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아름다운 도시들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은 언뜻 보기에 활기차고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로 인한 주택 위기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리스본, 바르셀로나, 베를린 등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단기 임대 숙소의 급증으로 인한 주거비 상승과 지역 주민들의 주거 불안정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관련 시위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대안이, 집을 교환하여 숙박하는 이른바 ‘홈스왑(home swap)’입니다. 과연 홈스왑이 관광으로 인한 주택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요? 히치하이커닷컴은 최근 부각되는 홈스왑이 무엇인지, 그리고 주요 플랫폼과 장단점을 알아봅니다.
홈스왑이란 무엇인가?
홈스왑은 말 그대로 ‘집을 바꿔 숙박하는 것’입니다. 여행자들이 서로의 집을 교환해 숙박하는 방식으로, 2006년 영화 ‘홀리데이’에서 캐머런 디아즈와 케이트 윈슬렛이 선보인 방식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최근 물가 상승과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이 숙박 교환 방식은, 편리함으로 무장한 홈스왑 앱들의 등장으로 더욱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집 열쇠를 건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홈스왑 마니아들은 이것이 더 진정성 있는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명백한 비용 절감 효과 외에도, 단기 임대에서 홈스왑 플랫폼으로 관광객들을 이동시킴으로써 현재 여행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부가적인 이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의 ‘에어비앤비 이펙트’와 그 영향
‘에어비앤비 이펙트(Airbnb effect)’는 관광으로 인한 단기 임대 폭증으로 인해 주택 위기가 심화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특히 유럽의 인기 여행지들은 단기 휴가용 임대 숙소의 급증으로 인해 장기 임대 시장의 주택 재고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임대료와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현지 주민들의 고통이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리스본은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부유한 디지털 노마드를 대상으로 한 ‘골든 비자’ 제도, 규제가 완화된 부동산 시장, 그리고 단기 휴가 임대를 선호하는 임대인들의 변화로 인해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2024년 초 리스본의 임대료는 1994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유럽의 다른 도시들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2021년부터 2022년 사이에 하루 평균 29채의 주택이 휴가용 임대 시장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주택 수를 빠르게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여러 도시들이 단기 임대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와 뉴욕은 사실상 모든 에어비앤비 운영을 금지했고, 베를린은 엄격한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실제로 임대료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지, 더 나아가 공정한 조치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 조치는 호텔업계의 이익을 보호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오히려 숙박료가 상승해 여행자에게는 매우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홈스왑의 주요 플랫폼과 장단점
홈스왑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킨드레드(Kindred)와 홈익스체인지(HomeExchange), 홀리데이 스왑(Holiday Swap)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주택을 소유한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덜 파괴적인 주택 숙박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킨드레드 (Kindred)
2021년 창업한 신생 플랫폼으로, 밀레니얼 세대이면서 주택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급형 홈스왑 플랫폼입니다. 연회비 제도를 운영하며, 트렌디한 디자인에 중점을 둔 현대적인 인터페이스가 특징입니다. 이 플랫폼은 멤버십 기반의 커뮤니티 중심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주로 도시 지역의 고급 주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킨드레드는 엄격한 멤버 검증 과정을 거쳐 신뢰성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고자 노력합니다.
특히 킨드레드는 모바일 앱을 통해 집 검색, 교환 요청, 커뮤니케이션 등의 과정을 간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킨드레드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성장했으며, 초기 사용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킨드레드는 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홈익스체인지 (HomeExchange)
1992년부터 시작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홈스왑 플랫폼으로, 187개국 이상에서 100만 개 이상의 등록된 숙소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플랫폼입니다. 사용자 리뷰와 인증된 프로필을 통한 높은 신뢰성을 유지한 덕분에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온 회사입니다. 킨드레드에 비해 다양한 연령대와 주택 유형의 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며 연회비 또는 교환당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홈익스체인지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포인트 제도를 통한 비동시 교환 옵션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교환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시기에 집을 교환할 수 있게 해주어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이 플랫폼의 인기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2024년 상반기에는 영국 회원들의 교환이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고 합니다.
홀리데이 스왑 (Holiday Swap)
주로 젊은 여행자와 디지털 노마드를 대상으로 하는 영국의 홈스왑 플랫폼으로, 기본 원리는 홈익스체인지와 같은 연회비 및 토큰 리워드 방식입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로의 확장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그 실체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관련 기사)
홀리데이 스왑은 12만 개 이상의 숙소를 제공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예약 가능한 숙소는 3만 6천여 개에 불과합니다. 특히, 전체 예약 리스트의 81%가 하나의 관리 회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일반인 호스트가 거의 없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이 성공을 과대포장하는 이유는 투자 유치를 위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글로벌 항공사(Global Airlines)와 같은 모기업을 등에 업은 창립자 제임스 애스퀴스(James Asquith)가 홈스왑 사업을 통해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는 일종의 전략으로 의심받고 있는 겁니다. 어쨌든 그만큼 홈스왑이 이쪽 업계에서 투자 유치의 미끼로 쓰일 만큼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것 같네요.
즉 정리해본다면 킨드레드는 도시 거주 밀레니얼을 위한 고급화된 서비스를, 홈익스체인지와 홀리데이 스왑은 리워드 적립과 연회비를 기반으로 한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에어비앤비가 나오기 이전의 카우치서핑과 같은 커뮤니티 기반의 숙박 교환과 달리, 최근의 홈스왑 서비스는 연회비 및 리워드 등 수익형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하다는 것이 큰 차이점입니다.
마치며
홈스왑은 여행자들에게 비용 절감과 진정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홈스왑만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현재 홈스왑은 영미권에 완전히 치중된 모델로, 한국과 같은 아시아권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활용해서 여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국가간의 경제력 차이가 뚜렷한 경우에도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하기 쉽지 않죠. 게다가 본인도 주택을 소유해야 이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뚜렷한 한계점이 있는만큼, 모두를 위한 대안적 숙박 모델이 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홈스왑 외에도 기존의 주택 수요를 침해하지 않는 새로운 관광숙박 모델이 좀더 다양하게 나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