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중심가 사무실 건물의 한 커피숍에서는 매일 초록색 재킷을 입은 배달 기사들이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고, 직장인들이 계산대 앞에 줄을 서 있습니다. 그리고 몇몇 고객들은 앱으로 미리 주문한 커피를 픽업 카운터에서 받아갑니다. 동남아시아 최초의 커피 유니콘 기업으로 불리는 코피 케낭안의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2017년 설립된 코피 케낭안은 불과 몇 년 만에 인도네시아 전역 45개 도시에 840개 이상의 매장을 열고, 월 300만 잔 이상의 커피를 판매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케낭안 커피’라는 이름으로 말레이시아에 진출하며 아시아 전역으로의 확장을 꿈꾸고 있습니다. 제 2의 ‘러킨 커피’로 불리는 코피 케낭안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히치하이커는 전 세계 각국에서 지금 가장 주목할만한 브랜드와 비즈니스를 소개하며, 더 깊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한 자유여행을 돕습니다.
카페 체인이 아니라, 테크 스타트업?
코피 케낭안의 창업자 에드워드 티르타나타와 제임스 프라난토는 인도네시아 커피 시장의 큰 틈새를 발견했습니다. 당시 인도네시아에서는 20센트 정도의 저렴한 길거리 인스턴트 커피와 3달러 이상의 고급 스페셜티 커피 사이에 중간 가격대의 옵션이 없었습니다.이들은 이 틈새를 공략하여 1.2달러 정도의 가격에 고품질 커피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스타벅스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길거리 커피보다는 품질이 높은 제품으로, 성장하는 중산층과 젊은 세대의 니즈를 정확히 충족시켰습니다. 한국의 이디야 커피와 비슷한 가격 포지션으로 볼 수 있습니다만, 아래 서술하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한국 커피 체인과는 차별화된 지점이 있습니다.
우선 코피 케낭안은 단순한 커피 체인이 아닌 테크 기반의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들은 모바일 앱을 통한 주문 시스템,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 이해, 효율적인 매장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특히 2019년 출시한 모바일 앱은 큰 성공을 거두어 2022년 7월 기준 23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습니다. 이 앱을 통해 고객들은 편리하게 주문하고 로열티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코피 케낭안의 전체 매출의 70%가 디지털 채널을 통해 발생할 정도로 테크놀로지는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커피 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피 케낭안은 오히려 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했습니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41% 증가한 191개의 새로운 매장을 열었고, 2022년에는 분기당 100개의 새로운 매장 오픈을 목표로 했습니다. 또한 ‘케낭안 브랜드’라는 우산 아래 빵, 치킨, 쿠키 등 다양한 F&B 브랜드를 론칭하며 사업 다각화에도 성공했습니다. 2022년 초에는 인도네시아 커피 체인 최초로 RTD(Ready-to-Drink) 제품을 출시하여 FMCG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현지 문화 기반 브랜딩, 효율적 확장 전략
코피 케낭안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은 인도네시아 문화에 깊이 뿌리를 둔 브랜딩 전략입니다. ‘코피 케낭안 만탄'(옛 연인의 추억 커피)과 같은 시그니처 음료의 이름은 현지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입소문을 타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들은 각 지역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는 데도 주력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코피 케낭안은 빠르게 인도네시아인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습니다.
코피 케낭안은 그랩앤고(grab-and-go) 콘셉트를 채택하여 운영 비용을 낮추고 빠른 확장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대부분의 매장이 작은 키오스크 형태로 시작했기 때문에 임대료와 운영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프랜차이즈 방식이 아닌 직영 방식을 고수하여 품질 관리와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빠른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코피 케낭안의 성장 잠재력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2021년 12월 시리즈 C 투자 라운드에서 9,6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래퍼 제이지와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 같은 유명 인사들도 투자에 참여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코피 케낭안이 단순한 지역 커피 체인이 아닌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입니다. 코피 케낭안은 이러한 투자를 기반으로 인도네시아를 넘어 동남아시아 전역으로의 확장을 꿈꾸고 있습니다.
제 2의 중국 ‘러킨 커피’?
인도네시아의 코피 케낭안과 중국의 러킨 커피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테크 기반의 커피 체인으로 빠른 성장을 보였지만, 그 성장의 배경과 전략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코피 케낭안은 인도네시아의 깊은 커피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길거리 노점부터 고급 쇼핑몰까지 모든 계층이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있어, 커피 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큽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주요 커피 생산국으로, 완전한 공급망을 갖추고 있어 원두 수급에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반면 러킨 커피가 운영되는 중국 시장은 상황이 다릅니다. 중국은 대부분의 커피 원두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커피 문화도 인도네시아만큼 깊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실제로 러킨 커피는 중국 커피 시장을 개척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도 두 회사는 차이를 보입니다. 코피 케낭안은 기존의 결제 앱에 통합되는 방식을 택했지만, 러킨 커피는 자체 앱을 통한 주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는 각국의 디지털 인프라와 소비자 행동 패턴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마치며
코피 케낭안의 성공 사례는 현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시장의 틈새를 정확히 공략하는 전략, 그리고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혁신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여정은 단순히 커피 산업의 변화를 넘어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커피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코피 케낭안이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해 나갈지, 그리고 이들의 혁신이 아시아 전역의 커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볼 만합니다. 인도네시아 또는 말레이시아 여행 계획이 있으시다면, 케낭안 커피 검색해서 가까운 매장에서 한번 커피를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조만간 가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