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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정 컨설팅은 ‘합법’일까? 여행업의 재정의가 필요한 이유

By Dayoung Kim | Chief editor of hitchhickrTrends칼럼3월 9, 20260Comment

지난 2월 20일 부산일보 칼럼에 의하면 기자는 일본 오사카 여행을 준비하며 SNS를 통해 한 개인 여행 큐레이터에게 하루 1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맞춤형 일정을 의뢰했으며, 그 결과 AI 정보보다 훨씬 만족도 높은 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사에 등장한 여행 큐레이터는 자신의 여행사를 설립하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일반적인 콘텐츠 지식업의 범주에서 이 일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히치하이커는 자유여행 시대에 갈수록 높아지는 여행 컨설팅 수요에도 불구하고 왜 이 업무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지 살펴보고, 현재의 여행업이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현행법의 모호함과 진입장벽, 커지는 그레이존

현재 우리나라 관광진흥법 제3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여행업은 여행자 또는 시설 경영자를 위하여 시설 이용 알선이나 계약 체결의 대리, 여행에 관한 안내, 그 밖의 여행 편의를 제공하는 업으로 정의된다.

이 정의는 매우 포괄적이다. 만약 우리가 여행 일정을 짜주는 업무를 ‘여행 편의 제공’ 혹은 ‘이용 알선’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면, 지자체에 여행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일정 설계비를 받는 모든 행위는 법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행법상 “예약 대행을 하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논리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위험이 크다.

그 이유는 법문 속 ‘이용 알선’과 ‘여행 편의 제공’이라는 문구 때문이다. 단순히 돈을 대신 결제해 주는 것(예약 대행)뿐만 아니라, 특정 식당, 호텔, 교통수단을 조합하여 여행자에게 제안하고 그 대가를 받는 행위 자체가 ‘여행 편의를 제공하는 업’에 해당한다고 해석될 수 있다. 여행에 관한 안내 역시 과거에는 가이드 업무만을 의미했으나, 현대적 의미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통한 경로 안내 및 일정 큐레이션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 해석되는 추세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초개인화된 여행을 원하는 수요는 급증하는데, 이를 공급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리적인 여행사’를 창업해야만 한다. 최근 정부가 국내 여행업 등록 자본금 기준을 완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사무실 확보라는 물리적 요건과 인허가 절차는 개인 크리에이터나 소규모 전문가들에게는 장벽이다. 심지어 입주한 건물이 위반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관광사업자 등록이 불허되는 등 본질적인 ‘전문성’과는 무관한 행정적 절차에 가로막혀 고사하는 케이스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결국 두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첫째는 뛰어난 여행 기획력을 가진 인재들이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한 영업이나 모객 등 불법 영역인 ‘그레이 존(Gray Zone)’에서 활동하게 만드는 것이고, 둘째는 소비자들이 검증된 전문가로부터 안전하게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호 장치를 상실한다는 점이다. 매표 대리나 예약 대행만을 여행업의 핵심으로 보던 과거의 관점으로는 현재의 초개인화 수요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그레이존은 최근 꾸준히 관찰한 바에 따르면 점점 커지는 추세이며 여행 일정 설계를 넘어 여행 모객도 버젓히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유튜브에서는 여행업 등록도 하지 않고 구독자에게 여행경비를 직접 수취한 뒤, 현지에서 모여 함께 여행하고 이를 콘텐츠로 만드는 채널도 나타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해외 현지에서 콘텐츠 거래 플랫폼에 자신이 설계한 현지투어 상품을 입점하여 여행 모객을 하는 케이스도 너무 많다. 이는 모두 현행법 상 불법이다.

또한 해외 현지 여행사들이 탁월한 현지 패키지를 설계했을 때, 이를 국내 여행사에 공급하거나 협업하여 국내 여행사가 모객(및 수취)을 담당한다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최근에는 해외 기반 여행사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마케팅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법인이 없이도 직접 모객을 시도하는 일도 종종 목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품에 소비자가 돈을 냈을 경우 이 소비는 보호받을 수 있을까? 여행업은 이토록 국경없는 비즈니스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 사례를 통해 본 ‘여행 어드바이저’의 전문성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모델은 미국이다. 미국 여행업계는 이미 오래전에 ‘에이전트(Agent)’라는 호칭을 ‘어드바이저(Advisor)’로 전환하며 그 성격을 명확히 했다. 미국여행협회(ASTA, American Society of Travel Advisors)는 2018년에 공식 명칭을 변경하며, 여행업 종사자가 단순히 상품을 파는 대리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상담과 설계를 제공하는 컨설턴트임을 선언했다.

미국 시스템의 핵심은 ‘호스트 에이전시(Host Agency)’ 모델과 ‘전문 서비스 수수료(Professional Fee)’의 정착에 있다. 미국의 수많은 여행 컨설턴트들은 거대한 자본금이나 사무실 없이도 독립 계약자로서 활동한다. 이들은 대형 호스트 에이전시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예약 관리와 같은 행정적 업무는 시스템에 맡기고 자신들은 오로지 ‘일정 설계와 고객 상담’이라는 전문 영역에 집중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익 구조다. 미국 여행 어드바이저의 55% 이상이 단순한 판매 수수료가 아닌, 자신의 시간과 전문 지식에 대한 ‘상담료(Service Fee)’를 고객에게 직접 청구한다. 이는 여행 설계 자체가 독립된 상품 가치를 지닌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여행작가나 특정 테마 전문가들이 가진 재능이 산업화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구조적 변화가 바로 이것이다. 예약은 플랫폼이 하더라도, 그 플랫폼 안에서 어떤 길을 걸을지 정해주는 지식 서비스는 별도의 ‘컨설팅업’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여행업의 범주, ‘상품 판매’에서 ‘설계’로 확장되어야

이제는 우리도 여행업의 범주를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다. 항공권과 호텔 예약은 이미 OTA(Online Travel Agency)와 AI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인간 기획자가 증명해야 할 가치는 ‘무엇을 예약하느냐’가 아니라 ‘왜 이 시점에 이곳에 가야 하는가’라는 맥락을 만드는 일이다. 부산일보 칼럼에서 언급된 1만 원짜리 일정표가 기자를 감동시킨 이유는 그 안에 ‘도시의 맥락’과 ‘여행자의 취향’이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지하상가 우동집에서의 한 끼가 특별한 기억이 되는 것은 그것이 단순한 식당 정보가 아니라, 설계된 동선의 흐름 안에서 가장 완벽한 순간에 배치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천편일률적인 여행업 등록제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매표와 예약을 대행하여 자금 결제 사고의 위험이 있는 업종과, 오로지 지식과 정보만을 제공하는 ‘여행 컨설팅/상담업’을 분리해야 한다. 후자의 경우 사무실 요건이나 과도한 자본금 대신, 일정 수준의 전문 교육 이수나 자격 인증을 통해 진입을 허용하고, 대신 그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닦아주어야 한다.

여행 일정 설계는 분명히 현대적 의미의 ‘여행업’에 포함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그 형식이 과거의 ‘여행사’라는 틀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감각과 로컬의 깊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려는 젊은 층과 전문가들의 시도를 ‘미등록 여행업’이라는 잣대로 규제하기보다는, 이들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전문직군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미래 여행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우리는 이제 ‘누가 여행을 예약하는가’의 시대를 지나 ‘누가 여행을 설계하는가’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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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및 논거 출처

  1. 미국여행협회(ASTA) press kit 2025/2026: 여행 어드바이저로의 산업 명칭 변경 및 전문성 강화 전략 (asta.org)
  2. AltexSoft (2026.01): “Travel Advisor Market” 리포트 – 미국 내 독립 여행 컨설턴트의 수익 구조와 서비스 수수료 비중 분석 (altexsoft.com)
  3. 부산일보 (2026.02.23): “[데스크 칼럼] AI 시대에도 여행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 김동주 기자
  4. 대한민국 관광진흥법 제3조: 여행업의 정의 및 등록 요건 관련 법령
  5. 히치하이커TV (유튜브): “여행 일정 짜주는 일이 불법? 여행업의 미래와 규제” 관련 에피소드 및 커뮤니티 답변 자료
  6. Travel Weekly (2025.08): “More than half of U.S. advisors now charge fees” – 미국 내 여행 어드바이저 수수료 현황 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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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oung Kim | Chief editor of hitchhickr

김다영 | 히치하이커 대표. 대한민국의 여행 트렌드 전문가이자 12년차 기업 강사로 업계와 소비자를 위한 교육을 개발해 왔습니다. 유튜브 '히치하이커TV'를 통해 개별 럭셔리 여행의 방법을 새로운 관점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서 '여행을 바꾸는 여행 트렌드',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등. *연락처: hitchhic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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