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패키지 여행 시장에서 혼자 여행을 떠나는 숙박객은 항상 ‘싱글 차지(Single Supplement)’라는 추가 비용의 장벽에 부딪혀 왔습니다. 2인실 요금을 기본 전제로 설계된 기존 상품 구조 탓에, 1인 여행자는 더 비싼 추가금을 내고도 현장에서 좁은 1인실로 밀려나는 등 구조적인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얼마전 유튜브 히치하이커TV에서도 이 문제를 상세히 짚어 봤습니다.
일본 관광업계를 살펴보니 숙박 시장은 이미 ‘2인 1실’ 위주의 운영 방식을 탈피하고 있었습니다. 급격한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독립적인 휴식을 원하는 솔로 여행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통 숙박업의 대명사이자 가장 보수적인 업계인 ‘료칸(旅館)’ 시장까지 체질 개선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히치하이커는 중장년층 1인 여행 시장에 대응하고 있는 일본 료칸업계의 현재를 살펴 봤습니다.
1. 일본 1인 여행 시장의 성장의 원동력과 니즈
일본 솔로 여행 시장의 성장은 인구 구조적 변화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이미 38%를 넘어섰으며, 2030년대에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한국에서는 1인 가구의 여행 니즈에 대한 상세 조사 결과가 없어 국내 여행사들이 섣불리 뛰어들지 못한다고 하니, 일본의 통계 내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료칸 마케팅 컨설팅 전문 기업 ‘프라임 컨셉(Prime Concept)’의 2025년 최신 시장 분석에 따르면, 료칸을 찾는 고객들의 성향이 크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40대~60대의 중장년 세대를 중심으로 혼자 여행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독신 세대는 물론이고 육아를 일단락지은 이 세대는 부담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 료칸의 1인 이용객은 출장객이나 저렴한 숙소를 찾는 배낭여행족이 다수였으나, 현재는 ‘나만의 휴식’과 ‘취향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고단가 소비자로 전환되었습니다. 특히 과거 주말 및 성수기에 1인 예약을 거절하던 료칸들이 평일 공실을 메우는 전략적 수단으로 1인 고객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확산되었습니다.
프라임 컨셉의 조사에 따르면, 료칸을 찾는 1인 여행자의 주요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객실 내 식사(お部屋食) 또는 개별 식사 공간: 타인의 시선을 받지 않고 호화로운 가이세키 요리를 즐기려는 수요 증가
객실 전용 露天風呂(노천탕): 대목욕탕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온천을 즐기려는 미니멀 스파 트렌드
평일 기반의 고단가 예약: 주말 대비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평일에 높은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고급 객실을 예약하려는 기꺼이 지불하는 성향(Willingness to Pay)의 증대
2. 대형 여행사의 체질 개선: JTB의 ‘1인 온천 여행’ 전용 라인업
이렇게 1인 여행자들의 구매력 상승은 대형 여행 플랫폼의 서비스 개편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자사 예약 플랫폼 내에 아예 1인 여행객만을 위한 특화 검색 카테고리인 ‘온천 혼자 여행(温泉ひとり旅)‘ 기능을 기본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해당 섹션에서는 1인 투숙이 가능하도록 공식 확정된 료칸을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으며, 현재 기준으로 무려 일본 전역에 걸쳐 669곳에 달하는 고급 료칸이 1인 전용 플랜을 제공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또한 JTB의 1인 온천 여행 카테고리에서 소개하는 숙박 플랜은 2인 방을 1인이 혼자 비싸게 쓴다는 개념이 아니라, 1인 여행객이 느끼는 심리적·공간적 장벽을 해소하는 세분화된 테마가 특징입니다.
오코모리(おこもり, 객실 전용 휴식) 플랜: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객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객실 식사와 전용 노천탕을 즐기는 완전한 프라이버시 보장 플랜
방 식사(部屋食) 및 개별실 식사 확정 옵션: 혼자 식당에서 식사할 때 느끼는 부담감을 줄여주는 서비스
1인 전용 얼리 체크인 & 레이트 체크아웃: 휴식 시간을 극대화한 맞춤형 타임 테이블 제공
이러한 플랫폼의 시도는 1인 여행자를 ‘어쩔 수 없이 혼자 온 손님’이 아니라, 1인당 평균 객실 단가(ADR)를 높여주는 프리미엄 고객으로 받아들이는 시장 전체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굳이 여행사의 단체여행 패키지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일본 국내 여행의 경우 1인 기준 숙박 플랜을 구매하면 되니 굉장히 여행의 시작이 간편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1인 여행만을 테마로 해서 고품질의 패키지 여행을 만드는 여행사도 있고요. 이전 기사에서 소개해 드린 바 있습니다.


3. 객실 단위 호텔로 번진 ‘1인 전용’ 열풍: 군마 시로이야 호텔의 사례
이러한 변화는 인원 기준 요금(Per Person)을 적용하는 료칸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객실 단위 요금(Per Room)을 책정하여 ‘혼자 투숙하면 손해’라는 관행이 강했던 일반 도시형/부티크 호텔들 역시 적극적으로 1인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군마현 마에바시의 대표적인 로컬 부티크 호텔인 시로이야 호텔(Shiroiya Hotel) 사례가 눈길을 끕니다. 👉🏻호텔 객실별 가격 바로 가기
일본에서는 혼자 호텔에 머물며 자아를 찾고 휴식을 취하는 일상을 그린 만화 《나혼자 호텔(おひとりさまホテル)》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시로이야 호텔은 이 만화의 원작자와 협업하여 공식 ‘1인 전용 숙박 플랜(Ohitorisama Stay)’을 출시했습니다. 이 플랜은 혼자 온 투숙객이 호텔 내 예술 작품 감상, 핀란드식 사우나 이용, 웰컴 드링크와 프라이빗 다이닝을 온전히 ‘혼자’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책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저자인 저의 관점에서도 이 변화는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당시 수많은 호텔을 섭외하고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 호텔들을 주로 혼자 다녀온 경우가 많았는데요. 제 원고를 담당했던 출판사 측에서 ‘너무 혼자 여행한 것처럼 느껴지는 대목은 수정해줬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한 게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이 나온 2018년 여름부터 ‘호캉스’라는 단어가 전국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호텔을 혼자 다니는 건 익숙하지 않은 그림이었던 거죠.
하지만 이제는 호텔업계에서부터 1인 여행자야말로 호텔의 콘텐츠와 공간을 가장 깊이 있게 경험하고 소비해 줄 ‘최적의 타깃’으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시사점
일본 료칸 시장의 이러한 변화는 여전히 ‘2인 1실’ 기준 요금 체계와 싱글 차지 부과 관행에 갇혀 있는 한국 패키지 및 국내 숙박 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1인 가구가 주류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1인 사용자에 대한 과도한 페널티 요금 부과나 사전 공지 없는 저가 객실 배정 같은 불명확한 요금 체계는 소비자 불만만 키울 뿐입니다.
1인 여행이 수익성이 있느냐는 반문을 하기 전에, 일본의 여행 업계처럼 1인 여행자의 니즈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정당한 원가에 기반한 전용 플랜을 신설하고 지역 문화 및 스토리텔링과 결합한 고품질의 여행 상품을 제시할 때 비로소 1인 여행 시장은 여행사와 숙박업계 모두에게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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