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가 지난 9월 19일 스키프트 글로벌 포럼(Skift Global Forum)에 가상으로 출연하여 회사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숙박 공유 플랫폼을 넘어, 여행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혁신적인 서비스로의 진화를 암시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경험(Experiences)’ 서비스의 재개와 함께 발표된 새로운 방향성이다. 히치하이커닷컴은 에어비앤비 경험 재개를 소개하는 체스키의 발언에서 주목해야 할 의미심장한 대목을 해석해 보고, 전망과 우려되는 점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 우리는 ‘에어비앤비’라는 여행을 제공한다
체스키는 에어비앤비를 단순한 대체 숙박 서비스 제공업체로 규정짓는 것을 거부한다. 그는 “우리는 OTA(온라인 여행사)가 아니다. 우리는 대체 숙박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것은 부킹닷컴이 하는 일이다. 우리는 에어비앤비를 한다. 이것은 독특하고 독립적인 카테고리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에어비앤비가 단순히 기존 여행 서비스의 대안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여행 경험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에어비앤비가 그리는 이 새로운 여행의 모델은, 체스키의 강조 만큼이나 ‘확립된’ 개념일까? 아직은 조금 더 섬세한 균형점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에어비앤비의 광고가 ‘노키즈존’을 조장한다는 논란이 일었던 점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해당 광고는 어린이가 없는 숙소를 평화로운 곳으로 묘사해 비판을 받았다. 이는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노섬바디존’ 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호텔서도 애들한테 시달릴래?” 에어비앤비 광고, ‘노키즈존’ 조장 논란
노키즈 숙소 논란은 부킹닷컴이나 호텔업계와 차별화하려는 에어비앤비의 다급함이 잘 엿보이는 사례다. 에어비앤비가 기존의 호텔 객실을 입점시키기 시작하고, 동시에 일반인의 주택은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으로 인해 법적 제재를 받으면서 호텔과의 차별성이 예전처럼 뚜렷이 보이지 않다 보니 무리수를 둔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지금의 에어비앤비에게 ‘경험’은 이제 돈을 벌고 못벌고를 떠나, 호텔과의 차별화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기능으로 부상했다. 여전히 지역과 괴리되어 숙박과 연회 기능에 충실한 호텔로서는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대목이 바로 ‘로컬 여행의 제공’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취재중인 대규모 체인 호텔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을 경험해 보면, 이제 호텔업계도 소프트웨어 콘텐츠의 중요성을 매우 크게 인식하고 있다. 이제는 나의 여행을 디자인해줄 수 있는 숙박을 어디서 제공할 건지가 관건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2. 랜드마크의 로컬적 해석
체스키의 비전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경험’ 서비스의 재개와 관련된 계획이다. 그는 “내년 5월, 2025년 여름 릴리스에서 경험이 훨씬 더 큰 규모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랜드마크’ 경험에 대한 그의 접근 방식이다. 체스키는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나 파리의 에펠탑과 같은 유명 관광지를 “약간의 변화”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을 넘어, 그 장소를 보다 깊이 있고 의미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에펠탑을 현지인의 방식으로 보는 것은 어떤 것일까?”라는 체스키의 질문은 에어비앤비가 지향하는 새로운 여행 경험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그는 “더 지역적이고, 대중 관광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정성 있는” 투어 상품을 모을 것임을 암시했다. 향후 경험 호스트로 지원할 이들이라면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한편, 체스키는 ‘아이콘(Icons)’이라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이콘이 경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를 의식했는지, 아이콘은 주로 마케팅 도구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분명하게 구분지었다. 바비의 말리부 드림하우스와 같은 팝 컬처 아이콘을 실제 숙박 경험으로 구현하는 이 프로젝트는 직접적인 수익 창출보다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화제성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체스키는 아이콘 프로젝트가 특히 젊은 층, 소셜 미디어, 그리고 신흥 시장에서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통적인 광고 방식을 넘어, 소셜 미디어를 통한 자연스러운 확산과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반적으로 에어비앤비의 움직임은 단순한 숙박 공유 플랫폼을 넘어, 여행의 모든 측면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서비스로 진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체스키는 “우리가 왜 집만 제공해야 할까? 우리가 훨씬 더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없을까? 그것이 바로 이 회사의 미래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움직임은 호텔업계가 꿈꾸고 있는 움직임과도 유사하다.
마치며
결론적으로, 브라이언 체스키가 그리는 에어비앤비의 미래는 여행 산업의 혁신을 넘어 우리의 여행 문화 자체를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모든 여행자를 포용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경험이 특정 집단을 소외시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많은 나라에서 에어비앤비를 규제하는 동시에, 호텔업계도 복수 객실을 가진 빌라를 점점 더 많이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여행=(주택을 통으로 빌릴 수 있는) 에어비앤비”라는 공식도 점점 깨지고 있는 만큼, 최근 한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마케팅 메시지 중에서 한국인들의 윤리적 감수성이나 트렌드에 맞지 않는 메시지는 좀더 빠르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에어비앤비가 어떻게 ‘에어비앤비라는 독립적 여행의 형태’라는 비전을 소비자에게 설득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지, 그리고 어떻게 모든 여행자를 위한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갈지 주목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