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프리미엄 여행상품 중에 1인당 1050만원짜리 상품을 발견했습니다. 2인이 총 2100만원 이상인데 5박 7일 중 3일이 자유 일정인데다 중석식도 불포함 가격입니다.
그래서 1인당 상품 가격인 1,100만원에 두 분이 화려한 호주 여행을 하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았습니다. 같은 숙소에 머물면서 와인 투어, 헬리콥터 투어, 블루마운틴 선셋 투어가 포함된, 좀더 기획이 잘 된 자유 여행으로 예약하는 방법입니다. 물론 항공은 비즈니스로 타셔야죠.
콘텐츠 제작 후기 – 여행사의 기획력 문제
지난 다낭 패키지 논쟁으로 본, 저가 패키지 여행 문제점 총정리 영상을 만들면서, 단체여행 산업의 구조를 둘러싼 해묵은 문제점을 다시 한번 짚어볼 수 있었는데요. 동시에 구조적인 문제점만 계속 지적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리 뒷단의 구조가 어떻든 간에, 이러한 저가형 여행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기 때문에 공급을 하는 거니까요. 더 나아가 애초에 이를 알고 구매한 소비자들이 오히려 가이드의 기분을 맞춰주어 계속해서 ‘대접받는’ 여행을 이어가기 위해 억지로 쇼핑을 해주는 웃지못할 양상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더이상 ‘저가’ 패키지가 아니게 되는 건데도 말이죠. 여행을 이런 방식으로 소비하는 패턴이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학습된다면, 이건 더이상 옵션 쇼핑의 문제가 아니라 상품이 가진 본질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동시에 이 여행사 패키지 문제에는 아무도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상품의 ‘기획력’입니다.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메이저 여행사들의 카톡 알림이 올 때마다 일일이 신상품을 체크해보는 제 입장에서는 전혀 본질적인 변화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특히 저가 패키지의 공통된 특징은 목적지와 관계없이 20년 전과 소름돋게 똑같은 ‘여행 일정’을 고수하고 있어 해당 여행지까지 너무 올드해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이건 세계 각국의 관광청에서도 제대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얼마 전에는 대만 상견니 투어(이것도 제가 수많은 곳에서 언급했던 사례죠)가 나왔다고 해서 모 여행사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해당 상품 소개는 안나오고 검색 창으로 연결되는 어처구니 없는 모바일 동선이 마련돼 있더군요. 하는수 없이 수동 검색해서 조회해 봤더니, 그 상품은 안나오고 타이베이/예류 등 켸켸묵은 상품만 가득 나왔습니다. 타이중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사가 ‘나 혼자 산다 – 타이중 세미나 편’ 스폰서를 진행했던 듯 한데, 타이중 미식 패키지가 있다고 해서 보니 1일차 저녁에 펑지아 야시장 일정을 넣고 나머지는 기존 루트 그대로면서 이걸 미식 여행으로 퉁치더군요. 소비자들은 ‘나 혼자 산다’에 나온 로컬 미식 여행을 꿈꿀텐데 말이죠.
더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기획력의 부재가 저가형 패키지에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준비해본 영상이 이번 호주 시드니의 럭셔리 패키지 분석입니다. 럭셔리 여행은 기획력이 다 하는 상품입니다. 똑같은 여행지에서 훨씬 더 특별한 경험을 기대하는 소비자를 위한 상품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의 산업 내부에는 아직 럭셔리 여행이 뭔지, 고객이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모릅니다. 그래서 5박 7일 일정에 무려 3일이나 자유시간을 넣고 비즈니스 항공을 붙여 2인에 2100만원을 내는 상품을 ‘럭셔리 여행’이라고 부릅니다.
2023년 MBC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였죠. 물론 인물 캐릭터들의 매력도 한 몫을 했고 가기 어려운 남미나 인도, 아프리카를 대리 여행하는 만족도가 컸죠.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미덕은 ‘우리가 여행을 왜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들어준 것입니다. 하루에 최대한 많은 명소를 발도장 찍고 가이드에게 대접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세계를 만나고 몰랐던 나를 발견하기 위해 기꺼이 편안한 집을 떠난다는 여행의 본질을 일깨워줬습니다. 이래서 좋은 여행 기획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스스로 모두가 자신의 여행을 제대로 기획하는 그날이 올 때까지, 저도 더 열심히 달려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