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루즈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기항지에서의 체험 방식도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크루즈 승객들은 버스를 타고 주요 명소만을 둘러보는 단체 관광보다는, 전용 차량과 가이드를 동반한 프라이빗 체험을 선호하는 흐름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과 카리브해, 알래스카 등 주요 기항지를 중심으로 이러한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최근 미국의 기항지 전문 여행사들의 의견을 토대로 크루즈 여행 소비자들의 기항지 투어 트렌드 변화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크루즈 업계 전반에서 ‘몰입형 소그룹 체험’ 확대
이전까지의 크루즈 기항지 투어는 대형 버스를 타고 여러 명이 함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정형화된 단체 일정이 주를 이뤘습니다. 특히 크루즈 초행자에게는 가성비 좋은 하이라이트 투어가 가장 많이 선택되는 유형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행자들이 시간과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자신만의 속도와 취향에 맞춘 여행을 원하면서, 기항지 투어 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변화는 ‘프라이빗 투어’의 수요 증가입니다. 미국의 여행 미디어인 트래블 위클리 6월 7일자 기사는 쇼어 익스커션 그룹(Shore Excursions Group) 등 여러 기항지 투어 전문 여행사의 의견을 다루었는데요. CEO 폴 키리치(Paul Kiritsy)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고객 1인당 기항지 체험 지출은 약 40% 증가했으며, 전용차량을 활용한 맞춤형 일정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는 최근 누적 500만 건의 투어를 판매했으며, 여행사 전용 플랫폼과의 연동을 통해 판매량이 50% 증가했습니다. 특히 고객들이 원하는 체험이 조기 매진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유럽과 알래스카 지역에서는 평균 출항 14주 전부터 예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항지 체험 전문 업체 벤쳐 어쇼어(Venture Ashore) 역시 같은 흐름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COO 리낫 글리너트(Rinat Glinert)는, 특히 이동에 제약이 있는 고객이나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프라이빗 투어를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단체 일정보다 편안한 이동 환경과 유연한 일정 구성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으며,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도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개인 맞춤형 고급 체험을 제공하는 마이익스커션(MyExcursions)의 대표 팀 하우드(Tim Harwood)는, 많은 승객들이 여전히 대표 명소를 방문하길 원하지만, 더 이상 코치버스에 탑승해 단체로 이동하는 방식에는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 대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일정을 선택하며, 지난 해는 회사 창립 이래 가장 높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미식 중심의 현지 체험, 새로운 인기 코드로 부상
크루즈 선사 내부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지안 크루즈 라인 홀딩스(NCLH)의 데스티네이션 서비스 운영 부사장 크리스틴 만젠칙(Christine Manjencic)은, 최근 몇 년간 고객들이 소규모 투어와 현지 문화를 깊이 체험하는 몰입형 투어(Go Local Experiences)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대형 단체 투어는 초행자에게 여전히 인기지만, 더 많은 고객이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만한 독창적인 경험을 원하면서 프라이빗 옵션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최근 부상하고 있는 트렌드는 미식 체험 중심의 투어입니다. 벤쳐 어쇼어와 마이익스커션 모두 고객들이 현지 요리 수업, 전망 좋은 레스토랑 방문, 송로버섯 채집 체험 등 미각과 감각을 자극하는 체험을 강하게 선호한다고 전했습니다. 여행자들은 기항지에서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맛보고 느끼는 기억을 통해 더 강렬한 여행의 인상을 남기고자 합니다.
이처럼 프라이빗 및 프리미엄 체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기항지 체험에 대한 지출이 크루즈 요금보다 더 높아지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옵션으로 소비되던 기항지 투어는 이제 크루즈 여행의 핵심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고객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 아낌없이 지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며
크루즈 산업은 단지 배 안의 고급스러운 서비스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육상 체험, 특히 프라이빗하고 몰입적인 맞춤형 관광 콘텐츠가 크루즈 여행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항지에서의 하루가, 크루즈 전체 여정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시대입니다.
이처럼 글로벌 크루즈 시장에서는 프라이빗하고 몰입도 높은 기항지 체험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크루즈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프리미엄 기항지 투어를 설계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바운드 전문 여행사와 지역 기반 투어 운영사의 육성이 시급합니다. 단체 관광 중심의 오래된 틀을 벗고, 고급화된 글로벌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체험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어야 한국이 아시아 크루즈 허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