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익스피디아의 여행 릴스 AI 분석 서비스가 크리에이터에게 어떠한 보상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경쟁사인 부킹닷컴 또한 최근 자체 운영하던 제휴 프로그램을 일괄 종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는 주요 여행 예약 플랫폼들이 전통적인 크리에이터(퍼블리셔)-브랜드 파트너십 모델에 서서히 변화를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히치하이커는 부킹닷컴의 최근 정책 변화를 통해 향후 여행 크리에이터의 생존 방향성을 짚어봅니다.

부킹닷컴의 대규모 제휴 종료 사태
최근 미국의 수많은 여행 블로거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제휴 프로그램의 종료 통보를 받았습니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이메일 스크린샷에 따르면, 부킹닷컴은 “현재 전략적 초점이 파트너십을 지속하는 것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30일 사전 통보로 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성비 여행 블로거 코수파 트래블(Kosupa Travel)은 이 메일의 의미는 부킹닷컴의 광범위한 전략적 변화로, 많은, 모든 파트너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조치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크리에이터가 받은 메일의 통일된 문구와 타이밍은 이것이 개별 파트너 대상이 아닌 회사 차원의 전략적 전환임을 시사합니다.
그렇다고 부킹닷컴의 제휴 프로그램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요, 자체 제휴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것입니다. 또한 부킹닷컴과의 지속적인 제휴를 희망하는 미국의 크리에이터는 외부 대행사인 아윈(Awin)에 새로 가입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직접 운영하던 제휴 프로그램을 외주화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레딧(Reddit)의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부 크리에이터들은 계약 종료 후 예약 수수료 변경에 대한 걱정을 표하고 있으며, 부킹닷컴에 문의한 결과 “이미 전달된 내용 이상의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익스피디아 사례와의 연관성
이번 부킹닷컴의 조치는 익스피디아의 트립 매칭 서비스 발표와 묘한 시점의 일치를 보입니다. 비데레오(Videreo)의 공동창업자 토니 칸(Tony Carne)은 링크드인을 통해 “익스피디아가 크리에이터에게 보상할 필요 없이 그들의 콘텐츠를 활용할 방법을 찾았다고 선언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며 두 사건의 연관성을 지적했습니다.
이는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익스피디아가 AI를 통해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무료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자, 경쟁사인 부킹닷컴도 기존의 유료 파트너십 모델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크리에이터들이 제공하는 여행 정보와 리뷰가 AI 기술을 통해 쉽게 분석되고 활용될 수 있다면, 굳이 수수료를 지급하며 제휴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여행 크리에이터들에게 중대한 경고 신호입니다. 단순히 여행지 정보를 나열하고, 호텔을 추천하며, 일정을 소개하는 형태의 콘텐츠는 이제 AI가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습니다. 현재 대다수 크리에이터들이 생산하는 여행 콘텐츠는 결국 장소 정보, 경험 리뷰, 추천 일정 등 구조화 가능한 데이터입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정보들을 자동으로 수집, 분석, 재구성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플랫폼들은 AI를 활용한 자체적인 콘텐츠 생성 및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네이버와 인스타그램이 콘텐츠 플랫폼에서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플랫폼들은 더 이상 콘텐츠 자체에 가치를 두지 않고, 콘텐츠를 통한 실제 구매 전환에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콘텐츠 생산자인 크리에이터들은 중간 과정의 역할로 축소되고 있습니다.
마치며
익스피디아에 이어 부킹닷컴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양대 여행 예약 플랫폼의 연이은 행보는 여행 콘텐츠 산업의 지각변동을 예고합니다. 이제 단순한 정보 제공형 여행 콘텐츠로는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만들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좀더 명확하게 보이네요.
여행 크리에이터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콘텐츠 제작에 집중해야 합니다. 단순한 정보 나열이 아닌 개인적인 경험과 통찰, 창의적인 스토리텔링, 커뮤니티(팬)와의 실제 소통 등이 앞으로 중요한 생존 전략이 될 것입니다.
AI의 데이터 소스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AI가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그 답은 각자의 콘텐츠 전략에 달려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아래 포스팅에 정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