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여행자들을 서로 연결하는 소셜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1일, 에어비앤비는 같은 체험 활동에 참여하는 여행자들끼리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기능들을 발표했습니다. 단순히 숙소를 예약하는 플랫폼을 넘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진을 공유하고 추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소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히치하이커는 에어비앤비가 소셜 기능을 강화하는 진짜 이유에 대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체험을 매개로 설계된 여행자들의 연결
에어비앤비의 새로운 소셜 기능은 체험 예약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사용자가 체험을 예약하면, 같은 활동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름과 출신 지역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여행자들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체험이 끝난 후에는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메시지 요청을 보내 사진을 교환하거나 추가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며, 만났던 사람들은 프로필의 새로운 ‘연결’ 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프라이버시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체험을 예약하면 프로필 사진, 이름, 출신 지역을 공유할지 묻는 팝업이 나타나며, 이를 무시하면 앱이 자동으로 ‘공유 안 함’으로 설정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사용자가 선택한 사진과 이니셜만 볼 수 있습니다. 불편함을 느끼면 언제든 다른 사용자를 차단하고 신고할 수 있으며, 커뮤니티 팀이 신고 내용을 검토합니다. 연결 요청을 수락한 후에도 연결을 삭제할 수 있어, 사용자가 자신의 정보 공유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5월 여름 릴리스에서 이러한 기능들을 예고했던 에어비앤비는 사용자 간 상호작용 증가가 숙소와 체험 모두에서 더 많은 예약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에어비앤비는 올해 초 미국에서 고객 서비스를 위한 AI 기반 어시스턴트를 출시했습니다. 이번 릴리스를 통해 이 봇은 멕시코와 캐나다로 확대되며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더 중요한 개선은 어시스턴트가 이제 사용자의 프로필, 이용 내역, 예약 정보를 바탕으로 더 상세한 답변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FAQ 봇을 넘어 개인화된 맞춤형 도우미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프라이버시 침해, 그리고 소셜 플랫폼의 딜레마
에어비앤비의 이러한 변화가 모두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프라이버시 관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숙소를 예약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사적인 행위입니다. 어디에 머물고, 누구와 여행하며, 어떤 활동에 참여하는지는 개인의 영역에 속하는 정보입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의 소셜 기능은 이러한 정보를 다른 여행자들과 공유하도록 유도합니다. 회사는 사용자가 정보 공유를 통제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팝업을 통해 공유를 권유하는 설계 자체가 이미 일종의 넛지입니다.
더 큰 문제는 데이터 축적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이제 사용자가 누구와 연결되고,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어떤 관심사를 공유하는지까지 알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숙소 예약 데이터를 넘어선 방대한 개인 정보의 집합체입니다. AI 어시스턴트가 프로필과 이용 내역을 바탕으로 맞춤형 답변을 제공한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에어비앤비가 사용자의 모든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저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보가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되거나, 최악의 경우 유출된다면 그 피해는 단순한 예약 정보 노출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소셜 플랫폼으로의 전환은 또 다른 위험을 내포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기존 소셜 네트워크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 즉 괴롭힘, 스토킹, 혐오 발언, 허위 정보 유포 같은 문제들이 에어비앤비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행이라는 맥락은 사용자들이 실제 위치를 공유하고 오프라인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 위험합니다. 에어비앤비가 차단과 신고 기능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이는 사후 대응일 뿐이기 때문에 이용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왜 에어비앤비는 소셜 기능을 강화할까?
에어비앤비의 소셜 기능 강화는 표면적으로는 사용자 경험 개선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한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숙소 예약은 본질적으로 일회성 거래입니다. 사용자가 숙소를 예약하고 체크아웃하는 순간, 에어비앤비와의 관계는 끝납니다. 다음 여행 계획이 생길 때까지 사용자는 앱을 열 이유가 없습니다. 이는 플랫폼 입장에서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를 늘리기 어렵고, 사용자당 수익을 극대화하기도 힘듭니다. 모든 여행 앱이 가진 고민입니다.
소셜 기능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시도입니다. 여행자들을 서로 연결하면, 여행이 끝난 후에도 앱을 열게 만들 수 있습니다. 체험에서 만난 사람과 사진을 공유하고, 다음 여행을 함께 계획하며, 추천을 주고받는 동안 사용자는 에어비앤비 생태계 안에 머물게 됩니다. 5월 여름 릴리스에서 회사가 밝힌 것처럼, 사용자 간 상호작용 증가는 숙소와 체험 모두에서 더 많은 예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한 번 연결된 여행자들은 함께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서로에게 숙소를 추천하며, 자연스럽게 플랫폼 내 거래를 늘리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커뮤니티 구축이 아니라, 거래 빈도를 높이고 사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더 나아가 소셜 네트워크는 강력한 진입 장벽을 만듭니다. 사용자가 에어비앤비에서 형성한 인맥, 쌓아온 연결, 공유한 추억은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 수 없는 자산입니다. 부킹닷컴이나 호텔스닷컴 같은 경쟁 플랫폼이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에어비앤비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연결은 옮겨갈 수 없습니다. 이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사용한 것과 같은 전략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사용자를 락인하고, 전환 비용을 높이는 것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이제 단순한 거래 플랫폼에서 벗어나, 떠나기 어려운 커뮤니티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에어비앤비의 소셜 기능 강화는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합니다. 과거 에어비앤비는 숙소 예약이라는 거래가 완료되면 여행자와의 관계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제 에어비앤비는 여행자들을 서로 연결하고, 체험을 공유하며,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소셜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편리함 뒤에는 프라이버시 침해와 데이터 수집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여행은 본래 개인적인 경험이며, 모든 여행자가 낯선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에어비앤비는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준다고 말하지만, 플랫폼의 설계 자체가 공유와 연결을 기본값으로 전제하고 있습니다. 편리함과 프라이버시 사이의 균형, 연결과 안전 사이의 조화를 찾는 것이 에어비앤비가 진정한 여행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과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