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다수 여행 크리에이터에게는 수익 링크를 붙여 홍보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콘텐츠에 우선 반영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콘텐츠 수익모델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꾸준히 판매 수수료를 배분해주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중에는 마이리얼트립이 가장 체계적으로 이 시스템에 투자하고 있고, 이에 앞서 해외 선도 기업으로는 아고다와 같은 호텔 플랫폼, 클룩을 필두로 한 투어 플랫폼이 있다. 또한 이들 플랫폼을 묶어서 크리에이터에게 중개하는 메타 제휴 플랫폼까지 나올 정도로 고도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급자(여행사)는 크리에이터 에코 시스템을 가진 플랫폼에 입점하기만 해도, 우리 상품을 크리에이터가 마케팅해줄 잠재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1)리퍼럴(제휴) 링크를 발행해서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을 공유하거나
2)리퍼럴 시스템이 있는 대형 플랫폼에 입점해서 크리에이터와 수익을 공유하거나
3)자체 크리에이터 생태계(네이버 카페, 커뮤니티 등)를 구축하거나
만약 위 3가지 문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3개 중 하나라도 하고 있지 않는다면, 우리 회사는 크리에이터 생태계와는 완전히 괴리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이제 크리에이터 경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또는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어떤 방법으로든 발을 걸치지 않는다면 여행업을 영속하기 어렵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크리에이터와 여행상품이 윈윈하는 제휴 마케팅 시장이 공고하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뭔데?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곧 이스타 항공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취항한다는 소식을 보고,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크리에이터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가장 먼저 찾아보는 것은? 관련된 여행 콘텐츠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가’의 여부다.
마이리얼트립에는 마침 시의성을 맞춰 발빠르게 디자인한 여행상품이 딱 올라와 있었다. 이스타 항공의 취항 스케줄에 맞춘 현지 여행사의 상품이 있었던 것이다. 여행사 소개를 보니 현지에서 사업을 오래 하셨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나라를 다루는 회사가 아니라, 해당 지역에 대한 전문성이 보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여행사 상품을 신규 취항 소식과 함께 전달하는 콘텐츠를 만들면 독자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고, 크리에이터에게는 잠재적 수익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여행사와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데, 내 콘텐츠에 해당 여행사에서 만든 상품을 소개했다.
그리곤 얼마 뒤, 이 영상을 소개했던 내 유튜브 커뮤니티에 구독자 분의 댓글이 달렸다.

이게 바로 크리에이터 생태계다. 이 바운더리 안에 들어온 여행사들은 본인도 모르게 누군가가 무료로 광고를 해주고, 매출이 올라간다. 크리에이터는 제휴 링크를 통해 잠재적인 수익을 얻고, 여행 소비자는 전혀 모르고 있던 상품 정보를 알게 되면서 패키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취향에 따라 여행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거의 모든 여행업체가 이렇게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세계 각지에서 합법적으로 투어 비즈니스를 오래 해오신 업체들이 더 좋은 상품을 많이 개발해서 소비자에게 직판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의 해외여행 퀄리티가 올라갈 수 있고, 미디어 ‘히치하이커’의 탄생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여행사들은 아직도 ‘광고’?
대다수 소규모 여행업체들은 디지털 경제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여전히 ‘광고’라 믿고 있다. 그 결과 누구나 할 수 있는(+ 구매전환이 확실하게 보이는) 검색 광고와 SNS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키워드 광고부터 배너 광고에 카톡 메시지까지, 적게는 월 수 백만원부터 수 천만원까지 비용을 때려넣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대행사에 의뢰해 일회성 상위노출에 불과한 블로그 포스팅을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랍시고 진행한다. 그러면서도 플랫폼에서 부과하는 판매 수수료가 아까워서 입점을 꺼린다는 말을 듣고 아연실색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지난 몇 년동안 관광공사 컨설턴트로 여행사 대표님들을 만날 때마다 얘기하는 거지만, 광고에 편중된 마케팅은 단기 매출만 높일 뿐 장기적으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최악의 방법이다. 더 웃기는 것은 실무자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다른 방법을 모르거나, 시간과 노력이 드는 방법은 회피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용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크리에이터 생태계와는 완전히 소외된 비즈니스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좋은 마케팅 방법은 3번, 즉 업체 스스로가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소유한 경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방법은 대부분의 전통적 여행업체들이 가장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왜냐, 가장 구축하기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까. 그럴수록 콘텐츠 크리에이터 풀을 보유한 극소수 여행사들의 수익성과 진입장벽은 더 높아지는 추세다.
마치며
1년 전, 현지에서 유명하고 업력도 오래된 랜드사가 유튜브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 패키지만 수주하는 비즈니스에서 탈피해 자유여행을 강화하고 싶다며 취재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취재 지원은 언제든 환영이고 감사한 일이지만,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달랑 콘텐츠만 만든다고 끝이 아니다. 상품 링크가 있어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해당 랜드사가 어떠한 제휴 플랫폼에도 상품을 입점해놓지 않아서, 사실상 ‘이 지역을 자유여행으로 할 수 있어요’라고 주장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도 내가 이용한 상품을 독자에게 소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건 수익화도 수익화지만, 독자에게 제공할 정보로서의 가치가 부족하다. 게다가 해당 랜드사는 지금까지 한국 대형 여행사의 모객만 받았기 때문에 변변한 홈페이지조차 없어서 자체 여행상품을 한국인에게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루트가 전무했다. 결국 해당 협업을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플랫폼 입점 권유를 해드렸음에도, 그 어떤 플랫폼에서도 해당 여행사의 상품을 여전히 만나볼 수가 없다는 건 너무 아쉬운 일이다. 짐작컨대 다시 단체여행이 활성화되면서 예전 비즈니스로 되돌아갔을 수도 있다.
히치하이커TV는 세계 각지의 현지 여행사를 발굴하고 한국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혹시 위와 같은 케이스에 놓여 있다면, 도움을 드리면서 같이 자유여행과 현지 전문가를 결합한 새로운 소비자 시장을 만들어가고 싶다. 관련 업체 분들은 언제든지 하단 페이지 통해서 편하게 문의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