쪽 부처가 아닌 행정안전부인 점만 봐도 알 수 있죠) 반면 일본은 천연 자원인 온천 뿐 아니라 최근에는 사우나도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를 잘 반영한 일본의 사우나 드라마 ‘사도(サ道)’를 최근에 정주행했는데요. 참 치밀하게 잘 만들었더군요. 사도의 주인공은 혼자 사우나를 하지 않죠. 단골 사우나에서 항상 만나 수다를 떠는 2명의 사우나 메이트가 매회 등장합니다. 폐쇄적인 일본 사회에서 사우나는 느슨한 사회적 연대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잘 보여줍니다. 따라서 드라마를 관통하는 사우나의 역할은 일종의 ‘소셜 웰니스’로 볼 수 있겠습니다.
드라마 ‘사도’ 방영과 함께 일본항공은 사우나 투어리즘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2019년부터 사우나 자원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여행 캠페인을 진행해 왔습니다. 또한 일본의 여행사들이 자사의 항공권과 사우나가 있는 호텔, 당일치기 사우나 입욕권을 자유롭게 조합해 오리지널 여행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소위 ‘동적 패키지’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일본 각 지자체의 사우나 위원회 등과 협력하여 사우나를 홍보하는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등 체계적인 조직을 운영해 왔네요. 역시 드라마 ‘사도’가 그냥 만들어진게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