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하이커TV에 오랜만에 시끌시끌한 영상이 하나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업로드한지 3일만에 댓글이 250개, 조회수 9만 회가 넘어가고 있는 이 영상은 바로 ‘아고다 항공권은 왜 저렴한가’입니다. 분명 유통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 영상인데, 또다시 개인 탓을 하는 댓글들이 어김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난 여태까지 아고다에서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고 공홈도 잘하는 거 없으니, 피해를 봤다면 부주의한 너네 탓‘이라는 댓글 말입니다.
이 논리는 글로벌 OTA의 해외 발권 시스템에서 드러난 가격적 우위나 항공권 약관의 복잡성 등 소비자와 기업 간의 근본적인 정보 불균형이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를 간과하게 만듭니다. 구조적으로 최저가를 쫓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발생한 피해를 놓고, 시스템 개선에 대한 논의 대신 “네가 충분히 스마트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한 피해”라는 개인 책임론을 확산시키며, 시장의 불공정함을 개인의 윤리적/인지적 문제로 축소하고 은폐하는 역할을 합니다.
1. 항공권 구매의 잠재적 위험성, 소비자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정보인가?
특히 이 영상은 항공권 유통 시스템의 오류를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싼 걸 사놓고 확인 안하는 사람이 잘못’이라는 논리는 지금의 기울어진 여행 시장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소비자와 기업 간에 정보가 극도로 불평등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OTA와 항공권 발권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약관과 이로 인한 잠재적 위험성은 일반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구조적으로 최저가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매 환경에서 문제 발생 시 모든 책임을 소비자 개인의 ‘부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며, 이는 명백한 정보의 불평등 문제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결국, 시스템의 복잡성과 플랫폼의 압도적인 우위 속에서 소비자는 늘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2. ‘자가 검증’ 요구는 판매자 책임의 조직적 회피다
일부 댓글은 “예약 후 항공사나 호텔에 직접 연락해 예약이 정상적으로 들어갔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OTA의 근본적인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입니다. 항공권을 구매하는 행위는 정상 발권이라는 신뢰를 포함합니다. 소비자가 돈을 냈다면, 발권 주체인 OTA가 책임지고 예약 정보를 항공사 시스템에 정확히 반영해야 합니다.
만약 소비자가 결제 후에도 불안해서 직접 항공사에 확인해야만 예약 누락을 막을 수 있다면, 그 OTA의 서비스와 시스템은 실패한 것입니다. 영상에서 지적하는 문제는는 소비자에게 이중, 삼중의 확인 작업을 강요하며 불투명한 발권 프로세스로 영업하는 기업의 행태입니다. 더 나아가, 아고다가 발권대행업체를 두고 단계 별로 모두 수수료를 부과하는 시스템이라던가 애초부터 취소 시스템을 막아서 취소를 어렵게 하는 등의 피해사례는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시스템적인 횡포이며, 이는 단순히 ‘꼼꼼함’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3. ‘싼 가격의 대가’는 법적 구제 권리의 강제 포기다
“싸니까 이용하는 것이니 비싼 공홈에서 사지 왜 여기서 불평하냐”는 논리는 가격 경쟁의 본질을 왜곡합니다. 글로벌 OTA가 혼합 발권 및 해외 BSP(정산 시스템)를 이용해 국내 여행사보다 저렴하게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싼 가격’은 사실 소비자의 권리 포기를 대가로 합니다.
OTA들이 싼 가격을 미끼로 소비자를 유인한 후, 분쟁이 발생하면 약관을 내밀어 소비자를 한국 소비자 보호 체계의 사각지대로 몰아넣습니다. 소비자에게 “법적 구제 권리를 포기할 수 있다면 싼 가격을 주겠다”고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시장의 건전한 경쟁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고 불필요한 비용(법적 리스크)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불공정 행위입니다. 합리적인 소비는 ‘가장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문제 발생 시 최소한의 법적 보호와 서비스를 보장받는 가격’을 선택하는 것임을 영상에 분명히 명시했습니다.
마치며
해외 OTA의 불공정한 국내 사업 구조는 이미 메이저 언론에서 수 년동안 수 차례 다룬, 명백한 여행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소비자가 피해를 보면 ‘그건 싼 걸 산 너의 잘못’, ‘사 놓고 확인 제대로 안한 너의 잘못’이라는 의견을 보다 보니 데자뷰처럼 떠오르는 논쟁이 하나 있네요. 더 바로 ‘저가 패키지 논쟁’입니다. 그 때도 199, 299 상품가를 버젓히 표기해서 낚시 모객을 한 후 고액의 옵션과 쇼핑은 현지에서 볼모처럼 요구하는 대형 여행사의 비정상적인 ‘상품가격 표기 방식’에 대해서 지적했더니, 저런 걸 사는 사람이 문제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일부 의견이 있었죠.
저는 이 현상에 적지 않은 세대적 특징이 있다고 봅니다. 대체로 중장년층보다는 좀더 젊은 축에 들 확률이 높다고 보고요, 이러한 사고의 기반에는 능력주의적 사고방식이 깊이 깔려 있습니다. 능력주의는 모든 성공과 실패를 개인의 노력과 능력의 결과로 해석합니다. 이러한 사고 하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이들은 ‘많은 이들이 입은 피해라 하더라도, 그건 약관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개인의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치환합니다. 특히 ‘문제 없는 사람이 더 많겠죠? 그런데 문제 생긴 사람들만 글을 남기니 그것들만 더 보일 뿐이죠”라며 개인의 경험을 전체 시스템의 문제와 분리하고, 피해자를 통계적 소수로 치부합니다.
소비자의 권리는 가장 꼼꼼한 개인의 능력이나 가장 운 좋은 개인의 경험에 기대서는 안 됩니다. 소비자 보호의 기본 원칙은 가장 취약한 소비자가 부주의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때도 구제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기업과 국가가 제공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저가 패키지 여행의 문제점이 결국 ‘낚시성 가격 표기’라는 기업의 부정직한 판매 방식에 있듯, 해외 OTA의 항공권 최저가 역시 ‘해외 BSP를 활용해 국내 여행사와 공정하게 경쟁하지 않는 발권 구조’에 있습니다.
따라서 단지 ‘싼 것을 샀다고 해서’ 기본적인 권리마저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단호하게 무시하시면 좋겠습니다. 해외 OTA의 불공정 구조에 대한 비판은, 결국 우리가 해외여행 예약을 지금부터 좀더 안전하게 하려면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꾸준한 공론화를 통한 기업의 각성과 변화여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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