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된 동남아시아 여행 수요의 급감과 일본·중국 중심의 쏠림 현상은 단순한 경기 침체나 유류할증료 인상, 치안 불안 같은 일시적 외부 변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근본적인 구조적 전환을 보여준다.
현재 여행 시장에서 목적지의 성패를 가르는 본질은 현지의 숨겨진 매력을 발굴해 시각적 문법으로 재해석하고 소비자와 깊은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크리에이터 생태계의 유무’에 달려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으로 옮긴 목적지는 중국 외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
히치하이커는 현재 크리에이터 업계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 시장과 동남아 시장의 근본적인 차이가 어디서 나오는지 심층 분석해 보았다.
1. 여행업계가 만년 헛다리를 짚는 이유, ‘거시적 요인’ 핑계
한국경제의 2026년 10월 10일자 보도가 인용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26년 1~8월 일본 노선 여객은 2,131만 명(전년 대비 +20.3%), 중국 노선은 1,361만 5,000명(+23%)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국제선 3위인 베트남 노선은 662만 6,000명(-5.1%), 필리핀(-13.7%), 태국(-13.0%) 등 동남아 주요국 노선 여객은 일제히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
패키지 시장의 이탈은 더욱 가파르다. 모두투어의 2026년 9월 동남아 패키지 송출객은 1만 2,238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4% 급감한 반면, 중국은 20.5% 증가하고 일본은 2.1% 감소에 그쳤다. ‘가깝고 저렴한 휴양지’라는 동남아의 기존 공식이 깨지고 여행 목적지로서의 경쟁력이 약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구조적 변화가 뚜렷해졌다.
주요 언론들은 특정 지역이나 패키지 시장의 마이너스 성장을 설명할 때 언제나 대형 여행사의 관계자 의견을 인용해 외부 거시 요인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를테면 이번 동남아시아 시장 하락의 경우 비행시간 비례에 따른 유류할증료 부담, 항공 공급 부족, 치안 이슈를 주된 원인으로 꼽는게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이러한 경제적·물리적 요인이 단거리 노선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논리대로라면 최근 들어 관광세 부과에 숙박비까지 폭등한 일본으로의 쏠림 현상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동남아 여행 수요의 이탈은 여행객이 지불하는 비용 대비 만족도, 즉 ‘가격 대비 경험의 신선함(Experiential Value)’이 핵심이다. “이제 더 이상 지불할 비용 대비 새롭게 발견할 ‘콘텐츠의 쾌감’이 소멸했다”는 구조적 피로감의 발로인 것이다.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리조트 호캉스, 마사지, 야시장 투어라는 전형적인 공식 외에 소비자의 지적 호기심과 시각적 탐욕을 자극할 새로운 로컬 서사가 공급되지 못한 것이 진짜 원인이다. 좀더 뾰족하게 진단하자면 이런 로컬 서사를 공급해낼 주체들과의 협력이 부족한 것이다.
이 주체는 현재의 ‘여행 인플루언서’나 단발성 릴스만 쏟아내는 인스타그래머도 아니고, 네이버 블로거나 지역 여행사는 더더욱 아니다. 가장 트렌디한 지역 서사를 발견하고 뽑아낼 실력이 있는 크리에이터와 미디어를 발굴해야 하는데, 이걸 현재 제일 잘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2. 글로벌 OTA와 지방 정부의 공조: 중국이 구축한 ‘크리에이터 팬덤’
같은 시기에 중국은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는 새로운 한국인의 목적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배경에는 관방 주도의 형식적 마케팅을 뛰어넘은 ‘공격적인 크리에이터 미디어 생태계’ 구축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이야 워낙 소도시 직항편도 많고 전문 정보와 콘텐츠도 많지만 아무도 중국의 크리에이터 관리에 대해서는 주목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서, 좀더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려 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2025년 방중 한국인이 316만 명을 넘어서며 주요 목적지 중 가장 높은 성장률(36.9%)을 기록한 배경에는 한국인 유튜브 브이로거 및 숏폼 크리에이터들의 대대적인 유입이 있었다고 분석한다. 즉 영상 콘텐츠의 폭증이 관광 증가세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에서 중국의 사이버펑크적 대도시 야경, 로컬 미식, 세련된 카페 문화 등을 집중적으로 큐레이션하는 ‘중국 전문 웹진’ 계정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관광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트렌디한 로컬 스팟을 발굴해내며, 중국 여행에 대한 높은 충성도와 팬덤을 거느린 크리에이터 풀을 탄생시키고 있다. 기회가 되면 이 계정들은 별도로 리스트업해볼 예정이다.
여기에 한국인들의 대세 여행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글로벌 OTA 트립닷컴(Trip.com)은 중국 각 지역의 관광 캠페인을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뛰는 주체가 되었다.
트립닷컴은 이미 1년째 한국의 유력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상하이, 시안, 충칭, 청두, 연태 등 중국의 1~2선 도시로 격달 단위로 송출하며 콘텐츠 생산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미 히치하이커는 이 캠페인이 처음 시작된 2025년 10월에 칭다오 편에 합류해 이 캠페인 여행을 취재해온 바 있다. 업계 종사자 분들은 이 취재 기사를 꼭 읽어보시면 좋겠다.

이와 함께 저장성 등 중국의 주요 지방정부 관광청은 단순한 팸투어 차원을 넘어, 중국 콘텐츠에만 특화된 영상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하고 이들과 연계한 독점 여행 상품을 기획·판매하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지역 전문가 중심의 마케팅은 대만 관광청에서도 오랫동안 공들여온 분야로, 차이점이 있다면 대만은 여전히 관련 도서를 집필하는 정보 생산자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한다면, 중국은 영상 콘텐츠에 특화된 팬 크리에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이고 둘 다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탄탄한 콘텐츠 생산 구조 속에서 중국은 과거의 ‘패키지 효도 관광지’가 아니라, 서로 다른 도시마다 새로운 여행 자극을 주는 ‘가장 힙한 목적지’로 성공적인 리브랜딩을 마쳤다. 여기에 2~3시간 내외의 비행 편의성과 페이 결제 등의 간편함이 더해져 수요가 쏠리고 있는 것이지, 가깝고 싼게 주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3. 동남아 관광 마케팅의 치명적 한계: 팬 크리에이터의 부재
이에 비해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발리 등 오랫동안 한국인들에게 친숙했던 동남아 국가들의 마케팅 방식은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처럼 한국과의 인적 교류가 두터운 국가들조차 여전히 예산 집행 위주의 관료적 서포터즈 운영이나 팸투어, 천편일률적인 인플루언서 초청 행사에 멈춰 있다. 높으신 분들과 인사하고 단체사진 찍느라 하루가 그냥 날아가는 행사용 여행, 이제 중국도 이런 식으로는 초청 여행을 운영하지 않는다. 이런 형식적인 여행으로 생산된 콘텐츠는 결국 “어디에 가봤고 무엇을 먹었다”는 정보성 나열에 그치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서적 유대나 서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또한 베트남이나 발리처럼 한국인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은 여행지조차도, 진정으로 해당 국가의 문화·예술·라이프스타일에 매료되어 자발적으로 깊이 있는 롱폼·숏폼 콘텐츠를 생산하는 ‘목적지 로열티 높은’ 크리에이터 계정을 찾아보기란 아직도 힘들다. 그러니 지역 전문 여행사들도 막대한 광고비를 내고 검색용 블로그 포스팅을 기계적으로 양산하거나 초청 여행을 통한 콘텐츠로 소비자를 일시적으로 유입시키는 데 그친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협찬이 많이 이루어지는 대규모 리조트나 여행사 발 콘텐츠 외에는 숨겨진 멋진 동남아시아의 신규 숙소나 경험 콘텐츠를 ‘자만추’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관광청 단위 마케팅 뿐 아니라 동남아의 유력 여행기업들도 한국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거의 없다. 정확히 1년 전 동남아발 OTA가 한국에 론칭했을 때도 천편일률적인 제휴마케팅 제안을 보내왔길래, 해당 지역 숙소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플랫폼 구매를 유도하는 콘텐츠를 역제안했으나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 크리에이터 대상 제휴 마케팅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별도로 다뤄보려 한다.
이제부터 자유여행 시장에서 목적지 선택을 촉발하는 기폭제는 해당 지역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영상 콘텐츠와 전문 미디어가 얼마나 많이 나오느냐에 있다.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의 한국 시장 마케팅 속에는 이 시각적 문법과 정보 생산을 새롭게 정의할 크리에이터 혹은 팬덤과의 연계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대중의 뇌리에 ‘더 이상 발굴할 매력이 없는 기성품 여행지’로 고착될 우려가 크다.
4. 롱폼 콘텐츠, 그리고 로컬 서사의 중요성
2년 전 태국의 카오락과 치앙마이에서 진행된 2024 트래블 마트 취재 뒤에, 방콕에 1주일간 체류하며 개인 일정을 보냈다. 방콕 일정을 앞두고 태국 현지 관광청 직원에게 ‘요즘 방콕에서는 어디가 뜨고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송왓(Song wat)이라는 작은 거리가 있는데, 아직 현지인들도 잘 모른다’는 답을 들었다. 실제로 한국 웹상에 검색해보니 송왓에 대한 한국어 정보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별거 없으면 그냥 돌아다니다 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취재를 갔는데, 물론 로컬 숍들의 면면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지역 창작자들의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래서 지역 소상공인들이 모여서 만든 매거진 ‘송왓 가이드북’ 구매를 시작으로 이 잡지에 소개된 숨겨진 스팟을 하나하나 취재해서 나의 시각으로 해석하고 영상으로 담았다. 예상대로 영상을 올린 후 송왓에 대한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는 걸 보면서 사람들이 실제로 여행을 결심하게 되는 심리적 기저에는 ‘로컬 서사’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시간이 흘러 2026년 현재 송왓은 한국의 릴스 크리에이터 사이에 방콕여행 필수 코스가 될 정도로 유명해졌고 관련 콘텐츠도 크게 늘었다. 송왓이 힙한 관광지로 떠오르자 현지에서도 오는 11월 ‘송왓 위크‘라는 거리 축제가 나흘간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아세안 주요 국가들의 방대한 관광 자원 속에는 얼마나 많은 ‘송왓’이 있겠는가? 하지만 단순히 송왓의 힙한 가게 리스트를 정리한 릴스 콘텐츠에는 정보만 있고 서사가 없다. 비슷비슷한 숏폼 양산 마케팅보다는 깊이있는 로컬 서사를 최초로 풀어내고 증폭하는 역할을 하는 전문 미디어를 어떻게 발견하고 발굴할 것인가를 더 늦기 전에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 서사가 깔리면, 숏폼은 억지로 돈을 들이지 않아도 자동으로 증폭되기 때문이다.
마치며
결국 2026년 현재 드러난 동남아의 침체와 중국·일본의 약진은 “누가 더 세련된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를 선점하고, 목적지 이해도가 높은 팬덤 콘텐츠를 양성했는가“에 대한 시장의 냉정한 심판이다.
단순히 물가가 저렴하다거나 비행시간이 짧다는 과거의 물리적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글로벌 관광 경쟁에서 살아남는 국가와 도시는 대규모 예산으로 제작된 관방 광고가 아니라, 현지의 숨겨진 결을 날것 그대로 포착해 감각적인 미디어로 승화시키는 ‘팬 크리에이터들의 자발적 생태계’를 얼마나 밀도 있게 구축하느냐에 전적으로 좌우될 것이다. 동남아가 이 구조적 함정을 깨느냐가 내년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본다.



![[히치하이커TV] 아세안 투어리즘 포럼 ATF 2025 현장…](https://hitchhickr.com/wp-content/uploads/2025/02/hotel_trend_2025-19.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