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플랫폼 기업을 자부하며 패키지 시장에 진출했던 여기어때투어가 장가계 패키지의 ‘풀옵션’ 강요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 문제는 특정 여행사의 문제가 아니라, 여기어때를 통해 인수된 온라인투어를 비롯한 전통 여행업계가 오랫동안 짊어져 온 구조적 모순이 폭발한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
히치하이커는 최근 장가계 패키지에서 드러난 선택관광 강요 사건이 일어난 배경과 근본적인 원인을 좀더 다각도로 분석해 보고자 한다.
여전히 바뀌지 않는, 패키지 산업의 3가지 잠재적 위험
11월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여기어때투어의 장가계 패키지 이용객은 ‘노팁·노쇼핑·풀옵션’이라는 광고를 믿고 예약했지만, 현지 도착 직후부터 선택관광을 사실상 강요받았다. 여기에 옵션비 결제 과정에서 가이드의 개인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이 사용되었음이 드러나 결제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초래했다.
또한 여기어때투어는 이번 장가계 패키지에서 ‘대표적 선택관광을 모두 포함한 상품’이라며 ‘풀옵션’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이에 대해 경쟁사 하나투어, 모두투어 관계자들이 “풀옵션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는 전통 여행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위해 사용하는 노옵션 노쇼핑 등의 모호한 광고 문구가 풀옵션이라는 용어로 변형된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넉 달 전인 8월 5일, 한 온라인매체 기자가 경험한 여기어때투어의 노팁 노옵션 다낭 패키지 사건과 정확히 같은 양상을 보인다.
8월 뉴스통 보도에 따르면, 다낭 패키지에서 가이드는 “그게 저한테 15% 떨어진다”고 직접 언급하며 쇼핑을 압박했으며, 쇼핑을 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아무것도 안 산 팀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행태를 보였다. 노노 상품인데도 현지에서 옵션(선택관광)과 쇼핑 수수료를 통해 마진을 극대화하는 기형적인 수익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패키지 상품의 현지 운영 시스템은 여전히 가이드의 ‘수수료 영업’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고객이 돈을 더주고 노노 상품을 구매했더라도 현지 여행사의 운영에는 큰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전통적인 패키지 여행은 현지 대행사 및 가이드 연합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다. 따라서 이들이 고객 정보를 관리하고 현장 일정을 주도하는데 이 시스템의 불투명성이 심각하게 드러났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다낭 패키지 이용 중 가이드는 고객인 기자에게 “베트남 현지에 고객 신상만 전문으로 검색하고 정리하는 팀이 따로 있다“고 설명하며, 동의 없이 고객 정보가 수집·공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개인정보 침해 및 무단 공유 관행은 올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한 여행 유튜버의 장가계 패키지 협박 영상에서 현지의 모든 현지 가이드가 유튜버의 얼굴과 신상을 파악하고 있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관행은 현지 시스템에 대한 여행사의 통제력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며, 온라인투어와 같은 전통 여행사가 가진 현지 시스템의 구조적인 불투명성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어때투어의 강요 논란은 온라인투어가 상징하는 전통 여행업계의 구태의연한 영업 구조가 여전히 시스템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 근본 원인은 ⓵수수료 중심의 기형적인 원가 구조와 현지 시스템, ② 광고와 실체의 괴리, ⓷ 통제 불가능한 현지 연합 시스템이라는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겠다.
온라인투어 인수한 여기어때, 무슨 일이 있었나
그렇다면 여기어때투어가 처한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이코노믹 리뷰의 2025년 7월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여기어때투어는 출범 직후부터 “혁신은 없고 구호만 요란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여기어때가 야심차게 내놓은 상품이 온라인투어가 기존에 판매하던 상품과 ‘이름만 바꿔 내놓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여행업계의 핵심 경쟁력인 상품 기획과 소싱에서 어떠한 차별점도 보여주지 못했으며, 대형 여행사의 막강한 영향력 속에서 가격이나 구성 면에서 이렇다 할 우위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이다.
이는 여기어때가 자체 상품 기획 역량 부족을 M&A(온라인투어 인수)로 손쉽게 대체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며, 혁신 플랫폼의 이미지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이전의 방식을 여기어때 브랜드 네임으로만 덮어버린 전략의 구태의연함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IT 기술력을 강조했음에도 쇼핑 강요나 옵션 강매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빠져있다는 비판 역시 이때부터 이어졌다.
패키지 시장 진출 한 달이 지난 시점인 더팩트의 2025년 8월 20일자 보도 역시 뚜렷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의 평가를 전하고 있다. 여기어때 관계자의 답변을 통해서도 출시 초기에는 기존 자회사(온라인투어)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음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특히 2030세대 유입을 목표로 했음에도 플랫폼의 주 고객층과 패키지 주요 소비층(5060세대)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차별화된 상품 개발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는 매출 성장 압박 속에서 6개월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으로는 상품 기획 및 소싱 역량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음을 재확인하는 시점이며, 단기적인 외형 확장에만 집중한 결과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치며
장가계 패키지 강요 논란은 온라인투어를 중심으로 한 전통 여행업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다시 한번 증명된 사례이다. 낮은 마진을 현지 수수료로 채우고, 모호한 광고로 소비자를 유인하며, 현지 파트너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 이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여기어때투어는 단순히 문제가 된 문구를 수정하거나 도의적 보상을 하는 단기 처방을 넘어서, 기존의 시스템을 완전히 해체하고 재창조해야 한다. 상품 기획부터 현지 가이드의 계약 조건, 현지 대금의 투명한 결제 시스템, 고객 정보 보호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전통적인 관행을 끊어내는 진정한 혁신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인수가 큰 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현상은 잠재적으로 모든 전통 여행업계에게 닥쳐올 위험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