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Airbnb)의 대항마’로 불리며 한때 20억 달러가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손더(Sonder)가 최근 전격적인 파산 및 청산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Marriott International)과의 라이선스 제휴마저 종료되면서, 전 세계 손더 숙소에 머물던 수많은 투숙객이 갑작스럽게 퇴실 통보를 받고 숙소를 찾아 헤매는 여행 대혼란(Travel Chaos)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손더 사태는 단순한 스타트업의 실패를 넘어, 기존 호텔의 신뢰도와 아파트형 숙박의 편리함을 결합하려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이번 손더 사태의 전말을 정리했습니다.
파산의 근본 원인과 비즈니스 모델의 위험성
손더는 캐나다에서 시작된 아파트 기반의 숙소 브랜드입니다. 에어비앤비처럼 개인의 방을 중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 임대 계약을 통해 아파트나 건물 전체를 확보하고 직접 가구와 시설을 관리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가진 개인 호스트 운영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호텔보다 더 집과 같은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나 대규모의 임대료와 운영비가 초래한 막대한 고정 비용은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압박했으며, 수익이 이 비용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손더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그러던 와중, 2024년 체결된 메리어트와의 라이선스 제휴는 손더에게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구세주였습니다. 히치하이커도 당시에 메리어트 입성에 대해 보도하면서 손더가 당시 힘든 상황이었음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손더는 왜 갑자기 파산했을까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자산 중점적(Asset-Heavy)’ 비즈니스 모델의 재정적 취약성과 메리어트와의 시스템 통합 지연에 있습니다.
특히 메리어트와 손더의 시스템, 특히 기술 프레임워크와 예약 시스템(Marriott Bonvoy)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지연과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수익은 급감하고 비용은 치솟았으며, 손더가 재정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메리어트는 계약을 해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메리어트와의 파트너십 종료는 손더에게 마지막 주요 버팀목이 사라졌음을 의미했으며, 이는 최종적인 파산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파산 결정은 전 세계의 투숙객에게 직접적이고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습니다. 즉각적인 운영 중단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인데요. 이미 손더 숙소에 머물고 있던 고객들은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숙소를 비우라”는 갑작스러운 퇴실 통보를 받고 급히 다른 숙소를 구해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보다 훨씬 높은 요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이는 특히 장기 투숙객들에게 큰 경제적, 정신적 타격을 주었습니다. 앞으로의 예약 건은 이행되지 않을 예정이며, 이미 결제한 고객들은 예약 플랫폼이나 신용카드사를 통해 환불을 요청해야 하는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많은 소비자가 손더를 선택한 이유가 메리어트의 브랜드 신뢰도 때문이었음을 밝히는 만큼, 제휴 파트너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한 메리어트에 대한 실망감과 거대 호텔 체인에 대한 불신마저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손더의 실패는 ‘기술 회사(Tech Company)’를 표방하며 ‘부동산/운영 집약적(Operationally Intensive)’ 사업을 수행하는 숙박 비즈니스 모델의 위험성을 잘 보여줍니다. 운영이 복잡하고 자본 집약적인 부동산 사업을 기술 플랫폼으로 포장하는 것은 투자 유치에는 유리했을지 몰라도, 현실적인 운영 효율성과 재정적 규율 없이는 지속 가능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장기 임대를 통해 숙소를 운영하는 모델은 공실 위험과 시장 변동성을 부동산 소유주가 아닌 운영사(손더)가 떠안게 됩니다. 경기가 악화되거나 수요가 예상만큼 발생하지 않을 경우, 고정된 임대료 의무는 치명적인 재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며: 아파트 숙박 비즈니스 모델의 향후 전망
손더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아파트형 숙박’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수요와 잠재력은 여전히 높습니다. 특히 출장자나 가족 여행객 등 장기 숙박을 원하는 고객층에게 더 넓은 공간, 주방 시설, ‘내 집 같은’ 독립적인 분위기를 제공한다는 장점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향후 이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산 경량(Asset-Light)’ 또는 ‘하이브리드’ 모델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손더와 같은 자산 중점 모델 대신 프랜차이즈나 위탁 경영을 통해 고정 비용 리스크를 줄이는 모델이 주류가 되거나,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한 호텔 체인이 ‘서비스드 아파트먼트’를 직접 운영하는 방식이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위탁 경영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일본의 호시노 리조트를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위탁 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숙박업과 여행산업, 지역 개발에 대한 전문성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시장은 이제 화려한 성장 속도보다는 실질적인 운영 효율성(Unit Economics)과 수익으로 이어지는 명확한 경로를 더욱 엄격하게 요구할 것입니다. 성공적인 아파트형 숙박 비즈니스는 첨단 기술을 활용하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현장 운영 및 고객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손더의 몰락은 혁신적인 숙박 모델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었지만, 이는 시장이 보다 지속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6년에도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형 숙소를 선택하실 때는, 이번 손더의 비즈니스 구조를 한번 살펴보면서 비교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셀리나에 이어 손더까지, 혁신을 앞세운 숙박 비즈니스의 명과 암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