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의 인력난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팬데믹 이후로는 업계에서 무슨 포럼이나 행사만 열리면 메인 주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 되었다. 특히나 호텔업계의 인력난은 2022년부터 보도가 시작된지 3년이 지난 지금도 메이저 신문에 기사화될 만큼 전혀 해결되지 않는 난제다. 대형 호텔이 원하는 신규 인력은 당연히 젊은 Z세대다. 그렇다면 결국 사회생활 초년생들이 호텔과 여행업으로의 진입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양업종인 여행사는 말할 것도 없고, 호텔이 가장 심각하다. 반면 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여행 플랫폼 업종에서는 오히려 AI 때문에 인력 축소가 예상된다.
그런데 이들 세대에게 ‘크리에이터’는 인기 직업으로 올라섰다. 2023년 미국에서 1000명의 Z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보도되었다. 그런데 여행업계의 인력난과 Z세대의 크리에이터 지향 현상은 단순히 동시 발생한 현상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과 일의 가치에 대한 Z세대의 인식 변화라는 공통된 맥락에서 상관관계가 뚜렷이 보인다. 히치하이커는 두 현상의 교차점을 5가지 원인으로 나누어 살펴 보았다.
1. ‘고객응대 vs 콘텐츠 소통’의 가치 충돌
- 여행·관광업(특히 호텔 등)은 전통적으로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노동집약적 업종이며 오프라인 근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 이러한 노동 환경에서는 ‘원격 근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 크리에이터는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간접적·비대면 방식으로 소통하며, 그 과정에서 팬 기반의 비즈니스를 통한 자율성을 획득한다. 또한 업무의 시간과 장소에도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여행과 일을 함께 할 수 있다.
- Z세대는 이미 온라인 소통에 익숙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을의 서비스’보다 나를 중심에 둔 표현과 연결을 선호한다.
- 즉, ‘대면 서비스’는 피하고, 콘텐츠를 통한 ‘관계 맺기’는 추구하는 흐름이 두 현상 모두에 나타난다.
2. 직업 선택 기준: 안정성보다 ‘자율성과 브랜딩’
- 관광업계는 여전히 저임금·불안정한 고용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특히 팬데믹을 거치며 이 문제가 표면에 드러났다.
- 크리에이터는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불안정할 수 있지만, 자신의 콘텐츠 자산이 포트폴리오이자 브랜딩 수단이 되며, 스스로 경력을 설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 Z세대에게는 “내가 일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가?”가 중요한 가치이며, 이는 전통적인 업계의 노동 환경에서 충족되기 어렵다.
3. ‘경험 산업’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의 전환
- 과거 여행업은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업종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Z세대가 그 여행 경험을 스스로 콘텐츠화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보인다.
- 실제로 여행 크리에이터가 Z세대에게 인기 있는 진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여행이 단순히 서비스 상품이 아니라 콘텐츠 자산을 구축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한다는게 과거와의 큰 차이점이다.
- 또한 여행업은 다른 사람들의 여행을 기획하거나 인솔하는 일이지만, 여행 크리에이터는 내 경험을 풍부하게 하면서 돈까지 버는 일이다.
4. 기술 진입 장벽의 변화
- 관광업은 전통적으로 현장 경험과 오프라인 인프라가 중요했지만, 크리에이터 생태계는 디지털 플랫폼 이해와 제작 스킬이 더 중요하다.
- Z세대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편집 앱, SNS에 익숙했고, 이는 관광 관련 자격증을 따고 취업 관문으로 향하는 것보다 더 빠른 ROI(투자 대비 수익)를 보여준다.
- 그 결과, “관광학과 진학 → 취업”이라는 전통 루트보다, “콘텐츠 제작 → 브랜딩 → 여행 협업”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5. 사회적 인정과 ‘팔로워 수’의 비교
- 호텔·여행업은 내부적으로 명확한 커리어 트랙이 있고 경력이 쌓이면 업계 내에서 인정을 받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반면 크리에이터는 즉각적인 피드백(좋아요, 구독자 수)으로 사회적 가치를 체감할 수 있다.
- 이는 특히 자기표현 욕구와 피드백에 민감한 Z세대에게 크리에이터가 매력적인 이유가 된다.
마치며
Z세대는 전통적인 직업 모델에서 벗어나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와 같은 새로운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Z세대가 관광업계 취업을 기피하면서도 크리에이터를 선호하는 현상은 서로 상관이 없는 현상처럼 보이지만, ‘일의 자율성’, ‘비대면 소통’,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적응도’라는 공통점이 뚜렷이 보인다. 결국 여행업계, 더 나아가 모든 산업 분야에서 크리에이터형 인재를 어떻게 끌어안을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젊은 세대의 직업 선호 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새로운 노동 환경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여행업계에도 절실해 보인다.
크리에이터 편중 현상도 사실 우려할 지점이 많다. 과잉 경쟁, 불안정한 수익 구조, 플랫폼 의존성 등은 지속 가능한 경력을 쌓기에 불안 요소가 된다. 크리에이터를 단순히 ‘자유로운 일’로 접근한다면 실패 확률이 높다. 창업에 버금가는 노력과 정보 분석이 필요한 만큼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직업으로의 구축이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