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여행의 모든 정보를 요약하고 최적의 경로를 찾아주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여행 산업의 생존 키워드는 다시 ‘사람’으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여행 시장의 큰 손들이 앞다투어 ‘크리에이터’와 ‘커뮤니티’를 전면에 내세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는 이유입니다.
글로벌 멀티 데이 투어 플랫폼인 ‘투어레이다(TourRadar)’가 출시한 ‘호스티드 트립(Hosted Trips)’ 서비스는 한국 인바운드 관광 시장에 거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투어레이다의 호스티드 트립을 비롯한 최근 크리에이터 중심 여행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1. 투어레이다(TourRadar)와 ‘호스티드 트립’이란?
오스트리아 빈에 본사를 둔 투어레이다(TourRadar)는 전 세계 160개국, 2,500개 이상의 전문 오퍼레이터가 운영하는 5만 개 이상의 다일권(Multi-day) 투어를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어드벤처 예약 플랫폼입니다. 다일 투어는 우리 말로 하면 현지 투어상품 중에서도 1일 이상 묶인 현지 기반 패키지 상품을 의미합니다.
이들이 최근 런칭한 ‘호스티드 트립(Hosted Trips)’은 크리에이터와 여행 전문가가 직접 ‘호스트’가 되어 자신의 팔로워를 위한 전용 여행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여행 인프라 서비스입니다.
- 비즈니스 모델: 투어레이다는 결제 시스템, 보험, 현지 운영 네트워크라는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크리에이터는 신뢰와 팬덤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합니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링크를 통해 예약을 유치하고 커미션을 받으며, 직접 여행에 동행하며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 핵심 가치: “AI는 정보를 줄 수 있지만, 신뢰는 줄 수 없다”는 철학 아래, 사람이 가진 큐레이션 역량을 산업화한 모델입니다.
투어레이다의 트래비스 피트먼(Travis Pittman) CEO는 웹인트래블과의 인터뷰에서 “AI가 모든 일정표를 짜줄 수 있는 시대에 플랫폼의 진짜 가치는 실제 사람의 실제 경험 콘텐츠를 기반으로 확정된 예약을 만들어내는 운영 역량”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부킹홀딩스와 익스피디아로 대변되던 지난 20여 년의 OTA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는 진단을 하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구글의 클릭당 비용은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AI 비서가 여행자가 예약 페이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리뷰, 가격, 여행 일정 등을 요약하여 제공하는 검색 단계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검색을 통한 상품 정보 독점권을 가지고 있던 여행 플랫폼의 시대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투어레이다의 시각입니다.
2. 투어히어로(TourHero)로 살펴보는 기존 플랫폼과의 차별성
이러한 호스티드 트립의 비즈니스 모델은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여행 플랫폼 투어히어로(TourHero)와 매우 흡사합니다.
투어히어로는 아예 설립 단계부터 ‘커뮤니티 주도형 그룹 여행’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으로 삼았습니다. 이들은 호스트가 단 며칠 만에 수천만 원 규모의 그룹 여행을 모집할 수 있도록 기획부터 마케팅, 현지 운영사 연결까지 일괄 지원합니다.
그런데 투어히어로에서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매우 구체적인 테마 여행들이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여행을 설계하고 모객하는 주체가 한국인이 아닌, 전 세계 각지의 영향력 있는 해외 크리에이터들이라는 사실입니다.
- 사례 1: ‘Seoulmates Unite‘ – 크리에이터 Maria와 함께하는 6일간의 서울 심층 탐방 (2,300달러 선)
- 사례 2: ‘The K-Experience Collective‘ – David Cruz가 호스팅하는 K-뷰티 및 음악 테마 투어 (3,100달러 선)
- 사례 3: ‘Breathe in South Korea‘ – 명상과 웰니스 전문가가 이끄는 12일간의 한국 일주 (4,300달러 선)
이 외에도 다수의 크리에이터 기반 한국여행 상품이 활발히 모객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투어레이다나 투어히어로의 모델은 과거 우리가 알던 여행 플랫폼들과 명확히 구분됩니다.
| 비교 항목 | 비아터 (Viator) | 에어비앤비 체험 | 호스티드 트립 (투어레이다 등) |
| 주요 상품 | 단발성 데이 투어, 입장권 | 지역 밀착형 소규모 활동 | 4~10일 이상의 장기 테마 여행 |
| 핵심 가치 | 가격 비교, 편리한 예약 | 현지인과의 짧은 교감 | 전문가/크리에이터가 만든 여행상품 |
| 운영 주체 | 기성 여행사 | 개인 호스트 | 글로벌 인프라 + 전문 큐레이션 |
과거 플랫폼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여행 트렌드는 ‘누가 이 여행의 맥락(Context)을 설계했는가’에 집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인바운드 관광의 주도권, 해외 플랫폼이 가져가나
인바운드 관광 차원에서 경계해야 할 지점은 한국의 관광 자원을 상품화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체가 점차 글로벌 플랫폼과 해외 크리에이터로 넘어가고 있는 현상입니다.
투어레이다나 투어히어로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크리에이터가 한국 여행을 설계하면, 그들의 시선(외국인의 시선)에 맞춘 한국만 상품화됩니다. 수익의 흐름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투어에 참여한 관광객은 한국에 와서 돈을 쓰지만, 그들이 지불한 ‘기획료’와 ‘플랫폼 수수료’가 어디에 쌓일까요? 부가가치가 높은 ‘기획(Consulting)’ 영역의 이익을 해외 플랫폼이 독점하게 됩니다.
데이터 주권도 플랫폼의 자산이 됩니다. 여행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서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미래 관광 산업의 핵심 자산입니다. 투어레이다를 통해 온 여행자의 취향 데이터는 투어레이다의 서버에 쌓이겠죠. 한국 관광 당국이나 로컬 업체는 정작 ‘우리 땅에 온 손님’이 누구인지, 왜 왔는지에 대한 고도화된 데이터를 가질 수 없으므로 미래의 마케팅 권한까지 플랫폼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또한 이들 플랫폼은 단순히 우리 인바운드 상품만 취급하는게 아닙니다. 최근 개인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투어히어로는 한국의 여러 분야 크리에이터에게 여행상품 호스트로 참여하라는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 투어히어로에 자신이 기획한 해외여행 상품을 등록하고 모객을 진행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모객은 최소 인원 미달로 결국 취소)
그런데 이러한 행위는 현행 관광진흥법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일정 설계는 비여행업 전문가가 수행했지만 그걸 여행자에게 직접 공급해 돈을 번 것도 아니며, 모객과 수취는 플랫폼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여행업의 정의가 너무나도 과거에 머물러있고, 이를 빨리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치며
현재 한국의 우수한 인바운드 관광사업자들도 새롭게 탄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여행의 맥락(Context)을 우리가 직접 설계하고, 그 전문성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우리 기획자가 직접 거두어들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자산화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는 역량 교육과 창업 인프라가 더 많이 생겨야 합니다.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는 재능 있는 개인 기획자와 크리에이터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인이 호스팅하는 한국 여행’을 마음껏 판매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참고 자료
- WebInTravel (2026.02): “Travel Platforms That Survive Won’t Choose Between AI and People”
- TourRadar (2026.02): “Hosted Trips Launch: Enabling Creators to Monetize Multi-Day Tours”
- TourHero Official Listing (2026-2027): South Korea Epic Adventures Portfolio
- PhocusWire (2025): Analysis on Creator Economy in the Travel Indust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