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산업은 단순한 제조를 넘어 고객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럭셔리 여행의 트렌드가 ‘목적지’ 중심에서 ‘이동의 과정’ 자체로 이동하면서, 차량 내부에서의 경험뿐만 아니라 차량을 멈춰 세우는 순간의 경험까지 설계하는 능력이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공간이 바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개장한 ‘테슬라 다이너’입니다.
지난 2025년 7월 문을 연 테슬라 다이너는 단순한 전기차 충전소를 넘어 테슬라라는 거대 브랜드의 철학과 미래 비전이 집약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개장 후 반년이 지난 지금, 이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테슬라가 레스토랑 사업에 뛰어든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보고, 최근 외신을 통해 불거진 쟁점들과 이에 대한 팬들의 반박을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테슬라 다이너, 충전의 지루함을 브랜드의 경험으로 바꾸다
테슬라 다이너는 외관부터가 압도적입니다. 195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한 감성과 테슬라의 상징인 사이버트럭의 미래 지향적인 느낌이 결합된 ‘레트로-퓨처리스틱’ 콘셉트의 2층 원형 건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랜드마크입니다. 이곳은 70기에서 80기에 이르는 최신 V4 슈퍼차저와 거대한 드라이브인 영화 스크린 두 개, 그리고 24시간 운영되는 다이너를 한데 묶은 공간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미 2018년부터 슈퍼차저 옆에 50~60년대식 다이너와 롤러스케이트 서버, 드라이브인 극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는데, 7년 만에 그 약속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사이버트럭의 각진 디자인을 형상화한 박스에 담긴 버거와 밀크셰이크를 즐기며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를 통해 영화 사운드를 감상합니다.
테슬라가 레스토랑을 론칭한 가장 표면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이유는 전기차 충전 시간을 ‘고통’이 아닌 ‘즐거움’으로 전환하기 위해서입니다.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는 5분이면 충분하지만, 전기차는 장거리 주행 시 최소 20분에서 40분 이상의 충전 시간이 소요됩니다. 머스크는 이 ‘기다림의 시간’을 브랜드에 노출되는 ‘체험 가치’로 덮어버리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즉, 충전 중인 운전자가 지루함을 느끼는 대신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테슬라의 세계관을 향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럭셔리 여행에서 최근 강조되고 있는 ‘심리스(Seamless)한 여행 경험’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이곳은 테슬라 팬덤을 위한 ‘성지’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CNN 보도에 따르면 개장 초기에는 전 세계의 테슬라 소유주들이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국토 횡단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SNS에는 사이버트럭 박스에 담긴 음식 사진과 건물 내부를 장식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전시 사진이 도배되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 공간을 단순히 식당이 아니라 머스크 유니버스를 한눈에 체험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평가합니다. 브랜드 이미지가 흔들릴 때마다 ‘테슬라는 여전히 쿨하다’는 내러티브를 재생산하는 장치로서 다이너를 활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업적 측면에서는 수익 구조의 다각화라는 실익도 존재합니다. 슈퍼차저 네트워크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지만 전력 판매 마진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다이너를 통해 음식과 음료 판매, 굿즈 매출, 그리고 이벤트 대관이나 광고 상영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이는 테슬라 앱과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의 테스트베드이기도 합니다. 차 안에서 미리 메뉴를 주문하고 충전 상태에 맞춰 서빙을 받는 경험은 테슬라가 지향하는 ‘에브리싱 앱’ 비전의 오프라인 확장판입니다.
또한, 포드나 GM 등 타 브랜드 전기차들이 테슬라의 NACS(북미충전표준)를 채택함에 따라, 타사 차량 운전자들도 자연스럽게 테슬라 다이너를 이용하며 브랜드의 매력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는 결국 잠재적인 고객 전환 효과를 노린 고도의 마케팅 전략입니다.

가디언의 날선 비판: 유령 도시가 된 테슬라 다이너?
그러나 개장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매우 비판적인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2026년 1월 3일 자 기사에서 가디언은 테슬라 다이너를 “유령 도시”에 비유하며, 개장 당시의 폭발적인 인기가 불과 몇 달 만에 식어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때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했던 긴 대기 줄은 사라졌고, 현장에서는 충전기 앞 주차장이 절반도 차지 않은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다이너의 상징과도 같았던 팝콘 서빙 로봇 ‘옵티머스’는 운영상의 문제로 철수했으며, ‘에픽 베이컨’과 같은 인기 메뉴들도 메뉴판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가디언은 무엇보다 테슬라 다이너의 핵심 인력들이 떠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미스터 비스트 버거를 런칭하며 유명세를 떨쳤던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의 스타 셰프 에릭 그린스팬이 최근 테슬라 다이너를 떠나 유대인 델리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린스팬은 자신의 SNS에서 테슬라 다이너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며 결별의 뜻을 명확히 했고, 이는 업계 내에서 테슬라의 외식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기사는 또한 현지 레스토랑 비평가들의 혹평을 인용하며, 음식이 금방 식어서 나오거나 메뉴 구성이 평이해 결국 “기업의 브랜딩 연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평가를 전했습니다.
또한, 가디언은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와 그에 따른 부정적 여론이 다이너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환경적, 정치적 요인들이 결합되어 테슬라 다이너의 매력이 급격히 감퇴하고 있으며, 머스크가 공언했던 글로벌 확장 계획도 불투명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테슬라 팬들의 반격: 수치로 증명된 안정적인 성장
가디언의 이러한 ‘실패론’에 대해 테슬라 전문 매체 테슬라티와 팬덤은 즉각 반박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주류 언론의 보도가 극단적인 편향성을 띄고 있으며, 단편적인 현상을 침소봉대하여 테슬라에 대한 ‘공포와 불확실성(FUD)’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테슬라티는 2026년 1월 7일 자 기사를 통해 테슬라 다이너가 개장 초기의 이상 과열 상태를 지나 ‘안정적인 운영 단계’에 접어든 것일 뿐, 결코 실패한 모델이 아니라는 증거들을 제시했습니다.
가장 강력한 반박 근거는 실제 성과 지표입니다. 2025년 4분기 동안 테슬라 다이너는 단일 매장에서만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평균적인 맥도날드 매장의 매출액을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해당 분기에만 3만 개 이상의 버거와 8만 3천 인분 이상의 감자튀김이 판매되었는데, 이는 단순한 브랜딩 전시관으로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상업적 성공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들은 머스크의 다이너 사업이 단순히 식당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엔터테인먼트 허브로 만들려는 혁신적인 시도라는 점에 더 주목합니다.
실제로 가디언의 보도 이후 SNS와 레딧에는 토요일 밤이나 평일 오전에도 80개의 슈퍼차저 중 50개 이상이 사용 중이라는 인증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붐비는 식당 중 하나”라는 현지인들의 증언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팬들은 셰프의 교체나 메뉴의 단순화 역시 프랜차이즈화와 운영 안정화를 위한 당연한 과정이라고 분석합니다. 초기 이벤트성으로 배치되었던 옵티머스 로봇이나 화려한 메뉴들은 ‘개장 효과’를 노린 것이었으며, 이제는 실제 방문객들이 빠르고 쾌적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최근 구글이나 옐프 리뷰에서는 “음식이 예전보다 뜨겁고 빠르게 나온다”, “붐비지 않아 쾌적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와 함께 1월 9일 두바이에서 열린 메가 인플루언서 서밋인 ‘원 빌리언 서밋(1 Billion Summit)’ 내에 운영된 X 카페가 테슬라와 협업하여 옵티머스 프라임과 사이버트럭을 전시했습니다. 향후 테슬라 다이너 모델의 글로벌 진출을 엿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마치며: 이동과 경험을 디자인하는 브랜드의 미래
테슬라 다이너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테슬라라는 브랜드의 진정성’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비판론자들의 시각처럼 이는 머스크의 과장된 비전이 낳은 또 하나의 일시적인 실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럭셔리 여행과 모빌리티 트렌드라는 관점에서 볼 때,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사의 영역을 넘어 고객의 ‘시간’과 ‘경험’을 점유하려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브랜드 경쟁은 제품의 성능보다는 그 제품을 소유하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정서적 보상을 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테슬라 다이너는 고객이 차를 충전하는 30분이라는 시간을 ‘지루한 대기’에서 ‘브랜드와의 밀도 높은 교감’으로 바꾼 시도입니다. 전기차 충전과 레스토랑의 결합은 향후 전 세계 도시마다 세워질 충전소의 엔터테인먼트화의 원형(Prototype)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