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는 이제 인간이 아닌 AI 에이전트를 새로운 고객(Audience)으로 맞이하는 ‘B2A(Business to Agent)’ 마케팅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AI 에이전트는 감성적인 광고나 전통적인 브랜드 명성에 전혀 흔들리지 않으며, 오직 데이터의 정확성과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히치하이커는 급부상하는 B2A 트렌드의 본질을 짚어보고, 한국의 여행 및 호텔업계가 이 냉혹한 인공지능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랜드 권력의 붕괴, AI 에이전트는 감성에 속지 않는다
지금까지 여행 및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업계의 마케팅 공식은 철저히 B2C(Business to Consumer)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인간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화려한 이미지, 브랜드의 명성, 그리고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 모객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여행 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집히고 있습니다. 글로벌 여행 전문 미디어 스키프트(Skift)와 포커스 와이어(Phocuswire)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가 직접 여행지를 검색하고 비교하는 대신 개인화된 ‘AI 에이전트’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스키프트의 칼럼 “B2A: AI Agents Are Travel’s New Audience and They Don’t Care About Brands(B2A: AI 에이전트는 여행업계의 새로운 관객이며, 그들은 브랜드에 관심이 없다)”는 B2A 시대의 가장 두려운 변화를 예고합니다. 바로 ‘브랜드 충성도의 무력화’입니다.
인간 여행객은 수십 년간 쌓아온 호텔의 명성이나 인플루언서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고 예약을 결심하지만, 인간을 대신해 여행을 설계하는 AI 에이전트에게는 5성급 호텔의 헤리티지도, 화려한 미사여구도 통하지 않습니다. AI 에이전트는 철저하게 구조화된 데이터(Structured Data)와 실시간 조건(가격, 위치, 리뷰 평점, 취소 규정 등)만을 비교 분석하여 가장 객관적이고 효율적인 최적의 대안을 도출해 냅니다.
이것은 대기업이나 대형 글로벌 호텔 체인이 누려왔던 전통적인 브랜드 권력이 순식간에 해체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유명한 호텔 브랜드라 할지라도 AI 에이전트가 읽을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 스트림에 자사 정보가 제대로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면, AI의 추천 리스트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디지털 실종’ 상태에 처하게 됩니다. 마케팅의 타깃을 인간이 아닌,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행하는 AI 엔진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익스피디아가 증명하는 B2A 마케팅의 실체
포커스 와이어가 보도한 “B2A: Artificial Intelligence Marketing, Expedia Group and OpenAI(B2A: 인공지능 마케팅, 익스피디아 그룹과 오픈AI)” 사례는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이 변화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보여줍니다.
익스피디아 그룹은 소비자가 챗GPT 등 생성형 AI 환경에서 여행을 검색할 때 자사의 상품 데이터가 완벽하게 우선 노출되도록 하는 B2A 마케팅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익스피디아의 방대한 항공, 호텔, 액티비티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접근해 수백만 개의 가격 조건과 재고 상황을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데이터 구조를 전면 개편한 것입니다.
과거의 검색엔진 최적화(SEO)가 구글 검색창에 걸리기 위한 작업이었다면, B2A 마케팅은 ‘AI 에이전트 최적화(LLMO, Large Language Model Optimization)’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익스피디아는 기술적 파트너십을 통해 AI 비서들이 자사 플랫폼을 신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출처(Source of Truth)로 인식하게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인공지능 생태계의 유통 주도권을 선점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 여행·호텔업계의 B2A 대응 전략
보안 리스크나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AI 도입과 데이터 개방을 미루고 있는 한국의 여행사 및 5성급 호텔들에게 B2A의 도래는 심각한 위기이자 동시에 거대한 기회입니다. 한국 업계가 당장 실행해야 할 대응책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① 데이터의 디지털 자산화와 구조화 (LLM 최적화)
AI 에이전트가 우리 호텔이나 여행 상품을 인식하게 하려면, 이미지나 텍스트 위주의 웹사이트를 넘어 AI가 1초 만에 긁어갈 수 있는 구조화된 데이터(JSON, CSV 등) 형태로 자산을 정제해야 합니다. 객실의 실시간 상태, 뷔페의 정확한 메뉴 구성, 로컬 가이드 콘텐츠가 표준화된 API 형태로 준비되어 있어야 글로벌 AI 에이전트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②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는 자체 ‘데이터 클린룸’ 확보
글로벌 OTA(익스피디아 등)는 이미 B2A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국내 로컬 호텔과 중소 여행사들이 이들에게 종속되지 않으려면, 자사 채널(In-house)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외부 AI와 소통할 수 있는 폐쇄형 에이전트 환경이나 ‘데이터 클린룸’을 구축해야 합니다. 보안을 지키면서도 AI 생태계와 호환되는 기술적 타협점을 찾아야 합니다.
③ ‘마지막 1마일’의 인간 환대(Hospitality) 차별화
AI 에이전트가 예약을 대행하는 세상이 올수록, 역설적으로 현장에서 인간이 제공하는 ‘정성적 경험’의 가치는 더욱 귀해집니다. AI는 가장 효율적인 방을 찾아줄 뿐, 체크인 순간의 따뜻한 미소나 투숙 중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대한 감정적 케어는 흉내 낼 수 없습니다. 기술적 마케팅은 AI에게 맡기되, 내부 인력은 현장 환대에 집중하도록 업스킬링해야 합니다.
마치며
B2A 시대는 더 이상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비자는 점점 더 똑똑해지는 AI 비서에게 검색의 피로함을 양도하고 있으며, 시장의 유통 권력은 인간의 마음을 흔드는 자가 아니라 ‘AI의 알고리즘을 완벽히 이해하는 자’에게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여행 및 호텔업계는 “보안 때문에”, 혹은 “기존 단골 고객들이 있으니까”라는 안일한 관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 브랜드가 글로벌 AI 에이전트들에게 매력적인 ‘데이터’로 읽히고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감성의 영역에 머물던 호스피탈리티를 가장 정교한 데이터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기업만이 B2A라는 거대한 대격변의 파도를 넘을 수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국내 업계가 이 거대한 인공지능 흐름 속에서 디지털 고립을 피하고 진정한 테크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