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브스(Forbes) 최신 보도에 따르면 로얄 캐리비안이 오키나와에 전용 크루즈 터미널 착공식을 하는 등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들이 일본에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일본 현지에서 발표된 디즈니 크루즈 유치 소식까지 더해지며 시장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되는 양상입니다.
히치하이커는 일본의 크루즈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커지고 있으며 한국 크루즈 시장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크루즈 산업이 준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다각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글로벌 크루즈 선사들이 일본 투자를 대폭 늘리는 이유?
글로벌 선사들이 일본 시장에 사활을 거는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수요 증가, 독보적인 기항지 다변화, 그리고 정부와 민간 업계의 파격적인 지원 정책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①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상징적 모항 구축
최근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세계 최대 크루즈 그룹인 로얄캐리비안 그룹(Royal Caribbean Group)과 유럽 최대 선사인 MSC 크루즈(MSC Cruises)가 손을 잡고 일본 오키나와 나하 항(Naha Port)에 새로운 전용 크루즈 터미널 착공식을 가진 것입니다. 오는 2028년 3월 정식 개장을 목표로 하는 이 터미널은 단순한 기항지 정비가 아닌 리져널 허브(regional hub)를 구축하려는 장기적인 포석입니다.
포브스의 10월 7일자 보도에 따르면 로얄캐리비안 그룹의 제이슨 리버티(Jason Liberty) CEO는 언론 발표를 통해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크루즈 시장 중 하나이자 당사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있어 핵심 파트너”라고 평가했으며, MSC 측 관계자 역시 “이번 나하 항 투자는 아시아 전역을 잇는 크루즈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글로벌 및 아시아 여행객 모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오키나와 남단에 위치한 나하 항은 대만, 한국, 동남아시아로 연결되는 지리적 요충지로서 허브 역할을 수행하기에 최적의 입지를 자랑합니다.
글로벌 크루즈 선사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 자본과의 거대 IP 연계 프로젝트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오리엔탈랜드(OLC)가 추진하는 일본 최초의 디즈니 크루즈는 2026년 10월 선명을 ‘디즈니 이매지네이션(Disney Imagination)’으로 확정 짓고, 2029년 봄 도쿄 국제 크루즈 터미널을 모항으로 정식 출항을 예고했습니다. 5,500명 수용 규모의 이 선박은 동북아시아 크루즈 시장이 테마파크형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크루즈까지 흡수하며 아시아 허브로서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입니다.
② 폭발적인 수요 수치와 선대 가동 확대
통계 수치 역시 일본 크루즈 시장의 급성장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일본을 방문한 입국 크루즈 승객 수는 약 177만 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20% 가까이 증가했으며, 크루즈 기항 횟수는 역대 최고치인 3,117회를 기록했습니다.
선사들은 공급석 확대로 즉각 반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린세스 크루즈(Princess Cruises)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Diamond Princess)호와 사파이어 프린세스(Sapphire Princess)호를 투입하여 2027년 한 해 동안 50개 운항 코스, 총 78회 출항을 진행합니다. 2028년에는 이를 더욱 확대하여 7일에서 29일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일정으로 52개 코스, 총 85회 출항을 확정 지었습니다.
③ 다채로운 기항지와 차별화된 콘텐츠
컨설팅 기업 센트럴 컨설턴트(Central Consultant Inc.)의 크루즈 연구소 소장이자 크루즈 산업 전문가인 이토 히로히토(Hirohito Ito) 박사는 씨트레이드 크루즈(Seatrade Cruise) 분석을 통해 “일본은 입지적 다변성이 매우 뛰어난 지역으로, 선사들이 수많은 기항지를 조합해 매우 다양한 일정을 기획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도쿄, 오사카, 히로시마, 나가사키 등 대도시 위주의 전통적인 코스를 넘어, 벚꽃 시즌, 여름 축제(마츠리), 단풍 시즌 등 계절별 테마 상품이 강화되고 있으며, 최대 24개 기항지를 엮어 한 달 동안 일본 전역을 순회하는 코스까지 등장했습니다.
선사들은 선내 콘텐츠까지 ‘일본화(Japan-inspired)’하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는 일본식 대목욕탕(사우나)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현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정통 에도마에 스타일의 스시 레스토랑인 ‘마코토 오션(Makoto Ocean)’이 배치되어 승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④ 월드 크루즈의 핵심 거점화 및 일본 정부·민간의 과감한 지원
일본은 장기 월드 크루즈(World Cruise)의 필수 거점으로도 떠올랐습니다. 오셔니아 크루즈(Oceania Cruises)의 2027년 세계 순항 일정에는 홍콩-도쿄 13일 코스가 포함되어 있으며, 2028년 월드 크루즈 역시 타이베이-도쿄 12일 코스를 통해 부산, 가고시마, 나가사키, 고치, 오사카 등을 방문합니다. 프레드 올센 크루즈 라인(Fred. Olsen Cruise Lines)의 2027년 월드 크루즈 또한 도쿄와 오사카에서의 오버나이트(Overnight) 일정을 포함해 시미즈, 나고야 등을 주요 목적지로 내세웠습니다.
무엇보다 오버투어리즘을 경계하며 제한 정책을 펼치는 일부 유럽 국가들과 달리, 일본 국토교통성(MLIT)은 크루즈 시설 개선과 승객 체험 향상을 위한 예산을 적극 투입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성은 지난 9월에도 15개 신규 프로젝트를 승인하였으며, 대도시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 중소 항구로 기항지를 분산시키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 조사 결과 크루즈 승객 1인당 기항지 평균 소비액이 약 2만 2,000엔(약 140달러)에 달하며 상류 기간이 길수록 소비가 급증한다는 점에 주목해, 단순 기항을 넘어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하는 국정과제로 크루즈 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25년 기준 24만 3,000명 수준인 자국인 크루즈 인구를 2030년까지 연간 100만 명으로 늘린다는 아웃바운드 목표를 수립했습니다. 실제로 2026년 10월, 일본여행업협회(JATA) 등 5개 주요 단체는 ‘일본인 크루즈 인구 100만 명 협의회’를 발족하고 전용 정보 포털 사이트(‘Let’s CRUISE 1M’)를 론칭하며 민관이 힘을 합쳐 내수 크루즈 저변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크루즈 붐이 한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는?
일본이 아시아 크루즈 허브로 급부상하는 현상은 한국 크루즈 시장에 위기이자 동시에 커다란 기회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① 기항지로서의 반사이익: 연계 노선 확대
크루즈 산업의 특성상 하나의 국가만 단독으로 순회하는 노선보다는 인근 국가를 묶는 연계 노선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일본 노선이 대대적으로 확장되면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한국의 주요 항구인 부산과 제주는 글로벌 선사들의 일본 연계 코스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수혜 기항지로 정착했습니다.
실제로 프린세스 크루즈나 오셔니아 크루즈 등 주요 글로벌 선사들의 대다수 동북아시아 노선은 도쿄나 오사카, 오키나와를 출발해 부산과 제주를 거쳐 대만 타이베이나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즉, 일본 크루즈 시장의 파이가 커질수록 한국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크루즈 관광객의 절대적 숫자 역시 함께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됩니다.
그러나 한국 항구들이 순수 기항지에만 그칠 경우, 선사들의 노선 배치에 따라 수동적으로 좌우되는 한계를 가지게 됩니다. 인천과 부산 항구를 중심으로 한국 출발 및 도착 모항 상품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승객들이 항구 도시에서 숙박과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모항 기반 인프라를 한층 강화해야 합니다.
② 플라이 & 크루즈(Fly & Cruise) 시장의 개막
과거 한국 여행객들이 글로벌 대형 크루즈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미국 마이애미나 유럽 지중해까지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공간적·비용적 장벽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도쿄, 오사카, 오키나와 등 인근 일본 항구가 글로벌 선사들의 대형 모항(Homeport)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 여행자들은 LCC나 단거리 항공편을 이용해 일본으로 이동한 뒤 현지에서 최고급 크루즈에 승선하는 ‘플라이 & 크루즈’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이는 국내 크루즈 해외 직구 및 자유여행 수요를 급격히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 크루즈 관광의 핵심 수익은 승객의 체류 시간과 직결됩니다. 현재 대다수 한국 기항지 투어는 6~8시간 남짓의 단기 쇼핑 투어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선사들과의 협상을 통해 오버나이트(선박이 항구에서 하룻밤을 묵는 일정) 노선을 유치하고, 지역의 역사, 문화, 미식을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1인당 소비 단가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3. 향후 전망 및 한국 크루즈 시장의 인프라 대응 과제
일본이 오키나와 나하 항 전용 터미널 구축, 디즈니 크루즈 유치, 정부와 민간 협의회의 100만 크루즈 인구 달성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크루즈의 거점으로 도약함에 따라, 향후 동북아시아 크루즈 주도권은 일본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한국 크루즈 산업 역시 단순한 ‘스쳐 지나가는 기항지’에 머무르지 않기 위한 체질 개선과 전략적 준비가 시급합니다.
25만 톤급 아이콘 클래스나 디즈니의 신규 초대형 크루즈선 등 글로벌 선박들이 날로 대형화됨에 따라, 5,000명 이상의 승객이 한 번에 하선하더라도 병목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CIQ(세관·출입국·검역) 수속 절차를 간소화하고 자동화하는 디지털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대형 버스 수백 대가 동시에 이동할 수 있는 항만 배후 단지 교통망 정비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마치며
글로벌 크루즈 선사들과 일본 관민 단체가 진행하는 대규모 투자는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닌 아시아 크루즈 시장의 구조적 성장을 의미하는 명확한 신호입니다.
일본이 관민 협력을 통해 대형 터미널을 신축하고, 킬러 콘텐츠 IP 크루즈를 모항에 유치하며, 전용 포털을 통해 크루즈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는 동안, 한국 크루즈 업계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리적 이점을 살려 일본 연계 기항지로서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모항 경쟁력과 체류형 콘텐츠를 확보할 때 한국은 아시아 크루즈 대전환의 시대에서 단순한 경유지가 아닌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