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과 여행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 여행 핀테크 서비스 중에서도 ‘여행용 카드’와 ‘QR결제’를 선도하는 GLN인터내셔널과 하나 ‘트래블로그’ 카드가 모두 여행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시도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참고로 두 서비스 모두 하나금융 계열이다)
금융 기업이 확보한 방대한 여행 소비 데이터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닌,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여행 서비스 패러다임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강력한 추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히치하이커닷컴은 이 두 서비스의 최근 동향이 전통적인 여행업계에 던지는 의미를 간략히 살펴본다.
1. 여행 결제의 디지털화 가속
해외여행에서의 결제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 중심이었던 결제 수단이 ‘트래블 카드’와 QR코드와 같은 디지털 결제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대표적인 디지털 결제 수단이 GLN인터내셔널이다. 11개국에서 QR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간 1000만 건 이상의 결제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디지털 결제의 보편화는 실시간으로 여행객들의 소비 패턴을 추적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올 한 해 히치하이커TV 취재를 위해 다녀온 총 4개 국가의 해외 출장에서 모두 트래블로그 카드(하나머니)만을 사용했으며, 결제가 안될 때만 가지고 있던 타사의 비자카드를 소액 사용할 뿐이었다. 또한 태국에서는 수많은 소액 거래를 GLN의 QR 결제로 해결했다. 하나머니 앱 내에 GLN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별도의 앱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환전과 인출 등 여행 결제에 필요한 거의 전 과정이 디지털화되었고, 너무 편리해서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미묘하게도, 트래블로그 + 하나머니의 편리함과 혜택에 적응이 되면서 주거래 은행의 여행용 카드가 조건이 꽤나 괜찮음에도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처음 발을 담근 서비스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락인’ 효과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여행용 카드 전쟁을 벌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방대한 여행 특화 데이터의 확보
핀테크 기업들은 이렇게 확보한 여행 소비자들의 결제 데이터를 통해 여행객들의 실제 행동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호텔, 항공권과 같은 고액 결제뿐만 아니라 현지 식당, 상점에서의 소비 데이터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액 결제가 이루어지는 QR 결제에서는 더더욱 세부적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다.
하단 기사에서 GLN인터내셔널의 김경호 대표가 언급했듯이, 한 달 살기와 같은 장기 체류 트렌드로 오래 머무는 여행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상점들에 대한 데이터까지 자연스럽게 축적되고 있다고 한다.
3. 자체 커머스 플랫폼 구축
지난 4월 하나카드의 ‘트래블버킷’ 출시는 금융 기업이 자체 확보한 소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커머스’를 시도하는 흐름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트래블로그는 이제 단순한 결제 서비스를 넘어 항공권, 호텔 예약, 패키지 여행 상품까지 아우르는 종합 여행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챗GPT를 활용한 여행 계획 수립 지원, 트래블로그 리뷰 등 데이터 기반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치며
현재 금융 기업이 보유한 가장 강력하면서도 무서운 경쟁력은 ‘현지 소비 데이터’다. 항공과 호텔 결제 정보는 일반적인 여행사와 OTA도 확보하고 있으며 입출국 기록 등 참고할 다른 데이터도 많다. 그러나 여행 트렌드를 정확히 반영하는, ‘현지 식당’과 같은 실제 여행 소비 데이터는 오로지 결제를 중개하는 금융기업만 소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이 전통적인 여행기업에게는 가장 취약한 지점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현재 전통 여행기업들이 제공하는 패키지 여행의 재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며, 맞춤형 여행 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실제 여행객들의 선호도와 소비 패턴을 반영해야 하는데, 이러한 데이터는 새로운 여행 상품 기획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핀테크 기업의 여행 플랫폼 진출은 데이터를 통한 여행 산업의 혁신을 예고하는 동시에, 어느 산업분야를 막론하고 데이터만이 가장 중요한 차세대 수익모델임을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