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미국의 여행 스타트업 위트래블(WeTravel)이 시리즈 C 단계에서 9,200만 달러(약 1조 원에 달하는 가치 평가 포함)를 유치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단체여행 운영자의 부담을 줄이고, 모객과 결제를 편리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올해로 11년째 서비스를 운영해오고 있다.
위트래블은 자신들을 이벤트브릿(Eventbrite)과 유사한 운영지원 플랫폼으로 묘사하며 단체여행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히치하이커는 오랫동안 주목해온 기업인 위트래블의 글로벌 성장을 통해, 한국의 단체여행 시장이 왜 여전히 정체되어 있으며 어떤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지 진단한다.
단체여행의 혁신을 이끄는 위트래블
위트래블(WeTravel)은 ‘다 일정(multi-day) 그룹 여행 비즈니스를 위한 운영 체제‘를 표방하며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후 암스테르담에 유럽 오피스를 열고 글로벌로 확장했으며, 2025년에는 시리즈 C 투자 라운드에서 9,200만 달러를 확보하며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초창기부터 여행 운영자들의 예약·결제·백오피스 업무를 통합하는 방향을 지향해 온 이 기업은, 10년이 지난 지금 AI 자동화와 핀테크 기능을 결합한 SaaS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위트래블은 처음에는 여행 웹페이지 제작, 예약 모듈, 결제 처리 등 단순 기능을 제공하는 수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곧 여행 특화 핀테크 기능을 접목해 할부 결제, 공급자 즉시 지급, 다국적 통화 결제 지원 등으로 확장하면서 “여행 운영자용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누적 결제액은 이미 2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현재 약 3,500개 이상의 여행사와 단체 운영자가 이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2022년 시리즈 B에서 2,700만 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2025년 시리즈 C에서는 AI 일정 자동화와 운영 효율화, 그리고 “WeTravel Network”라는 공급자·운영자 연결망 강화를 위한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단순 예약 툴을 넘어, 그룹 여행 비즈니스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백엔드 플랫폼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키려는 전략이다.
누구나 단체여행 모객할 수 있다고?
위트래블은 단순히 예약 엔진이나 OTA가 아니라, 단체여행 운영자가 쉽게 모객을 하고 참가자 결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운영지원 플랫폼이다. 핵심은 거래 수수료 기반 모델이다. 운영자는 기본적인 기능을 무료 또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실제 거래가 발생할 때 위트래블은 일정 비율을 수익으로 취한다. 이는 이벤트 티켓팅 플랫폼과 유사한 구조이며, 진입 장벽을 낮추고 거래가 늘어날수록 플랫폼과 운영자가 함께 성장하는 인센티브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위트래블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 범위를 전통적 투어 오퍼레이터나 여행사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플랫폼은 요가 리트릿 주최자, 학생 단체 여행 기획자, 교회·종교 단체, 기업 워크숍 담당자 등 다양한 형태의 그룹 여행 기획자가 활용할 수 있다. 즉, 법적 여행업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단체 여행을 기획·운영하는 조직이라면 모두 고객이 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두었다.
“WeTravel은 수천 개의 여행사 및 개별 기획자들이 사용하며, 대형 여행사, 투어 오퍼레이터, DMC뿐 아니라 요가 리트릿 조직자, 개별 여행 에이전트, 학생 여행 기획자 등도 포함된다.” – WeTravel
즉, 공식적으로는 “그룹 여행을 운영하거나 기획하는 주체(organizer)”라면 고객이 될 수 있다는 포지셔닝을 택하고 있다. 또한 제품 라인업에서도 “Travel Agencies & Advisors(여행사 및 어드바이저)” 영역과 “Custom Group Travel / Retreat / Wellness / Outfitting Travel” 영역을 구분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다만 사업자 실사(KYB, Know Your Business) 절차를 엄격히 적용한다. 제3자 검증 시스템을 통해 법적 사업자 존재 여부와 금융 거래 적격성을 확인하며, 이를 통해 규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따라서 ‘정식 여행업 등록증’은 필수가 아니지만, 최소한 사업자로서의 법적 실체는 갖추어야 위트래블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에서 위트래블의 경쟁자로는 Rezdy, Peek Pro, FareHarbor 같은 예약·투어 운영 시스템이 있지만, 이들은 주로 전통적인 여행사들의 예약 처리에 집중한다. 한국에서는 유사 사례로 중소 여행사의 홈페이지를 구축해 OTA 유통과 결제를 돕는 어딩(Eoding)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위트래블은 결제·정산이라는 핀테크 중심 기능을 플랫폼의 핵심으로 삼음으로써 기존 여행업의 범주를 넘어 고객이 원하는 여행과 만나도록 돕고 있다.
개인적으로 위트래블을 처음 알게 된 계기 역시 비여행업종이 위트래블을 통해 너무나 멋진 여행상품을 모객하는 것을 발견하면서다.

여행사가 아닌 미디어 회사가 어떻게 이런 기발한 여행상품을 만들고 모객 결제까지 해결한 건지 궁금해서 알아보니, 위트래블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 때부터 위트래블을 주목해 왔지만, 국내에 소개하지는 않았다. 한국의 현실에서는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단체여행 시장,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있나?
위트래블의 성공 사례는 한국 단체여행 시장이 왜 여전히 답보 상태인지 설명하는 데 중요한 힌트를 준다. 한국에서는 여행업 등록이 없는 일반 사업자나 개인이 단체여행을 모집하고 비용을 수취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무등록 여행업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이 때문에 리트릿 운영자, 워크숍 기획자, 크리에이터,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혁신적인 여행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여지가 사실상 차단되어 있다.
하지만 이 법적 경계는 실제 시장에서는 의미를 상실한지 오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행업의 바깥에서 더 매력적인 상품이 탄생하고 있고,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이다.(이 상황은 에어비앤비의 외도민 숙박 또는 무등록 숙소에 한국인이 투숙하면 불법이지만, 실제로는 대다수의 고객이 한국인인 현실과도 일맥상통한다)
최근 발견한 한국의 여행 유튜브 운영자는 ‘여행업자가 아니지만 자신이 수익을 얻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버젓이 구독자 동반 해외여행을 모객하고 있으며(여행 경비 직접 수취), 모든 투어가 바로 매진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사들은 이 채널을 꼭 한번 찾아보시면 좋겠다. 소비자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전용 결제 플랫폼을 위트래블처럼 활용하여 요가 리트리트 여행 등을 개인이 모객하는 사례도 끊임없이 목격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특정 분야의 일반인 전문가(인솔 관련 자격증이 없는)를 내세운 테마형 여행상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 대행해주는 여행 플랫폼도 확인했다. 이건 불법일까, 합법일까?
반면 기존 대형 여행사는 초개인화된 여행 수준의 고도화된 여행을 설계하고 운영할 역량과 아이디어가 턱없이 부족하다. 좀더 부연하자면, 이건 더이상 상품의 테마나 개별 가이드의 퀄리티 복불복같은 문제를 넘어섰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어디’를 가느냐가 일순위로 중요하지 않은데, 기존 여행사들은 목적지로 상품을 분류하고 기획하고 모객하기 때문에 여행의 동인에 따른 니치상품을 기획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현재 법 밖에서 만들어진 여행 거래는 보호받을 방법이 없어진다. 원하는 상품은 위험하니 선뜻 구매하지 못하고, ‘그저 그렇지만 합법인’ 상품만을 선택지로 놓고 등떠미는 꼴이다.
이러한 와중에, 예상치 못했던 글로벌 OTA가 서서히 단체여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기술과 사용자 규모를 앞세운 플랫폼들이 현지 네트워크와 편의성을 앞세우며 한국의 패키지 시장으로 진입할 준비 중이고, 개인적으로 이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파악한 바로는 국내 여행사만큼의 편의성이나 친숙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몇 가지 절차상의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파괴력이 상당할 것 같다. 이에 대한 내용은 곧 별도로 공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