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행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지난 10월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열린 글로벌 트래블 테크 씽크탱크 포럼에서는 Booking, 아고다, 클룩, Trip.com 등 50명의 글로벌 OTA 기업 임원들이 모여 AI가 여행 경험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열띤 논의를 펼쳤다. 최근 여행업계에서 열리는 헤드급 회의나 컨퍼런스의 주요 의제에서는 다른 주제를 잘 다루지 않는다. 오직 ‘인공지능’만이 가장 큰 화두다.
그래서 히치하이커닷컴은 해당 회의에 나왔던 안건 및 부킹 홀딩스 CEO 글렌 포겔이 지난 9월 CNBC와 했던 AI 관련 인터뷰를 묶어, 총 3가지 주제로 정리해 보았다.
1. 개인화된 여행: 맞춤형 여행의 새로운 지평
최근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71%의 여행자들이 여행 예약 과정을 스트레스로 인식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AI는 여행 산업의 가장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부킹 홀딩스의 글렌 포겔 CEO는 더욱 구체적인 AI 개인화 비전을 제시했다. 여행자의 생애주기에 따라 진화하는 AI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유아용 의자를 요청하면 해당 여행자가 자녀가 있음을 파악하고, 향후 유사한 서비스를 자동으로 제안하는 방식이다.
포겔 CEO는 “앞으로 AI는 여행자에게 먼저 다가가 ‘당신이 이탈리아 나폴리에 가고 싶어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런던으로 럭셔리한 여행을 간다면, 메이페어의 훌륭한 스테이크 식당과 당신이 좋아하는 레드와인 할인 정보까지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호텔 예약 시에 아기 의자를 요청한 이용자라면 가족 여행자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향후에도 그에 맞춰 여행상품을 추천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고다의 이단 잘츠베르그는 “이전에는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던 작업들을 이제 컴퓨터가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생성형 AI의 한계도 지적했다. AI 추천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하며, 유사한 작업에도 들쭉날쭉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여전히 OTA가 가장 고객 접점과 가까이 있으며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즉 고객 데이터를 개별 여행기업보다 훨씬 많이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가장 먼저 AI로 개인화된 여행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2. 고객 서비스의 혁신: 인간과 AI의 협업
Trip.com의 에이미 웨이는 AI가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문의를 처리함으로써 인간 상담원들이 더욱 복잡하고 공감을 필요로 하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팀은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문화적 정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여행 산업에서 일본어에서 태국어로의 번역과 같은 언어 간 미묘한 요청은 정확성과 문화적 감수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중요한 지원 도구로 작용한다. 확실히 최근 OTA들의 번역된 리뷰를 보면 마치 한국인이 작성한 것처럼 자연스럽다.
아마데우스의 조나단 통 수석부사장은 AI가 고객 생애 가치를 계산하는 것을 넘어 충성도 상실 위기의 고객을 사전에 예측하고 재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이를 통해 OTA(온라인 여행사)와 유사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구조적 한계로 인해 여러 출처의 제품과 서비스를 묶는 OTA의 유연성을 항공사가 완전히 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취소, 변경 및 공급업체와의 조정과 같은 작업을 처리하면서 항공사는 OTA와 같은 매끄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다.
3. 여행 웹사이트의 미래: AI 기반 인터페이스
싱크탱크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인 논의 중 하나는 AI가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잠재력에 관한 것이다. 미래에는 정적이고 하드코딩된 웹사이트가 아닌 AI가 관리하는 동적이고 구성 가능한 화면이 포함될 수 있다.
Booking.com의 제품-고객 경험 및 플랫폼 부문 수석 이사인 에이드리언 엥기스트는 이를 “단순히 고정된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 사용자 선호도와 실시간 데이터에 따라 적응하는 보다 유동적이고 반응성 있는 디자인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따라서 이것은 고정된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서 하이브리드 모드에서 UI를 관리하는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다. AI가 기술 스택과 사용자 경험을 제어할 경우 디지털 상호작용을 재정의하여 보다 적응적이고 반응성 있는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위한 무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AI가 추천을 담당하는 엔진일 뿐만 아니라 인터페이스 자체의 설계자이기도 하므로 고객과 여행 플랫폼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렇게 된다면 개인 정보 보호, 윤리적 고려 사항 및 투명성이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마치며
AI는 여행 산업의 미래를 재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포겔 CEO의 말처럼 혁명적인 기술의 실제 활용은 언제나 과장된 기대보다 점진적으로 다가온다. 부킹닷컴을 비롯한 여러 OTA의 ‘트립 플래너(Trip Planner)’와 같은 베타 서비스들이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AI를 위한 통일된 교과서도, 완벽한 전문가도 없다. 따라서 앞으로 여행 기업들은 협력을 통해 AI 활용의 표준과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특히 프라이버시 보호, 윤리적 고려, 기술과 인간성의 균형을 잡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