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중국의 여행 트렌드 중에서 가장 주목했던 키워드 중 하나는 시티워크(Citywalk)입니다. 단체로 조직된 관광객들이 유명 관광 명소를 다니던 여행 행태는 이제 중국의 시니어 세대를 의미하는 전유물이 되었죠. 중국의 여행 소비의 70% 이상은 MZ 세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도 젊은 세대들은 도시를 걸어서 여유롭게 즐기는 여행에 빠져들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샤오홍슈(小紅書)에서 ‘시티워크’를 검색하면 600만 개 이상의 게시물과 수천만 건의 조회수를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그렇다면 시티워크 트렌드는 무엇이고, 이것이 다른 나라의 관광 마케팅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우아한 시티워크 뒤에는, 특수부대 여행이 있다
시티워크는 어떤 도보 여행을 의미하는 걸까요? 가장 핵심 포인트는 인기 있는 관광 명소와 군중을 피해 나만의 도보 경로를 발견하는 여행입니다. 보다 한적한 도시 경로를 따라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고, 건물의 역사적 의미를 발견하고, 부티크 상점을 탐험하고, 커피 한 잔을 음미하고, 정통 현지 먹거리에 탐닉하는 것이 시티워크의 루트에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요소입니다.
베이징과 상하이와 같은 1선 도시에서 시작된 시티워크 현상은 최근 들어 중국의 2,3선 도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2선 도시로 꼽히는 창사에서는 한 창업가가 시티워크를 여행 사업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소수의 투어 그룹을 조직해 지역별로 시티워크를 함께 즐기는 반나절 가량의 여행이라고 하네요. 그러자 관광 당국도 시티워크 트렌드에 주목하고 관광 정책에 이를 발빠르게 반영하고 있는데요. 베이징 및 산둥성에서는 시티워크를 관광 이니셔티브에 통합했고, 상하이에서는 대중 버스 교통을 활용하는 시티워크 노선을 출시하여 당일치기 여행객의 도보 탐험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중국발 기사에서는 시티워크가 기존의 구식 관광을 벗어나 진정한 현지 경험을 원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중국 분석 매체인 징 데일리는 시티워크는 경쟁에 지친 나머지 눕는 것을 선택한 중국 젊은이의 탕핑 현상과 함께, 끊임없는 분주함에서 더 느린 생활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들은 중국의 대외적 이미지를 고려한 시각이라고 봅니다. 실제로는 도보 투어가 좀더 ‘저렴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행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가성비 있게 ‘인증샷’을 뽑을 수 있는 여행 행태라는 거죠. 멋진 그래피티(벽화)나 도시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건 무료니까요.
또한 시티워크가 부상하기 직전에 유행했던 여행 키워드가 ‘특수부대 여행’, 또는 스피드 투어리즘이라 불리는 여행 행태인데요. 이는 느리게 걷는 시티워크와는 정반대로, 주말이나 공휴일을 이용하여 최대한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명소를 방문하는 여행을 의미합니다. 중국 대학생들이 “새벽 기차를 타고, 두세 시간 자고, 이틀 만에 4개 도시를 여행하고, 하루에 수천 걸음을 걷고, 하이디라오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특수부대 여행은 저예산 여행의 끝판왕입니다. 엄청난 실업율과 경기 침체에 놓인 젊은이들의 현실이 더 노골적으로 전 세계에 보도되기 전에, 재빨리 시티워크 트렌드로 대세가 변화한 건 우연일까요? 두 트렌드의 본질은 같다고 봅니다.
태국, 시티워크 트렌드에 편승하나?
2024년 1월 8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태국 관광청(TAT)은 도보와 대중교통을 이용한 방콕 여행을 안내하는 전자 가이드북 “워킹 방콕(walking Bangkok)”을 출시했습니다. 해당 가이드북은 아직 태국어로만 되어 있고, 명확한 다운로드 경로가 공개되어 있지 않네요. 발견하는대로 추가하겠습니다. 찾아보니 방콕을 포함한 태국 전역의 도보 투어를 별도로 다룬 캠페인 사이트도 있네요. http://walktour.tourismthailand.org/en/home
태국은 관광 수입이 GDP의 무려 20%를 넘을 정도로 국가 경제가 관광과 연결된 국가입니다.(출처 기사) 그리고 태국의 인바운드에서 가장 큰 비중은 단연 중국이죠. (팬데믹 이전 연간 1천만명 이상) 그런데 태국은 엔데믹 이후 중국에 발빠르게 국경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입국자 회복율은 19년 대비 5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여행 소비자 층에서 젊은 층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개별 여행이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단체 관광만 기다리고 있던 태국 입장에서는 이제 중국인의 자유여행 패턴을 빨리 파악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태국이 비교적 덜 알려진 근교나 소도시를 도보 여행하는 캠페인을 연이어 내놓는 것을 보면, 중국을 비롯한 외국의 젊은 여행자의 변화한 여행 패턴을 겨냥하는 동시에 관광의 분산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도 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시티워크 트렌드가 관광 수입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제가 이해하는 시티워크 트렌드는 오히려 ‘반 관광(anti-tourism)’에 가까운, 일종의 사회 의식이나 운동처럼 보이기도 하거든요. 비용에 민감해진 젊은 중국인들이 여행 소비자의 대세가 되면, 이전과는 다른 시장이 펼쳐질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