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인공지능 전환)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여행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교육을 기획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최근에는 말로 명령하면 AI가 코드를 짜주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기술이 화두에 오르며, 이를 교육 과정에 비중 있게 도입하려는 시도가 관측된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자. 지금 여행업계 종사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역량이 정말로 모든 실무자의 ‘프로그램 개발’ 역량인가? 트렌드라는 이유로 무작정 도입되는 기술 교육의 이면에는 정작 산업 현장의 본질적인 페인 포인트에 대한 깊은 고민이 결여되어 있다.
히치하이커는 올해 여행업계 AI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몇 가지 착각을 짚어보고,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지점을 실무자 니즈 입장에서 정리했다.
여행업계의 진짜 전장(戰場): 개발이 아니라 ‘마케팅’이다
바이브 코딩이 기존 개발 방식보다 진입장벽을 낮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실무에 쓸 만한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유기적으로 작동시키려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데이터베이스 구조, API 연동 등 상당한 수준의 컴퓨터 공학적 백그라운드가 요구된다. AI가 짜준 코드의 오류를 잡아내는 디버깅 과정 또한 기초 지식 없이는 불가능하다. 평생 여행 상품을 기획하고 고객을 응대해 온 종사자들에게 이러한 기술적 학습을 강요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현업과의 괴리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행업계가 마케팅을 비롯한 모든 업무 전체를 자동화하고 싶다면 실무자가 바이브 코딩을 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잘만들어진 에이전트 모델을 도입해 최적화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경제적이며 빠른 방법이다. 모든 여행사 직원이나 호텔리어들이 에이전트를 직접 구축(Coding/Building)할 필요가 없고 할 수도 없다. 실무자 전체에게 필요한 것은 에이전트를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구축된 AI 비서를 능숙하게 다루는 ‘AI 리터러시’다.
여행업계가 겪는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천문학적으로 소모되는 ‘마케팅 시간과 비용’이다. 글로벌 마케팅 조사 기관들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리테일 및 서비스 산업 중 여행·환대업계(Travel & Hospitality)는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 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군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온라인 여행사(OTA)와 중소 여행사들은 거대 플랫폼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케팅과 디지털 광고 집행에 생존을 걸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코딩을 배워 앱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모객을 위한 마케팅을 자동화하고 트렌디한 상품을 기획하는 ‘비즈니스 실행력’이다. 이를 무작정 자동화한답시고 프로그래밍에 시간을 투여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을 불러올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McKinsey & Company)의 생성형 AI 가치 분석 보고서(The economic potential of generative AI)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비즈니스 전반에서 가장 압도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영역으로 ‘마케팅 및 영업(Marketing and Sales)’을 꼽았다. 기업의 전체 밸류체인 중 마케팅 영역이 차지하는 경제적 기여도는 수조 달러 규모에 달한다. 시스템 구축을 유보하더라도 마케팅과 상품 기획 프로세스에 생성형 AI를 우선 결합해야 하는 강력한 근거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여행업계가 직면한 마케팅 소모전은 현장 종사자들의 피로도를 극에 달하게 만든다. 수많은 경쟁사 사이에서 차별화된 패키지 상품을 기획하려면 전 세계 소셜 미디어 트렌드, 항공권 가격 추이, 현지 핫플레이스 정보 등 방대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광고 카피를 쓰고, 이미지나 숏폼 영상을 제작하고, 채널별로 배포하는 일련의 과정에 인력과 시간이 통째로 저당 잡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AI가 바꾼 여행 비즈니스의 실증적 현장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어려운 우회로를 거치지 않고, AI를 마케팅 자동화와 상품 기획에 직접 투입해 폭발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는 이미 도처에 존재한다.
미국의 대형 여행사 내셔널 트래블(National Travel)의 기획자들은 새로운 여행 상품을 개발할 때 ChatGPT와 미드저니(Midjourney)를 활용해 업무 방식을 혁신했다. 기존에는 신규 유럽 패키지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 현지 가이드북과 블로그 등 수십 개의 사이트를 뒤지며 며칠씩 자료를 수집해야 했으나, 이제는 AI를 통해 타깃 고객별 맞춤형 테마 일정 초안을 단 몇 분 만에 도출한다.
또한, 카탈로그와 소셜 미디어에 들어갈 가상의 고화질 여행지 이미지를 AI로 즉시 생성해 마케팅 시각 자료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코딩 기술 없이 오직 문장(Prompt)을 다루는 능력만으로 기획과 시각화 단계를 단축한 것이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저비용·고효율 구조를 정착시킨 중소 여행사들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릴스나 틱톡에 올릴 숏폼 콘텐츠를 제작할 때, 대화형 AI로 트렌디한 스크립트를 작성한 뒤 비디오 생성 AI 도구인 인비디오(InVideo)나 캡컷(CapCut) AI 기능에 이를 입력한다. AI는 텍스트를 인식해 적절한 여행지 영상 클립을 자동으로 배치하고, 다국어 내레이션과 자막까지 단 몇 분 만에 완성해 낸다.
과거 한 편의 여행 홍보 영상을 만들기 위해 편집자를 고용하고 며칠씩 밤을 새우던 실무자들이, 이제는 마케팅 자동화 도구를 간단히 활용해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글로벌 콘텐츠를 발행하며 모객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며: 도구의 함정에서 벗어나 본질로 회귀해야
정부 차원의 여행업계 AI 교육은 공급자 중심의 ‘멋진 기술’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살아남는 기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바이브 코딩은 IT 개발자나 기술 스타트업에게는 혁신적인 도구일지언정, 당장 오늘 밤 객실을 채우고 다음 달 패키지 여행객을 모아야 하는 중소 여행사와 호텔 종사자들에게는 우선순위가 낮은 지식에 가깝다.
현장의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기술 교육은 지난 메타버스 열풍이 너무나 잘 보여줬듯이 결국 유행이 지나면 사라질 신기루에 불과하다. 지금 여행업계 종사자들에게 인공지능 활용법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 프롬프트가 아니라, 나를 대신해 전 세계 여행 트렌드 자료를 초고속으로 수집하고, 타깃 고객에 딱 맞는 광고 캠페인을 자동 집행해 주는 ‘가장 유능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불러오는 프롬프트다. 교육의 방향타를 마케팅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상품 기획으로 집중시켜야 할 때이다.

저에게도, “AI가 현장에서 이렇게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구나”를 몸으로 느낀 정말 보람된 경험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