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히치하이커TV 에피소드는 ‘혼자 패키지 여행, 무엇이 장벽일까?’라는 큰 틀에서 싱글 차지를 포함한 여러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생각보다 이 주제를 기다려오신 구독자 분들이 많으셨는지, 댓글로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고 계신데요. 아직 못보신 분들은 아래 영상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싱글 차지의 문제점, ‘기준이 없다’
처음 이 문제를 다루게 된 동기는 싱글 차지 관련 네이버 게시물을 보다가 ‘당연히 2인실을 줄 줄 알았는데, 싱글 차지를 내고도 1인실을 배정 받았다‘는 제보성 댓글을 여럿 보고 나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싱글 차지를 내는 1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돈을 내면 어떤 서비스(숙박)를 받을 지에 대한 기준이 매우 모호하고, 이를 예약 전에 정확하게 알지도 못한 채로 계약을 한다는 것이죠. 우선 영상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를 던지는 방식으로만 제작했습니다.
어제 에피소드가 업로드된 후 수 많은 댓글은 물론이고 제보 메일도 받고 있는데요. 생각보다 이 문제가 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싱글 차지를 내고 패키지 여행을 하시는 분들은 보통 한 번만 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여행상품에 지속적으로 참가하는 여행 마니아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분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단 하나, ‘싱글 차지에 대한 객실 제공의 기준이 전혀 없고, 이에 대해 항의하면 여행사마다 처리 방식도 다 다르다‘입니다.
이에 대해 AI로 분석을 해보면 저가 패키지와 고가 패키지의 싱글 차지 책정 방식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저가 패키지의 경우 1인이 혼자 2인실을 사용할 경우 자신들이 확보한 블록 객실 수는 사전에 정해져 있기에 인원이 그만큼 부족하게 됩니다. 따라서 여행사의 쇼핑∙옵션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방값 보전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할 수 있다고 답합니다. (실제로 댓글에 보면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하신 분이 있네요.) 반대로 쇼핑∙옵션 수익이 없는 고가 패키지의 경우 2인실->1인실로 바꾸고 해당 1인실에 대한 보전금으로 싱글 차지를 책정합니다.
2인 1실의 1명 기준 요금, 당연한가?
그런데 저는 이 주먹구구식 행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1인 소비자들이 싱글 차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2인 기준 금액을 마치 ‘1인 요금’인양 표기해놓고 막상 1인이 예약을 누르면 추가금을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이 요금 표기 방식 자체에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여행사 관계자로 추정되는 분이 ‘싱글 차지는 추가 수수료가 아니라 2인 1실 기준 요금에서 발생하는 실제 차액’이라고 댓글로 팩트를 전달하고 계신데요. 이걸 잘 몰라서 불만을 갖는 분들도 있겠지만, 애초에 이 요금 책정 방식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느끼는 1인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현재 패키지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훨씬 큰 장벽은 ‘심리적 장벽’이기 때문입니다.
이 심리적 장벽이 생겨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2인 1실의 1인 요금’이 고착화된 여행상품의 요금제에서 비롯됩니다. 이걸 너무 오래 ‘디폴트’로 두다 보니 소비자들도 웬만해서는 패키지를 예약할 때 2인이나 4인 등으로 수를 맞춰 예약하려고 하거든요. 이렇게 되면 1인 예약자의 수는 자연히 소수가 됩니다.
1인 여행자는 단체 여행에 싱글 차지를 내고 예약을 하더라도 그룹 내에서 소외되거나 눈치를 보게 되기 십상이죠. 왜 혼자 왔는지 매번 설명해야 하고, 댓글에 많은 분들이 알려주신 것처럼 택시를 타거나 이동할 때도 머릿수가 맞지 않습니다. 식사도 가이드와 하는 등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일본 여행시장 분석해보니..
저는 우리보다 일찍 패키지가 발달한 일본 여행시장에서도 2인 기준 여행상품을 당연하게 여기는지, 1인을 위한 패키지 상품군은 없는지 궁금했습니다.
- JTB
처음 찾아본 건 일본에서 1백년 역사를 지닌 최대 규모의 여행사, JTB였는데요. 이러한 대형 여행사들은 일단 눈치는 있는데, 변화는 어려워합니다.
그러다보니 가장 손쉬운 대응 방법이 바로 에어텔에만 ‘혼자 여행 캠페인’을 도입하(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정확히 지금의 하나투어에서 하고 있는 캠페인과 동일한 내용입니다.


왼쪽이 JTB의 히토리타비(혼행) 캠페인 사이트, 오른쪽이 하나투어의 나혼자여행 캠페인 페이지입니다.
두 회사가 정확히 같은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요. 항공+호텔로 묶은 에어텔 요금을 1인 기준으로 표시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이거야 당연히 1인 출발도 확정이 되겠죠. 애초에 ‘자유여행’이니까요. 또한 2인실을 혼자 쓰는 거니까 OTA 단품 예약과 비교도 해봐야 합니다.
또한 이 캠페인 사이트에서 추가로 노출하는 패키지 상품의 경우 기존의 2인1실 요금제 상품을 그대로 끌어와서 쓰고 있습니다. 싱글 차지 내고 합류하라는 거죠. 이건 1인 여행을 위한 패키지 상품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두 회사 모두 기존 자원을 활용해서 그럴 듯하게 만들어놨지만, 1인을 위한 여행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 2. 클럽 투어리즘, 그리고 시니어 1인 여행시장의 대두
그런데 제가 관광공사 온라인 교육을 개발하면서 알게 된 일본의 여행사, 클럽 투어리즘은 차원이 다른 1인용 패키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해당 내용은 위 영상 8:24 부터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여행사가 발표한 내부 통계인데요. 1인 상품의 경우 6070 시니어 여행자의 점유율이 과반을 넘고 여성 참가자가 80%입니다. 이렇게 되면 참여자들의 취향과 특성을 세분화해서 계속 팔릴 만한 1인 상품을 만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데이터가 쌓여야 상품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최근 모객 중인 ‘1인 여성 전용 상품’이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상품들인 것이죠.
현재 한국에서는 시도 자체를 안하기 때문에 데이터도 없고, 여전히 여행사들은 선뜻 뛰어들지 못합니다. ‘‘대세는 1인 가구’ 여행업계 맞춤 서비스 어디까지 왔나(일요신문, 2022.1월 보도)에 따르면 “업계 인식은 다소 낮은 수준이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있는 시장인지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어 확신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1인 가구의 연령대, 소득, 성별 등에 따른 세분화된 자료 구축도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고요.
그러나 일본의 아웃바운드 시장은 우리에 비해 훨씬 작습니다. 절대적인 여행 소비 규모도 그렇지만 일본의 2026년 1월~6월 누적 출국자 수는 694만 명(JNTO)으로, 코로나 이전 대비 30%나 감소되어 돌아오지 않고 있는 수치입니다. 반면 한국의 출국자 수 규모는 무려 1,496.2만 명으로 2019년 수치에 거의 도달했습니다. 다시 말해 여행업계가 ‘내수 시장이 작아서, 모객이 안돼서’라고 핑계를 대기에는 너무나 큰 여행 소비 시장을 가진 셈입니다.
마치며
이 문제의식을 영상으로 기획하면서, 수 년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여행 전문 서점에서 재미있는 기획을 종종 하셨는데요. 서점에서 출간 기념 강연이나 북토크를 진행한 여행작가들과 좋은 네트워크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해당 여행서에서 다룬 지역이나 테마로 실제 여행상품을 기획해 작가와 동행하는 여행을 진행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비여행업종의 모객 행위여서 명백한 불법이긴 합니다. 정식으로 여행업을 내고 하셨더라면 좀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상품의 내용이나 기획력만큼은 기존 여행사에서 나올 수 없는 니치한 여행이 대부분이었고 반응도 좋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를 출간하고 그 서점에서 북토크를 한 후에, ‘호텔 테마 여행’을 기획해보자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동남아시아 특정 도시에서 제가 직접 셀렉한 호텔을 중심으로 매일 흥미로운 호텔에 묵으며 해설도 해드리고 호텔에 대해 공부도 하는 여행을 구상해보자고 하신 건데요. 물론 이 제안은 기획 단계에서 취소되긴 했지만, 저는 그때도 당연히 1인 여행을 상정하고 기획을 했었습니다. 대부분 혼자 예약을 하실테니까요.
1인 모객이 될까 안될까를 고민하기 보다는, 결국 소비자조차도 아직 알지 못했던 여행을 먼저 제시할 수 있는 기획력이 핵심일텐데요. 히치하이커TV는 저희만의 기획을 통해 향후 호텔을 중심으로 한 테마 여행과 혼자서도 자유여행을 쉽게 할 수 있는 정보를 좀더 강화하려고 합니다. 업계가 변화할 때까지 기다리기에, 인생은 너무 짧고 가야 할 곳은 많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