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히치하이커 대표, 김다영입니다. 저는 어제부터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 컨벤션 센터에 와 있습니다. 10/25~27일 3일간 열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여행 무역 박람회, ITB ASIA에 미디어 참관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이번 참관은 저에게는 뜻깊은 기회이기도 한데요. 팬데믹 이전에 참석했던 여행 박람회들은 타 매체 송고를 조건으로 한 외부 기고 저널리스트 자격으로 미디어 자격을 획득했는데, 이제 히치하이커의 자체 미디어를 운영하게 되면서 정식으로 미디어 신청을 해서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디어에게는 3일간 180달러 상당의 행사장 엑세스 권한이 제공됩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여행 분야 행사에서 진행하는 행사 앞뒤의 투어는 이번에는 열리지 않고, 원하는 사람들은 유료 투어를 신청해서 싱가포르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미 싱가포르를 5회 정도 방문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행사 기간에만 머무르고 곧바로 다른 도시로 떠나 여행을 조금 더 이어갑니다.
총 3일간 진행되는 ITB ASIA의 행사 성격은 크게 부스 전시와 컨퍼런스로 나눌 수 있는데요. 여행업 분야의 공급자 역할을 하는 바이어에게는 부스 미팅이 중요할 것이고, 저는 컨퍼런스를 참관하기 위해 왔습니다. 컨퍼런스 또한 3개 분야로 나뉘는데요. 마이스(MICE), 테크, 여행 전반입니다. 실질적인 프로그램은 1일차와 2일차에 모두 이루어지는데요. 1일차에는 총 7개의 세션을 들었습니다. 거의 쉬지 않고 참관을 한 셈이라 점심도 겨우 뛰어가서 먹고 올 정도로 바빴던 첫 날이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첫날 현장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3가지 인사이트를 먼저 공유합니다. (풀 정보는 추후 유튜브 멤버십을 통해 나누어볼 예정입니다.)
1. Z세대를 위한 웰니스(wellness)의 시대
여행업계에서 웰니스는 지금까지도 매우 중요한 요소였지만 MZ 세대, 그 중에서도 20대 여행자들이 여행 목적 전반에 웰니스를 포함시키면서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호텔업계가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호텔 패널 토론에서 하얏트는 헤드스페이스와의 콜라보레이션 등을 사례로 들며 젊은 층을 위한 웰니스 서비스를 도입하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한 주거용 부동산이 메인 모델이었던 애스콧(Ascott) 또한 숙박 부동산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모든 브랜드에 웰니스 정체성을 입히는데 공을 들이고 있네요. 제가 지금 묵고 있는 애스콧의 MZ 브랜드 라이프(Lyf)는 ‘소셜 웰니스’, 메인 브랜드인 시타딘은 ‘액티브 웰니스’ 등 각 호텔 브랜드마다 조금씩 다른 웰니스를 선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7시에 마리나베이 전망대 56층에서 이루어지는 요가 클래스를 예약해서 방금 다녀오는 길인데요. 20~30명 남짓의 참여자 대부분이 매우 젊은 영미권 및 유럽 여성이었습니다. 스카이덱 요가가 지금 싱가포르에서 가장 각광받는 최신 웰니스 액티비티인 이유를, 올라와 보니 알 수 있겠더라고요. 아직 오픈 시간 전인 이른 아침의 56층 전망대에서 독점적으로 즐기는 요가 체험은 충분히 ‘인스타그래머블’하고 희소성 높은 경험입니다. 심지어는, 중간에 사진찍을 시간도 충분히 줍니다.ㅎㅎ
2. Life tool로서의 여행의 부상
부킹닷컴의 세션은 짧지만 매우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했는데요. 바로 앞에 발표했던 핀란드 관광청의 발표와 오버랩되는 지점이 바로 ‘라이프 툴로서의 여행’이 부상한다는 점입니다. 핀란드에서는 지난 6월에 ‘행복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했었죠. 당시 참가자들의 영상을 보여주었는데, 핀란드는 그들에게 ‘행복, 더 나아가 나의 삶은 어땠고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했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특히 APAC 여행자의 2/3가 ‘여행에서의 자기 자신을 진정한 best version이라고 여긴다‘는 대목에서, 저는 무릎을 쳤습니다. 과도한 노동과 정신건강의 취약성, 아시아 특유의 주변 시선에 시달리는 2030 아시아 여행자들은 여행지에 와서야 비로소 자기 스스로를 자유롭게 풀어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지금의 MZ세대에게 여행은 너무 seamless해서, 기술적으로는 거의 장애물이 없다시피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대신 같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보거나 할 수 있게 되면서 좀더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레벨에 이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건 꼭 봐야해, 먹어봐야해’와 같은 공식을 따르는 대신, 자신의 삶에 좀더 필요한 경험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최초의 세대가 된 것이죠. 사실 2012년 출간했던 저의 첫 책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의 주 내용이 ‘삶을 성장시키는 도구로서의 여행’을 하는 방법이었는데, 이제야 그 시대가 도래한 것 같네요.
3. AI로 노동력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 커져
6200만 명(62 million). 맥킨지가 세션에서 밝힌, 팬데믹으로 사라진 여행업계 일자리의 수입니다. 너무나도 엄청난 규모의 노동력이 빠져나간 지라, 이만큼의 노동자가 금새 다시 복구될 일은 요원합니다. 즉 여행자 트래픽의 느린 회복보다 더 큰 문제는, 여행업계의 숙련된 노동력이 대거 빠져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여행자가 늘어난다 해도 항공과 호텔 등에 충분한 인력이 공급되지 않으니 서비스는 악화되고, 여행자들은 다음 여행지를 고르거나 계획을 짜는데 더 신중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맥킨지는 최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이 노동력 부족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5~6년 전 중국 항저우에서 알리바바가 선보인 플라이주(flyzoo) 호텔은 100%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돌아가는 테크 호텔이었죠. 팬데믹 전에는 이런 호텔이 ‘미래형 호텔’이고 아직 멀었다고 여겨졌지만, 비접촉(contactless)과 인공지능이 주류가 된 지금 시대에는 자동화된 호텔과 여행 서비스가 좀더 빠르게 대중화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로봇이 룸서비스를 하는 수준의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모든 서비스의 ‘개인화’가 가장 큰 초점입니다. 90년대가 닷컴 시대, 2010년대가 모바일 시대였다면 2020년대는 인공지능의 시대로 정의한 맥킨지는, 향후 여행업계는 심각한 노동력 문제를 인공지능의 전면 도입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저는 이제 2일차 컨퍼런스를 듣기 위해 다시 행사장으로 향합니다! 🙂 그래서 이번 주 히치하이커TV 업데이트는 한 주 쉬어갑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