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유럽의 호스텔 체인 ‘제너레이터(GENERATOR)가 공개한 이색적인 설문조사 결과가 최근 영미권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영국의 Z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여행에서 가장 ‘싫어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물은 것인데요. (출처: 런던데일리)
이 연구 결과가 흥미로운 이유는, 여행업계에서는 흔히 ‘Z세대=SNS 여행’이라는 공식이 통용되지만 정작 같은 세대 내에서는 과한 촬영이 오히려 질색스러운 행동으로 여겨진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여행에서 ‘진정성 있는 경험’을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히치하이커닷컴은 Z세대가 ‘럭셔리’하다고 생각하는 진정성있는 여행 경험을, 그 반대 이면을 통해 들여다 보았습니다.
Z세대가 꼽은, 여행에서 가장 ‘보기 싫은 것'(또는 기피하는 여행 습관) 순위
우선 전체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괄호 안은 응답 비율로, 퍼센테이지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것은, 몇몇 항목은 영미권 젊은 세대의 여행에서 종종 보여지는 장면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 여행 중 SNS 영상 촬영 (26%)
- 문화적으로 부적절한 복장 착용 (26%)
- 감정 과잉 공항 작별 인사 (19%)
- 슬리퍼 착용 (17%)
- 관광지 기념품 착용 (15%)
- 여행 내내 SNS 업로드 (12%)
- 글로벌 프랜차이즈 음식 섭취 (8%)
- 듀오링고 사용 (8%)
- 여권 커버 사용 (7%)
- 기념품 구매 (6%)
- 짧은 여행에 수하물 부치기 (6%)
- 비행기 탑승 줄 서기 (6%)
- 필요 이상으로 일찍 공항 도착 (5%)
여행지에서 ‘퍼포먼스’보다 ‘경험’
소셜 미디어 시대에 자란 Z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여행 습관 1위는 역설적이게도 ‘공공장소에서 SNS용 영상을 촬영하는 것’(26%)으로 나타났습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중심의 여행 트렌드가 대세가 된 지 오래됐음에도, 정작 ‘퍼포먼스’처럼 보이는 사진 촬영은 경멸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여행을 개인적인 경험으로 누리고 싶어하며,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때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네요.
이는 여행 인플루언서(또는 지망생)가 증가하는 가운데, ‘촬영을 위한 여행’이 아닌 ‘여행을 위한 촬영’은 오히려 희소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또한 이들이 바라는 사진에 대한 경향성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지점이 보입니다.
문화적 감수성과 로컬라이징
또한 Z세대는 관광지에서 ‘관광객처럼 보이는 것’을 피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그들이 꼽은 또 다른 ‘싫은 여행 습관’은 문화적으로 부적절한 복장 착용’(26%)입니다. 현지 문화를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통해 여행을 보다 깊이 있게 경험하고자 합니다. 과거처럼 ‘I ❤️ NY’ 티셔츠를 입거나, 키치한 관광지 기념품을 착용하는 것이 더 이상 멋지지 않다고 보는 것이죠.
또한 기념품 ‘구매’에 있어서도 점차 새로운 트렌드로 넘어가는 지점이 보입니다. 즉 처음부터 기념품으로 만들어진 관광 기념품은 이제 서서히 과거의 유물이 될 징조가 보이는데요. 합리적인 사고와 경제관념을 가진 젊은 세대는 여행지에서도 본인의 관심사나 취향으로 조사한 항목을 쇼핑하지 ‘관광 기념품’을 굳이 사려는 경향이 과거보다 적다는 것입니다.
여행 습관의 변화: ‘효율성’과 ‘스마트함’
공항에서도 Z세대는 기존의 ‘관습적 행동’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감정 과잉의 공항 작별 인사(19%), 짧은 여행에 수하물을 부치는 습관(6%), 필요 이상으로 일찍 공항에 도착하는 행동(5%)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들은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여행을 선호하며, ‘불필요한 과정’을 줄이는 것이 여행 경험의 질을 높이는 요소라고 봅니다. 다만 공항 작별 인사와 같은 항목은 아시아에서는 그다지 와닿지 않네요. 클리셰를 회피하려는 경향성으로만 이해하면 좋을 듯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개별적인 기호가 아니라 글로벌 여행 트렌드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Z세대는 기존의 관광 클리셰를 벗어나 보다 진정성 있는 경험을 선호합니다.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여행을 보다 감각적으로 즐기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마치며 – 진정성이 새로운 럭셔리가 되는 시대
이번 연구는 한국의 여행업계에도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Z세대 여행객들은 이제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여행 경험 자체를 디자인하는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기념품 중심의 여행이나 SNS용 인증샷을 넘어, 가장 ‘나다운’ 스타일로 자연스럽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는 것이 중요해지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행업계가 국내외 Z세대를 공략하려면 진정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입니다. 사진 촬영부터 현지에서의 쇼핑까지 이들의 지불 가치는 더이상 ‘관광’ 그 자체에 있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주는 흥미로운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