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0월, 히치하이커닷컴은 중국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의 성공이 지역 관광산업에 미친 파급효과를 다룬 바 있습니다. ‘오공 따라 산시행’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게임 속 배경이 된 산시성의 관광지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1월 말에 개봉한 중국 애니메이션 ‘너자 2’의 글로벌 흥행 소식이 심상치 않습니다. 애니메이션의 성공은 곧바로 배경이 된 쓰촨성의 관광 인파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히치하이커닷컴은 너자 2의 돌풍이 중국 내수 관광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너자 2 돌풍, 중국 문화관광 전략의 선봉장 될까
중국 애니메이션 ‘너자 2’가 일으킨 돌풍은 이례적입니다. 2025년 1월 말에 개봉한지 9일만에 글로벌 흥행수입 100억 위안(약 2조원)을 돌파하며 중국 영화 최초로 단일 시장에서 10억 달러를 벌어들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는 비(非) 할리우드 작품으로는 최초의 기록인데다 흥행 속도에서는 스타워즈의 성과를 넘었다고 보도되고 있습니다. 중국 애니메이션이 헐리우드를 뛰어넘기 위해 투입된 자본도 어마어마한데요. 너자2’의 제작 참여자는 총 4천여 명으로, 특수효과 장면만 1,900개가 넘는데 이는 중국의 애니메이션 회사 130여개가 함께 만들었다고 합니다. 게임 오공처럼, 너자 시리즈 제작 역시 국가적 프로젝트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너자 2는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까요? ‘너자 2’는 16세기 중국 고전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진탕관 이징 사령관의 아들 너자와 용왕 아오광의 아들 아오빙이 천둥번개를 함께 견뎌내면서 육체가 파괴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도사 타이이전런이 성스러운 연꽃으로 두 사람의 육체를 재구성하려 하지만, 분노한 용왕의 공격으로 아오빙의 몸이 소멸됩니다. 이후 너자와 아오빙은 7일 동안 너자의 몸을 공유하며 도교 시안의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해 새로운 육체를 얻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천계의 패권을 위한 음모였음이 밝혀지며, 너자는 천계 세력과 맞서 싸운다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입니다. 사실 봉신연의는 이미 드라마화되기도 했고(넷플릭스에도 있음), 새로운 내용이 아닙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이 영화의 흥행이 관광산업에 곧바로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었던 쓰촨성 이빈시의 취핑산 관광지구에 위치한 너자궁은 춘절 연휴 이후에도 놀라운 방문객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일 평균 4,000명, 최대 8,000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2월 1일부터 15일까지의 총 방문객 수는 65,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는 원래 춘절 연휴가 끝나면 관광객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여행 플랫폼 플리기의 데이터에 따르면, 2월 첫째 주에 너자 관련 관광지인 이빈과 장요우에 대한 온라인 검색량이 각각 225%, 453% 증가했습니다. 쓰촨성 뿐만이 아니라 허난성 시샤현의 너자 사당과 천탕관 역사유적지 역시 영화 개봉 이후 방문객이 급증했으며, 호텔 예약은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쓰촨성 청두시의 관광 명소 변화가 눈에 띄는데요. 자오즈 거리의 너자 동상은 도시의 새로운 포토스팟으로 자리잡았고, 톈푸 국제금융센터 쌍둥이 빌딩에 투사되는 너자와 아오빙의 이미지는 야간 관광의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청두가 마치 ‘너자 시티’로 변모했다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한국 문화관광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우리나라도 수준 높은 게임,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다양한 IP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문화관광 분야에서는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의 세계 진출 동향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16억 인구의 중국 관광 소비자를 겨냥한 전략적 접근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시점입니다.

마치며
게임 ‘오공’과 애니메이션 ‘너자 2’의 사례는 문화 콘텐츠의 성공이 단순한 흥행 수입을 넘어 관광, 요식업, 숙박업 등 연관 산업 전반에 걸쳐 막대한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지방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 IP를 활용한 현지 맞춤형 관광 상품 개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효과적인 마케팅 등은 우리도 참고해야 할 부분입니다.
한국의 문화관광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수한 IP를 바탕으로 한 관광 연계 전략을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시점입니다. 단순한 촬영지 방문을 넘어 IP를 활용한 체험형 관광 콘텐츠 개발, 지역 특색과의 융합, 현지 맞춤형 마케팅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