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산업의 핵심 소비자로 부상한 MZ세대, 이유는?

‘크루즈 여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이전에는 촌스러운 뷔페 홀, 흘러간 노래를 부르는 가수, 그리고 갑판 위에서 햇볕을 쬐는 은퇴한 노부부의 모습이 먼저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데이터는 이제 그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보여줍니다. 바야흐로 MZ세대가 크루즈 산업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등판했기 때문입니다.

히치하이커는 영국의 젠지(Gen Z) 전문 웹진인 ‘Thred’가 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어떻게 젊은 세대가 크루즈 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팬데믹 이후 빠르게 세대교체된 크루즈 소비자

팬데믹은 크루즈 산업에 치명적이었습니다.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크루즈 산업은 전체 경제적 가치의 약 59%를 잃었고, 관련 일자리는 116만 개에서 57만 6천 개로 급감했습니다. 모두가 크루즈 여행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팬데믹 이후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전체 크루즈 승객의 거의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밀레니얼 세대가 전 세계 승객의 22%, Z세대가 14%를 차지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성장세입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5% 미만에 불과했던 25세~34세 인구 중 거의 20%가 지난 12개월 동안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 81%는 다시 크루즈를 탈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젊은 층의 유입 덕분에 2024년 전 세계 크루즈 승객은 3,500만 명으로 10% 증가했고, 로얄 캐리비안(Royal Caribbean) 같은 대표적인 선사들의 수익은 코로나 저점 대비 10배나 급등했습니다. 이 수치와 관련된 기사를 이전에 소개한 바가 있죠.

급성장하는 크루즈 여행, 소비자 혜택은 오히려 줄어드는 이유?

크루즈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국제크루즈협회(CLIA)의 2025년 크루즈 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크루즈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1,68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영향을 창출하며 160만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약 3,460만 명이 크루즈를 이용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수치입니다. 2025년에는 이 숫자가 3,77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 MZ세대는 크루즈를 선택했나?

그렇다면 무엇이 젊은 층을 크루즈로 이끌었을까요? Thred의 분석에 따르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성비’와 ‘가치’에 있습니다.

첫째, 경제적 요인이 큽니다. 생활비, 임대료, 학자금 대출 등으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젊은 세대에게 ‘소프트 세이빙(Soft saving, 미래를 위해 현재를 지나치게 희생하지 않는 소비 성향)’의 일환으로 크루즈는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2019년 대비 크루즈 가격은 24% 올랐지만, 이는 호텔 가격 상승 폭에 비하면 훨씬 합리적입니다. 특히 미주 지역에서는 호텔 비용이 크게 상승해 여행 욕구를 떨어뜨리고 있는데요. 미국인의 인기 여행지인 카리브해의 리조트 예약 비용은 코로나 이후 무려 59%나 폭등했습니다. 반면에 크루즈는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 없이 럭셔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요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둘째, 산업의 변화와 맞춤형 콘텐츠입니다. 크루즈 선사들은 젊은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우선 부담스러운 장기 일정 대신 2~5박짜리 ‘미니 크루즈’ 상품을 대거 내놓았습니다. 브뤼헤 주말 여행이나 지중해 단기 코스 등은 짧고 굵게 휴가를 즐기려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또한, 즐길 거리도 달라졌습니다. 로얄 캐리비안의 사유 섬인 ‘코코케이(CocoCay)’에서의 ‘완벽한 하루(Perfect Day)’ 프로그램은 북미에서 가장 높은 워터 슬라이드와 대형 파도 풀, 400피트 상공의 헬륨 기구 탑승 등을 제공합니다. 이는 기존의 크루즈 고객인 시니어 세대보다는 틱톡에 올릴 영상을 찍으려는 활기찬 젊은이들에게 최적화된 콘텐츠입니다. 최근 크루즈 업계는 여러 기항지와 트러블을 겪으면서 점점 더 자사 소유의 부동산(프라이빗 섬)을 늘려가는 추세이기도 하죠.

식음료 문화 역시 대격변을 겪었습니다. 고기와 채소만 가득했던 올드한 뷔페는 사라지고, 현대적인 레스토랑과 팝업 스토어, 칵테일 클래스가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P&O 크루즈의 아르비아(Arvia) 호는 무려 17개의 식음료 장소를 갖추고 있으며, 유명 셰프와의 협업이나 다소 파격적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까지 제공하며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이제 가장 큰 크루즈 선박은 총톤수 25만 톤에 달하며, 이는 부모님 세대가 2000년대 초반에 경험했던 배보다 두 배나 커진 규모입니다. 이 거대한 배 위에서 MZ세대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럭셔리를 누리고, 친구들과의 파티를 즐기며, 소셜 미디어에 올릴 새로운 경험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 역시 2026년부터는 다양한 크루즈 여행을 취재하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루즈 여행을 취급하시는 여행사 및 플랫폼, 관광청 등 관련 업체들은 언제든 편하게 연락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