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패키지여행이 유명 랜드마크를 선형적으로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면, 2026년의 여행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할 수 있는 니치(Niche)한 경험에 기꺼이 고비용을 지불합니다. 이러한 흐름을 대변하는 용어가 바로 SIT(특수목적관광)입니다.
그중에서도 ‘니팅 투어’는 뜨개질이라는 정적인 활동을 여행이라는 동적인 프레임에 결합해, 단순한 휴식을 넘어선 ‘자기 계발’과 ‘커뮤니티 형성’이라는 가치를 제공합니다. 히치하이커는 뜨개질 테마의 여행이 어떤 여행사와 여행상품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상세히 살펴 보았습니다.

취향으로 연결되는 여행, 뜨개 여행의 세계
최근 니터(Knitter)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해외 뜨개 여행은 2026년 여행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인 ‘디시전 디톡스(Decision Detox)’와 ‘경험의 체감 가치’를 완벽하게 관통합니다.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뜨개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뜨개 전문 유튜브 채널 ‘김대리의 바늘 이야기’ 에서는 해외 뜨개 전문 여행사들을 분석해 소개했는데요.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인사이트를 정리했습니다.
1. 전문가가 큐레이션한 ‘결정의 해방’
영미권의 뜨개 전문 여행사인 ‘니팅 투어스(Knitting Tours)’나 ‘스티치토피아(Stitchtopia)’는 뜨개인을 위한 특별한 여행상품만을 선보이는 업체들입니다.
셔틀랜드 섬의 안개 낀 해변에서 현지 장인과 함께 페어아일 무늬를 뜨거나, 아이슬란드의 크루즈 안에서 오로라를 바라보며 뜨개질을 하는 등 일반적인 여행사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초개인화된 일정’을 제안합니다.
2. 취향으로 연결되는 ‘느슨한 공동체’
관심 기반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소속감’입니다. 인구 60명의 오지인 페어 섬(Fair Isle)에서 열리는 리트릿이나, 영국 고성에서의 5박 6일 뜨개 스테이는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만의 밀도 높은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이는 2026년 주요 트렌드인 ‘와이케이션(Whycation)’, 즉 ‘어디로’가 아닌 ‘왜’ 떠나는가에 집중하는 여행의 전형입니다. 이들에게 여행은 뜨개질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언어와 국적의 장벽을 허물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치유의 과정입니다.
3. 고비용을 상쇄하는 ‘희소성’과 ‘가치 소비’
‘김대리의 바늘 이야기’가 소개한 페어 섬 리트릿의 경우, 일주일 숙박과 프로그램 비용이 약 800만 원(파운드 환율 기준)에 달합니다. 1박에 100만 원 꼴이지만, 2026년까지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열기는 뜨겁습니다.
이는 현대 여행자들이 단순한 가성비가 아닌, 오직 그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희귀한 경험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가치 소비’ 성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대형 크루즈 내에 뜨개 테마를 결합한 여행사 ‘크래프트 크루즈’ 역시 고령층부터 MZ세대까지 아우르는 고부가가치 여행 시장의 새로운 모델로 보입니다.

해외 사례로 본 니팅 투어의 3가지 진화 양상
1. 장소의 희소성과 장인 정신의 결합: ‘리트릿(Retreat)형 SIT’
SIT의 가장 고급화된 형태는 특정 장소에 머물며 기술을 전수받는 ‘리트릿’입니다. ‘알티산 리트릿(Artisan Retreats)’이나 ‘페어아일 스튜디오(Fair Isle Studio)’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전문 인스트럭터의 동행: 마리 왈린(Marie Wallin)과 같은 세계적인 니트 디자이너가 직접 강사로 참여합니다. 여행자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거장의 ‘제자’가 되어 깊이 있는 기술을 배웁니다.
- 공간의 상징성: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고요한 숙소나 영국 스코틀랜드의 본보비 성(Bonboivie Castle) 같은 폐쇄적이면서도 영감을 주는 공간을 선택합니다. 특히 인구 60명의 오지인 페어 섬(Fair Isle) 투어는 접근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박에 1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 상품임에도 1년 전부터 예약이 마감됩니다. 이는 SIT 여행자들이 ‘오직 그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에 부여하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증명합니다.
2. 이동과 활동의 완벽한 큐레이션: ‘투어 및 크루즈형 SIT’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크루즈 여행 역시 SIT와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트 크루즈(Craft Cruises)’는 대형 선박의 인프라를 ‘뜨개 공유 공간’으로 재해석했습니다.
- 체계적인 일정 설계: 낮에는 기항지(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셔틀랜드 등)의 양모 공장이나 로컬 뜨개숍을 방문하고, 저녁에는 선상에서 함께 모여 작품을 만드는 ‘함뜨(함께 뜨개질)’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 다양한 경로: 셔틀랜드 제도의 섬들을 순회하거나 일본의 속초항을 거쳐 도쿄로 향하는 등, 일반적인 크루즈 노선에 ‘섬유 산업 역사 투어’라는 니치한 관점을 덧씌워 상품의 차별화를 꾀합니다.
3. 브랜드 정체성의 확장: ‘이벤트 및 웰니스형 SIT’
글로벌 실 브랜드인 ‘로완(Rowan)’이 운영하는 ‘로완 커넥트(Rowan Connect)’는 SIT가 브랜드 마케팅과 어떻게 결합하는지 보여줍니다.
- 융복합 콘텐츠: 2일간의 짧은 일정 동안 뜨개뿐만 아니라 요가, 명상, 심지어는 가창(Singing) 프로그램을 배치합니다. 이는 취미를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닌 ‘정신적 웰빙’의 차원으로 격상시킨 것입니다.
- 낮은 진입 장벽: 수백만 원대의 장기 투어와 달리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며 탄탄한 팬덤을 구축합니다.
마치며
해외의 니팅 투어 사례들은 한국 여행 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2026년의 여행자는 더 이상 ‘남들이 다 가는 곳’에 매력을 느끼지 않습니다. 대신 ‘내가 사랑하는 것을 가장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습니다.
한국 여행 업계 또한 단순히 저렴한 가격이나 유명 관광지에 기대기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하여 ‘뾰족한’ 목적성을 가진 SIT 상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 고유의 자수, 매듭, 혹은 현대적인 K-니트 디자인과 결합한 리트릿 상품은 국내 매니아층은 물론 해외의 SIT 여행자들을 불러 모으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여행자 개개인의 취향을 세심하게 엮어내는 ‘초개인화된 SIT 설계’가 향후 10년의 여행 트렌드를 지배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